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못 다한 책임” 발언에
비명 “李, 앞으로의 방향 암시”
“총선 승리할 방안 내놓을 것”
李 역할 이르다는 의견도 지속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전 대표가 1년간의 미국 유학 생활을 마친 뒤 24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한 뒤 지지자들을 향해 인사하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전 대표가 1년간의 미국 유학 생활을 마친 뒤 24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한 뒤 지지자들을 향해 인사하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천지일보=이재빈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25일 이낙연 전 대표의 귀국으로 술렁이는 분위기다. 앞서 민주당은 이 전 대표가 당에 끼칠 영향에 대해 고개를 저었지만, 이 전 대표가 복귀하자 그의 역할론이 다시 떠오르는 모양새다.

이날 정치권에 따르면 이 전 대표는 24일 인천공항에 도착한 후 취재진과 만나 “대한민국은 여기저기 무너지고 있다”며 “수출이 위축되고, 경제가 휘청거리고, 민주주의와 복지도 뒷걸음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대한민국이 불안하다. 저의 책임도 있다는 것도 잘 안다”며 “저의 못 다한 책임을 다 하겠다. 이제부터는 여러분 곁을 떠나지 않겠다”고 말했다.

이 전 대표의 이 같은 발언에 당내에선 이 대표의 역할론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이 전 대표의 ‘못 다한 책임’ 발언이 지난 대선 후보 경선에서 패배한 부분이나 총괄선거대책위원장으로서 대선을 승리로 이끌지 못한 점을 가리킨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 것이다. 

당초 당 안팎에선 이 전 대표가 비명(비 이재명 대표)계의 구심점을 맡을 가능성이 점쳐졌다.

이 전 대표 귀국 날 공항을 찾은 비명계 의원들도 이 전 대표의 향후 정계 활동에 대한 기대를 내비쳤다.

민주당 윤영찬 의원은 이 전 대표가 “못 다한 책임을 다하겠다”고 발언한 대목은 그가 정계 복귀를 시사한 것이라는 해석을 냈다. 윤 의원은 “본인을 응원했던 많은 분께 본인의 책임을 다하지 못한 미안함과 앞으로 가야 할 방향에 대한 암시”라고 설명했다.

설훈 의원도 “(이 전 대표는) 기다리면서 당내 자신의 역할을 논의하며 (살펴)보게 될 것”이라며 “당이 위기에 처하면 몸을 던져 당을 구하겠다는 취지”라고 했다.

또 박지원 전 국정원장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전 대표의 귀국을 (민주당의) 단합과 재탄생 계기로 만들어야 한다”며 “민주당의 최대의 개혁과 혁신은 단합과 강한 야당이 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전 대표가 1년간의 미국 유학 생활을 마친 뒤 24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한 뒤 지지자들을 향해 발언하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전 대표가 1년간의 미국 유학 생활을 마친 뒤 24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한 뒤 지지자들을 향해 발언하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앞서 민주당에선 이 전 대표의 역할론에 관해 회의적인 시각이 주를 이룬 바 있다. 

그는 정비 기간이 필요할뿐더러 당에서 특정 역할을 수행할 기반이 부족해 정계 복귀는 시간이 걸릴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이 전 대표가 독일 강연에서 총선 불출마를 시사한 부분도 그가 당분간 정비에 집중할 것으로 보이는 이유 중 하나로 꼽힌다.

내홍도 마찬가지다. 계파 갈등이 심화하는 가운데 이 전 대표를 중심으로 비명계가 결속을 강화해 나선다면 친명(친 이재명 대표)계와의 마찰을 더 악화시킬 수 있기 때문에 이 전 대표가 당을 생각한다면 이러한 행보를 보이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실제로 정치권에선 민주당이 총선을 앞두고 내홍을 극한으로 몰 이유가 없다는 분석이 있었다.

최근 민주당이 당 쇄신을 위해 혁신위를 출범시킨 지 얼마 안 된 부분도 고려해야 한다. 이미 혁신위가 당 상황 개선에 나섰기 때문에 이 전 대표가 당에 영향을 끼치려 할 경우 쇄신 로드맵에 혼선이 생길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이 전 대표의 역할론이 다시 불거진 건 총선을 앞두고 이재명 대표의 리더십이 손상되는 모습이 나오면서 최악의 상황을 대비해 다른 대안을 제시할 인물이 필요하다는 판단이 당내에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앞서 이 대표는 그의 사법리스크와 강성 지지층 조치 미흡, 당 전당대회 돈 봉투 의혹, 무소속 김남국 의원의 가상화폐 이상 거래 의혹 등 사안으로 당 운영 및 문제 대응 면에서 수차례 비판을 받은 바 있다.

이 대표 체제가 당내 지지를 잃을수록 민주당은 총선을 온전히 준비하기 어렵다. 일부 민주당 의원들은 총선을 앞두고 당이 비상대책위원회 체제에 돌입할 가능성도 언급했다. 

이를 미루어 볼 때 총선이 가까워질수록 이 전 대표의 역할론은 더욱 부각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민주당 김철민 의원은 전날 공항에서 “(이 전 대표가) 총선에서 역할을 해주는 게 민주당에서 받은 혜택의 보답”이라며 “당이 총선에서 승리할 수 있는 방안을 내놓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전 대표가 1년간의 미국 유학 생활을 마친 뒤 24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하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전 대표가 1년간의 미국 유학 생활을 마친 뒤 24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하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한편 이 대표는 이날 서울 중구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6.25 전쟁 제73주년 행사 후 취재진과 만나 ‘이 전 대표의 귀국을 어떻게 봤나’라는 질문에 “백지장도 맞들어야 할 어려운 시국이라 모두가 힘을 합쳐야 한다”고 답했다. 그가 이같이 발언한 건 이 전 대표를 중심으로 비명계가 결속하면서 내홍이 심화할 가능성을 고려해 협력의 메시지를 낸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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