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국장 지오, 징역 1년
주지 탄오, 벌금 300만원
진보 불교단체들 엄벌 요구

지난 8월 14일 서울 강남 봉은사 앞에서 조계종 노조 박정규 기획홍보부장에게 봉은사 소속 한 승려가 발길질을 하고 있는 모습. (출처: 연합뉴스)
지난 8월 14일 서울 강남 봉은사 앞에서 조계종 노조 박정규 기획홍보부장에게 봉은사 소속 한 승려가 발길질을 하고 있는 모습. (출처: 연합뉴스)

[천지일보=이지솔 기자] 검찰이 대한불교조계종(조계종) 노조원을 폭행한 혐의로 기소된 승려 두명에게 각각 징역 1년과 벌금형을 구형한 데 대해 진보 성향의 불교단체가 강력한 처벌을 촉구했다.

서울중앙지법은 26일 폭력 및 상해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전(前) 봉은사 기획국장 지오스님(김만호)과 창원 일심선원 주지 탄오스님(오정열)에 대한 첫 공판을 열었다.

검찰은 지오스님에게 봉은사 앞에서 1인 시위를 하던 조계종 민주노조 기획홍보부장 박정규 종무원에게 오물을 여러 차례 뿌리고, 경찰의 제지에도 폭행을 가하는 등 상황이 중하다며 징역 1년을 구형했다. 시위용품인 피켓을 커터칼로 손궤하는 등의 혐의로 기소된 탄오스님에 대해서는 우발적인 폭행으로 보고 벌금 300만원을 구형했다.

이날 승려들은 검찰의 공소 사실을 모두 인정하고 선처를 호소했다. 지오스님은 “종교지도자의 길을 걸으면서 모범을 보이지 못해 송구하다”며 “시간이 주어지는 대로 반성하고 참회하고 살겠다”고 말했다. 탄오스님도 “수행자로서 참회하며 선처를 바란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피의자들이 공소사실과 검찰이 제시한 증거물을 모두 인정함에 따라 오는 7월 19일 오전 10시 선고 공판을 열기로 했다.

공판 결과에 대해 ‘8.14 봉은사 승려 특수집단폭행 대책위원회’는 같은 날 기자회견문을 내고 “봉은사 특수집단폭행은 심각한 반사회적 범죄”라며 강력 처벌을 요구했다.

이들은 “강남 봉은사 대로변에서 다수의 조계종 승려에 의해 자행된 특수집단폭행은 1인을 상대로 한 무자비한 폭행”이라며 “경찰이 사전 대기하고 있던 상황에서도 경찰의 제지를 뚫고 발생한 범죄”라고 했다. 이어 “폭행 승려들은 최소한의 반성과 뇌우침이 없다”며 “피해자에게 지금까지 사과 한마디 없으며 보상에 대한 이야기도 전혀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조계종에 대해서는 “폭행을 자행한 승려들을 징계하지 않고, 오히려 폭행 피해자를 재징계했다”며 “따라서 국가 사법기관의 강력하고 엄정한 처벌이야말로 반사회적 범죄를 단죄하고 예방하는 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검찰에 “대한민국 사법기관은 봉은사 특수집단폭행 승려들에 대해 준엄하고 강력한 처벌을 통해 반사회적 반인륜적 범죄를 단죄할 것을 촉구한다”며 “그래서 폭행 피해자와 가족, 불자들이 조금이라도 상처가 치유되도록 해야 한다”고 요청했다. 덧붙여 “결과만 기다리며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고 있는 조계종단이 성찰하고 개선되는 기회를 만들어줘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천지일보=김민희 기자] 전국민주연합노조 조계종 지부 박정규 기획홍보부장이 18일 오전 서울 강남구 봉은사 앞에서 열린 ‘봉은사 승려의 집단폭행 규탄 4차 시민집회’에 참석해 봉은사 승려 집단폭행 사건에 대한 심경을 밝히고 있다. 그는 지난달 14일 봉은사 앞에서 자승 전 총무원장의 선거 개입 등을 주장하는 1인 피켓 시위를 준비하던 중 승려들로부터 집단폭행을 당했다. ⓒ천지일보 2022.09.18
[천지일보=김민희 기자] 전국민주연합노조 조계종 지부 박정규 기획홍보부장이 18일 오전 서울 강남구 봉은사 앞에서 열린 ‘봉은사 승려의 집단폭행 규탄 4차 시민집회’에 참석해 봉은사 승려 집단폭행 사건에 대한 심경을 밝히고 있다. 그는 지난달 14일 봉은사 앞에서 자승 전 총무원장의 선거 개입 등을 주장하는 1인 피켓 시위를 준비하던 중 승려들로부터 집단폭행을 당했다. ⓒ천지일보 2022.09.18

앞서 박 종무원은 지난 2019년 조계종 민주노조 소속으로 전 총무원장이었던 자승스님의 ‘감로수’ 비리 의혹을 제기했다가 징계 처분을 받고 해고됐다. 지난해 8월 14일에는 자승스님의 조계종 총무원장 선거 개입 의혹을 비판하고 자신의 원직 복직을 요구하는 1인 시위를 준비하던 중 봉은사 앞에서 승려들로부터 집단 폭행을 당했다.

그러다 지난해 10월 7일 서울지방노동위원회와 중앙노동위원회의 부당해고라는 판단에 따라 총무원으로 복직했으나 복직된 지 약 7개월만에 조계종은 인사위원회를 열고 종단 내부 규정인 종무원법과 신도법 등을 위반했다며 감급(급여를 줄임) 6개월의 징계를 결정했다. 재징계 사유는 ‘총무원장 등 종단 대표자에 대한 비방 행위’로, 해고 징계가 소멸됐더라도 별도의 징계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진보 진영 불교단체들은 조계종 총무원이 봉은사 집단 폭행 가담 승려에 대한 징계절차는 나서지 않으면서 오히려 피해자인 박 종무원에 대한 징계에 나선 것은 보복성 징계가 아니냐는 비판을 제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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