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창우 안전사회시민연대 대표

조선일보와 문화일보를 비롯한 여러 매체에 물병을 들고 외치는 사람이 소개됐다. 누군가 봤더니 이름깨나 알려진 함운경씨다. 38년 전 서울시청 근처에 있던 미문화원을 점거한 학생들의 중심인물이다. 삼민투위원장으로 더 많이 알려져 있다. 최근에는 횟집 주인으로 소개되고 있다.

미문화원 점거는 정계는 물론 우리 사회에 큰 충격을 줬다. 미국은 건들면 안 되는 존재, 곧 성역으로 치부되던 시절, 수도 서울에 있는 미문화원을 점거하고 “미국은 광주학살 책임 인정하고 공개사과하라”고 외쳤으니 사람들이 놀랄 수밖에 없었다. ‘철부지 운동권이 나라 망친다’는 사람도 있었지만 많은 국민은 찬사를 보냈다. 바로 그 인물이 수구적 색채의 매체에 대문짝만하게 나왔으니 사람들은 또다시 놀랐다.

함운경씨는 국민의힘 강연에서 야권의 오염수 관련 활동을 두고 “반일 감정을 부추기겠다는 명백한 의도를 가지고 시작한 싸움”이고 “이 싸움은 ‘과학 대 괴담’의 싸움이기도 하지만 사실 더 크게는 반일민족주의와의 싸움이고 자유 동맹을 지키는 싸움”이라고 말했다 한다. 그가 말하는 ‘반일민족주의’가 무얼 말하는지 심히 궁금하다.

후쿠시마 방사능 오염수 해양 투기 문제는 국민의 생명권과 안전권, 지구와 바다 지키기 차원에서 봐야 한다고 믿는 필자로서는 ‘자유 동맹을 지키기 위한 싸움’이라는 말에는 0.00001%도 동의할 수 없다. 보수적 색채의 매체들은 ‘함운경’을 들먹이며 사설을 써대고 있다. 한마디로 대서특필이다. 사면초가에 몰린 윤 정권과 국민의힘 입장에선 함운경씨가 천군만마일 것이다.

지면을 빌려 함운경씨에게 몇 가지 묻고자 한다. 우선, 태평양 바다에 방사능 오염수를 쏟아부으려는 일본 정부와 도쿄전력의 의도에 발맞추고 있는 정부와 국민의힘의 행태가 정당하다고 생각하는가?

둘째, 함씨는 “12년 전(도쿄전력 폭발 시점) 지금보다 1만 배(함씨의 페이스북에는 1000배로 되어있음) 더 많은 방사능이 사고로 누출됐고 대한민국 해안가 주변에서 계속 방사능을 측정했는데 의미 있는 변화가 전혀 없었다”고 말했는데 얼마만큼의 수치가 측정되면 ‘의미 있게’ 되는 건지 말해 주기 바란다.

셋째, 함씨는 “방류수 문제를 가지고 지금 나라가 시끄럽고 치열하게 논쟁 중인데, 당사국인 일본을 비롯해 미국이나 캐나다, 북한이나 중국에서 이런 논란이 있는 것이 아니고 오로지 대한민국에서만 이런 논란이 있다”고 했다는데 미국이나 캐나다는 왜 가만히 있다고 생각하며 그들이 가만있으면 우리도 가만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과 중국, 홍콩도 강력히 문제를 제기하고 있고 호주 등 17개 태평양 도서국은 오염수 해양 투기를 강력하게 반대하고 있는데 이들 나라는 ‘투명인간’이라도 된다는 말인가? 일본 어민들의 절규는 안 들리나?

넷째, 이른바 ‘다핵종 제거설비’의 효능 여부와 부실 문제는 차치하고 세슘137을 포함해 인체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방사능물질의 해양 투기는 바다를 오염시키고 인류의 건강과 생명에 악영향을 끼치는 건 분명한 만큼 튼튼한 용기나 인공 호수를 만들어 방사능물질을 가두는 대책을 주장할 생각은 없는가?

다섯째, 함씨는 페이스북에 “대한민국 정부가 시찰해서 확인하는 것도 우리 정부의 성과입니다. 주변국 동의를 얻기 위해 일본도 양보한 것이고 일본이 포항제철 공장 처리수가 궁금하니 굽어다 봐야겠다고 하면 쉽게 들어줍니까?”라고 물었는데 시찰 때 무엇을 확인했다는 것인가? 시료 채취도 허용되지 않았는데 일본의 양보로 볼 수 있는가? 포항제철 공장 처리수와 방사능 오염수가 같은 차원의 문제인가?

함운경씨께서는 질의에 대해 공개적인 답변을 해주실 것을 정중히 요청한다. 빠른 시간 안에 응답 있길 기대하면서 늘 건강하시길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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