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창우 안전사회시민연대 대표

일본은 자국민은 물론 한국의 국민, 세계 시민의 시선은 아랑곳하지 않고 방사능 오염수 해양 투기를 강행하고 있다.

기시다 정권은 ‘처리수의 해양 방류가 불가피하고 일단 시작하기만 하면 이후엔 소멸될 이슈’라고 생각하는 듯하다. 거대한 착각이다. 역사는 그들의 어리석음을 증명할 것이고 집권자들과 그들의 행동을 말리지 않은 일본 국민들을 후회하게 만들 것이다.

일본은 30년 전 러시아가 핵폐기물을 바다에 투기할 때 자신들이 어떻게 했는지 기억할 필요가 있다. “바다는 방사능 쓰레기장이 아니다”면서 결사반대했다. 결국 옐친 러시아 대통령으로부터 바다에 ‘핵폐기물 투기를 하지 않겠다’는 약속까지 받아냈다.

체르노빌 핵발전소가 폭발했을 때 방사능 공포를 극대화하고 소련을 성토하던 일본이다. 소련이 잘못한 점에 대해 비판하는 건 당연하지만 당시에 일본이 보인 반응은 상상 초월이다. 연일 전투기를 띄워 방사능을 측정하고 스페인, 그리스를 포함한 12개국의 농산물과 식품 수입을 중단하고 방사능 안전 규정을 매우 까다롭게 바꿨다.

오늘의 일본 정부는 어떻게 하고 있나? 미국의 묵인 내지 지지 속에 핵마피아의 아지트라는 소릴 듣는 국제원자력기구의 지원만 믿고 바다에 방사능 오염수 투기를 강행하고 있다. 자신들이 하는 것은 괜찮고 다른 나라가 하는 건 절대 안 된다는 그들의 논리를 누가 납득할 수 있겠나?

일본은 시도 때도 없이 후쿠시마산 수산물 수입을 안 한다고 한국을 성토했다. 체르노빌 핵발전소가 폭발했을 때 자신들의 반응을 생각한다면 할 수 없는 행동이다.

이중 잣대는 매우 위험하다. 내가 하면 정당하고 남이 하면 부당하다는 논리에 빠져들기 때문이다. 오로지 나의 판단이 잣대의 기준이기 때문에 자신의 잘못된 판단에 둔감해지거나 무감각해지고 결국에는 자신이 잘못하고 있는 걸 깨닫지도 못하는 단계에 이르고 만다.

지금 일본 정부는 자신의 잘못이 무엇인지도 모르고 있다. “내 맘대로 하면 된다”는 오만함의 극치를 드러내고 있다. 일본은 국제원자력기구에 돈을 많이 대고 있고 미국을 필두로 거대한 제국들과 두터운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발언권이 클 수밖에 없다.

한 조사에 따르면 아시아태평양 지역 10개국 국민 80%가 일본의 오염수 해양 투기를 반대하고 있다. 한국 갤럽 조사에서 우리나라 국민 78%가 걱정하고 있다. 이웃 나라 사람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자신들이 가진 힘만 믿고 해양 투기를 강행한다면 일본은 방사능 오염수를 바다에 투기하는 나라로 지목돼 인류 공공의 적으로 인식될 것이다.

핵폐기물의 해양 투기에 반대하는 나라들이 국제적으로 영향력 없는 나라라고 생각할지 모른다. 국제 정치는 영향력 여부만을 판단 기준으로 삼을 수 없다. 정당성과 여론이 중요하다. 안목이 짧은 자의 눈엔 영향력만 있으면 모든 게 해결되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 역사를 되돌아보면 ‘정당성 없는 영향력’은 득이 아니라 독이 된다.

일본제국주의는 아시아 여러 나라를 침략할 때 영향력만 믿고 날뛰었다. 영국과 미국의 지원과 자신의 군사력만 믿고 아시아 사람들을 살해하고 성노예로 부리고 수탈했다. 땅을 빼앗고 강토를 짓밟았다. 결과는 어떻게 됐나? 남의 나라를 침략해서 식민지로 삼고 자원을 수탈할수록 탐욕의 소용돌이 속에 빠져 더 많은 식민지를 원하고 침략성을 더욱 노골화한 일본이다. 결국 고립무원 상태에 빠져 나라가 패망하기에 이르지 않았나?

지금 일본이 하는 행태는 일본제국주의가 힘과 영향력만 믿고 날뛰는 모습 그대로다. 달라진 게 있다면 한국 정부가 일본 정부의 들러리 노릇 하면서 부화뇌동하는 거다. 일본은 정부만 상대해서는 안 된다. 중요한 것은 한국 국민을 비롯한 아시아 각국, 태평양 도서국을 포함한 세계 시민의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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