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교회서 AI가 예배 진행
흑인 남성 모습으로 화면에
참석한 신도들 반응 ‘극과극’

국내 교계서도 챗GPT 관심
목회 도입에 대해선 경계심
신도 과반도 AI 목회 부정적

9일(현지시간) 독일 바이레른주 성바울교회에서 수백명의 신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챗GPT 목사가 예배를 진행하고 있다. 강단 위 대형 화면에 아바타가 나와 기도부터 설교, 축복 등 40분간 예배를 이끌었다. (출처:AP/연합)
9일(현지시간) 독일 바이레른주 성바울교회에서 수백명의 신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챗GPT 목사가 예배를 진행하고 있다. 강단 위 대형 화면에 아바타가 나와 기도부터 설교, 축복 등 40분간 예배를 이끌었다. (출처:AP/연합)

[천지일보=임혜지 기자] 챗GPT와 같은 생산형 인공지능(AI)이 종교까지 섭렵할 것이라는 우려가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최근 독일의 바이레른주 성바울교회에서는 AI 목사가 등장해 화제다. AI는 흑인 남성 아바타 모습으로 제단 위 대형 스크린에 나타난 뒤 “최초의 인공지능으로 여러분께 설교하게 돼 영광입니다”라는 말로 설교를 시작했다. AI 목사는 신자들에게 과거를 뒤로 하고 현재에 집중할 것을 주문하며 죽음을 두려워하지 말라고 설교했다. 또 예수 그리스도에 대한 믿음을 잃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약 300명이 참석한 이 예배는 빈 대학교의 신학자이자 철학자인 요나스 심머라인과 챗GPT가 함께 만들었다. 심머라인은 한 인터뷰에서 “내가 이 예배를 구상했으나 98%는 챗 GPT에서 나온 것이기도 하다. 나는 인공지능에 ‘우리는 교회에 있고 당신의 설교자입니다. 교회 예배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라고 물었다”며 예배를 생성한 질문을 공개하기도 했다.  

AI 목사를 목도한 성도들의 반응은 엇갈렸다고 한다. AP통신에 따르면 이날 예배에 참석한 한 신도는 “마음도 영혼도 없다”며 “아바타는 감정을 드러내지 않고, 몸짓도 없었으며, 빠르고 단조롭게 말해서 집중하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반면 루터교 목사 마크 얀센은 “(아바타가) 얼마나 잘 작동하는지 정말 놀랐다”고 말했다.

◆ 국내 교계 챗GPT 관심…우려도 공존

챗GPT는 미국 회사인 오픈에이아이(Open AI)가 지난해 12월 1일 공개한 대화 전문 인공지능 챗봇이다. GPT는 ‘Generative Pre-trained Transformer’를 뜻하는 말로, ‘딥 러닝’을 활용한 인공지능이다. 한마디로 챗GPT와 사람처럼 말을 주고 받을 수 있다. 공개 40일 만에 가입자 수가 1000만명을 넘었고, 공개 이후 전 세계 1억명 이상이 이용했다고 한다.

챗GPT. (출처: 연합뉴스)
챗GPT. (출처: 연합뉴스)

인공지능 기술의 빠른 발전으로 AI가 우리 일상까지 깊게 관여하기 시작하면서 신부나, 목사 스님과 같은 종교인들의 자리도 도전받고 있다. 인공지능을 장착한 로봇이 성당이나 교회에서 신도들을 대상으로 설교하고 절에서 스님을 대신해 법회를 이끌 것이란 상상은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국내 교계에서도 챗GPT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지난 3월 목회데이터연구소·미래목회와말씀연구원이 챗GPT에 대한 목회자(담임목사 325명, 부목사 325명 대상)의 인식과 사용 실태를 조사한 결과, 목회자 42%가 목회·설교를 위해 챗GPT를 사용해 본 적 있다고 답했고 이 가운데 10명 중 8명은 앞으로 설교 준비에 챗GPT가 사용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교계에서는 목회자의 역할에 로봇이나 AI 기술이 도입되는 것을 경계하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한국복음주의협의회가 지난 2020년 ‘4차 혁명시대 교회와 예배’를 주제로 연 정기 월례회에 참석한 평택대 외래교수 전대경 목사는 발제를 통해 “인공지능은 기능적인면에서 목사의 역할을 제한적으로 수행할 수도 있지만, 결국 ‘마음’이 없으므로 인격과 영성도 없으며 교회의 본질적 기능인 권징과 치리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또 김상구 백석대 교수는 “미래를 지향하는 관점보다 오히려 원초로 가야 한다”며 “답은 성경으로 돌아가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신도들 사이에서도 AI 목회에 대한 거부감이 적지 않다. 목회데이터연구소가 신도 360명을 상대로 설문 조사를 진행한 결과 10명 중 6명이 “목회자가 챗GPT를 통해 생성된 설교문을 사용하는 것을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답했다. ‘받아들이기 어렵다’가 60%로 가장 많았고, ‘받아들일 수 있다’ 30%, ‘잘모르겠다’ 10% 순이었다. 

이에 대해 목회데이연구소는 “(목회자들이) 실제 목회현장에서 챗GPT 생성 설교문을 사용하는 데에는 큰 부담감이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 사찰부터 성당까지, 성직자 로봇 이미 곳곳에  

우려 속에서 종교 현장에 AI 도입을 찬성하는 입장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방대한 정보와 지식으로 신도들에게 성서에 대한 다양한 해석을 줄 것이며, 고민을 털어놓고 조언을 얻는 역할을 대체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영국 매체 더선에 따르면 보스턴 대학에서 신학과 함께 컴퓨팅을 연구하고 있는 웨슬리 와이드먼 교수는 “AI가 곧 사람보다 더 나은 종교 활동을 수행하는 시대가 올 것”이라며 “AI는 대부분의 설교자보다 더 나은 설교를 할 수 있고 더 많은 성경 공부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AI가 고민을 털어놓고 조언을 얻는 역할을 대체할 수 있다며 심적으로 힘든 사람들에게 위로를 주는 종교지도자 역할을 충분히 수행할 수 있다고 봤다. 

그러면서 일본에서 이미 AI로봇이 종교 행위를 대신 하고 있다는 점을 주목했다. 2019년부터 고다지 신전에서 설교와 경전을 읊고 있는 ‘민다르’가 그 주인공이다. 

일본 교토의 400년 넘은 사찰로 유명한 고다지 사원에 있는 AI 로봇 민다르. 민다르는 관세음보살 칸논의 형상을 본떠 만들어졌다. (출처:BBC)
일본 교토의 400년 넘은 사찰로 유명한 고다지 사원에 있는 AI 로봇 민다르. 민다르는 관세음보살 칸논의 형상을 본떠 만들어졌다. (출처:BBC)

종교 로봇은 이외에도 각국에서 선보인 바 있다. 먼저 2019년 로마에서 개최된 종교 예술 전시회에서는 ‘산토’가 소개됐다. 산토는 성당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성직자를 닮은 43cm 크기의 로봇이다. 컴퓨터와 마이크, 얼굴 인식 카메라 등이 장착된 산토는 일반인이 말을 걸면 성경에 나오는 문구를 읽어준다.

이보다 앞선 2017년에는 독일에서 루터의 종교개혁 500주년을 기념해 인간의 축복을 비는 ‘블레스-유’ 로봇을 만들기도 했다. 얼굴과 양팔, 그리고 터치스크린이 장착된 이 로봇은 7개국 언어로 말할 수 있으며, 남성과 여성 각각의 목소리로 축복의 메시지를 전한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4차 산업혁명과 인공지능의 진화 등 사회 전반에서 나타나는 변화를 종교계도 수용하고 활용 방안을 찾아야 할 때라는 판단이 나오고 있다.

그렇다면 AI 종교지도자에 관한 챗GPT 생각은 어떨까.

챗GPT에 ‘AI 종교지도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을 하자 챗GPT는 “기술적인 능력과 지식을 활용해 종교 지도와 조언을 제공할 수 있지만, 그 자체로는 감정, 진정성 등을 인간과 동일하게 이해하거나 처리하는 것은 어려울 수 있다”며 “종교 지도는 위로, 진심, 공감과 같은 인간적인 요소를 필요로 하기 때문에 AI 종교지도자는 인간과는 차이가 있을 수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종교에 있어 AI와 사람은 상호보완적인 관계로 나아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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