이종철 정치학 박사ㆍ고려대 강사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유일한 분단국가이다. 민족 간에 분단을 겪고 있는 지역은, 물론 세계 도처를 살펴보면 더 있다. 그러나 이념이 중심이 된 냉전이 시작되고 그 가운데 분단이 되고, 냉전이 해체됐지만 분단이 계속되고 있는 나라는 우리나라가 유일한 것이다. 우리나라에 대비되는 대표적인 나라가 서독과 동독인데 마침내 통일을 이루고 통일 독일이 됐으며 그 후 국가 통합을 비교적 순조로이 이뤄가고 경제적으로도 꾸준히 성장하고 있는 독일이 참으로 부럽지 않을 수 없다.

우리가 서독과 동독이 통일된 과정을 잘 살펴보고 타산지석 삼아야 함은 자명하다. 하지만 동독과 북한은 너무나 많이 다르다는 사실도 잘 알아야 한다. 그만큼 동서독 통일 과정을 무조건 기계적으로 대입시키는 것도 맞지 않다. 우리는 더욱 지혜롭고도 치열하게 우리만의 방법을 찾아 나아가야 한다. 이 과정에서 보수 정권과 진보 정권은 정책의 차이를 보이고 그때마다 남북관계의 모습은 다르게 나타난다. 얼핏 보면 마치 널뛰기를 하는 것 같다. 지켜보는 국민들도 혼란할 것이다.

국민들은 남북이 평화로운 상태이기를 바란다. 물리적 충돌이 없는 것이다. 이는 당연하고도 지당하다. 그러나 우리는 조금 더 깊이 생각해 볼 필요는 있다. 어떤 게 평화로운 걸까, 어떻게 하여 그 평화를 달성할 수 있을까, 근본적으로 남북 간의 평화란 어떤 것일까 등 조금 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다. 남북 간의 평화라는 게 결코 간단한 게 아니기 때문이다. 많은 이야기가 필요하지만 여기서는 한 가지 사안 혹은 현상에 대해서만 언급하려 한다.

우리 국민들은 남북 간의 평화가 남북의 통치자가 만나서 얼싸안으면 크게 달성이 되고 있는 것처럼 생각을 하고는 한다. 우리나라 한국사 교과서를 보면 ‘남북의 화해와 협력’을 남북 관계와 관련 큰 제목으로 뽑고 주요한 장으로 편성하고는 한다. 거기에 나오는 그림들은 당연히 남북의 통치자가 만나서 끌어안거나 악수를 하는 장면들이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김정일과 손을 잡고 치켜올리는 사진이 첫 번째다. 그런 내용들을 보고 있으면 마치 남북의 통일이나 평화가 그렇게 남북의 통치자가 만나는 모습을 통해 실현되고 있는 것처럼 착각하게 한다. 적어도 남북의 통치자가 만나야 남북의 평화와 통일을 위해 잘하는 것이라는 인상을 심어주기에는 충분하다.

그러니 남한에서 대통령이 되는 사람은 북한의 통치자를 만나야 국민들한테 남북 평화를 위해 대단한 일을 하는 양 취급될 수 있다고 생각하기 쉽다. 비단 대통령만이 아니다. 대권을 넘보는 사람들도 유혹이 크다. 이는 특히 진보 쪽에서 두드러진다. 돌이켜보면 진보 정권의 대통령들은 모두 북한의 김정일과 김정은을 만났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최초로 그 테이프를 끊었다. 김 전 대통령은 김정일과의 만남이 큰 계기가 돼 노벨평화상까지 탈 수 있었다.

노무현 전 대통령도 유혹이 컸던지 다음 대통령 선거를 불과 두 달 남겨둔 임기 말이 다 되어서야 김정일을 만나는 데 성공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도 마찬가지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 김정은을 세 번이나 만나는 동안 그리고 그 후에도 상당 기간 우리 국민들은 남북 평화에 흠뻑 취했다. 그러나 결국 우리 국민들은 남북연락사무소 폭파라는 놀랍고도 황당한 일을 목격했다. 새로 지은 멀쩡한 건물을 폭약으로 폭파해버리는 일을 북한의 통치자 말고는 세계 어느 나라의 통치자가 보여줄 수 있을까. 그리고 그 사이 강화된 북한의 핵 전력이 문재인 정부 동안 국민들이 취했던 남북 평화의 대미였다.

‘쌍방울 대북 송금 사건’은 결국 김대중 정부 대북 송금 사건의 축소판이다. 김대중 정부의 대북 송금 사건은 특검과 대법원 판결을 통해 불법으로 결론이 났다. 국민적 여론과 합의로는 다시는 이런 일이 반복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었다. 아무리 북한 통치자와의 만남도 좋지만 국민들 몰래 불법 자금을 조성하고 대가를 지불하면서 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었다. 어떤 대북 사업도 합법적이고 투명하게 이뤄져야 한다는 최소한의 원칙이자 기준이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경기도지사 시절 쌍방울이라는 회사를 이용해 자신의 대북 치적을 만들려 했다는 혐의가 사실이라면 명백히 불법으로 결론 난 사건을 ‘대범하게’ 되풀이했다는 점에서 더욱 심각하다.

보도에 따르면, 검찰은 쌍방울 김성태 회장이 500만 달러를 ‘경기도 스마트팜 비용 대납 목적 외화 밀반출’하고, 300만 달러는 ‘경기도 지사의 방북 비용 대납 목적 외화 밀반출’한 것으로 김 회장의 공소장에 적시했다. 여기서 주목할 부분은 돈의 성격을 ‘대납’으로 분명하게 적시했다는 것이고, 우선은 ‘경기도 관계자’라고 한 상태에서 이재명 대표를 향해 수사를 진행하고 있는 것이다.

쌍방울 대북 송금 사건과 관련 나오는 내용들을 보면 그 과정에서 북한 측 관계자가 큰소리를 치는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이재명 대표 옆에서 ‘평화부지사’의 직함을 가졌던 이화영 전 경기도부지사를 ‘거짓말쟁이’로 몰며 자극했다고도 한다. 대북 사업에서 북한이 큰소리를 치는 것은 답답한 쪽이 남한 측이기 때문이다. 북한으로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대북 치적을 만들려는 남한 측을 이용하기가 쉬울 수밖에 없다. 북한의 통치자를 만나거나 대북 사업에서 대단한 이벤트를 이끌어내 정치적 성공을 꾀하려는 남한 측의 시도가 계속되는 한 이 같은 관계는 바뀌지 않을 것이다. 쌍방울 대북 송금 사건을 철저히 밝혀야 하는 것은 이 같은 행태에 다시 한 번 종지부를 찍어야 한다는 면에서도 중요하다. 더 이상 그릇된 정치적 야망으로 불법적인 대북 사업을 기획하는 정치인이 나와서는 안 된다.

꼴뚜기가 뛰니 망둥이도 뛴다는 말이 있다. 이재명 대표 같은 망둥이가 더 이상 나와서는 안 된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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