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종청소” 등 비판 고조돼와
“우 정책에 대응했던 것” 반박
동화정책→다문화 정책 변경
러 “언어선택 권리 있어” 번복
격전지 헤르손 공방은 진행 중

6일(현지시각) 우크라이나 헤르손 홍수 지역에서 구조대원들이 주민들을 구조해 안전한 곳으로 대피시키고 있다. (AP/뉴시스)
6일(현지시각) 우크라이나 헤르손 홍수 지역에서 구조대원들이 주민들을 구조해 안전한 곳으로 대피시키고 있다. (AP/뉴시스)

[천지일보=최혜인 기자] 며칠 전 댐 붕괴가 발생해 침수가 발생한 지역인 헤르손주(州)에서 우크라이나어가 러시아어와 함께 공용어로 채택됐다. 그간 러시아는 점령지를 대상으로 러시아 동화정책에 열을 올려 왔는데, 비판의 목소리가 제기된 ‘문화 말살 정책’이 결과적으로 통하지 않자 정책 방향을 전면 수정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러한 러시아의 문화 말살 정책은 그간 우크라이나가 펴온 ‘러시아 문화 말살 정책’에 대한 대응이라는 시각도 있다.

12일 천지일보가 단독 입수한 법령 시행문에는 헤르손주에 거주하는 시민들이 지역 내에서 자유롭게 의사소통 언어를 선택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헤르손 주지사 권한대행인 블라디미르 살도는 “6월 12일 ‘러시아의 날’ 전날(헤르손 현지시간), 우크라이나어는 러시아어와 함께 헤르손 지역의 영토에서 의사소통과 업무 처리를 위해 사용될 수 있는 법령에 서명했다”고 밝혔다.

이어 “어제 대화에서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이번 결정의 중요성과 시기적절함을 확인했다”며 공용어 법령 시행을 공식화했다. ‘러시아의 날’은 매년 6월 12일에 해당하는 러시아의 공휴일로 소련이 무너지고 러시아 연방이 설립된 1991년 6월 12일을 기리기 위해 제정됐다.

러시아 연방헌법 제8호-FKZ ‘수용에 대해’ 항목을 언급한 이번 법령 시행문을 살펴보면 1991년 10월 25일 제정된 제1807-1호 ‘민족의 언어에 대한’ 사항으로 크게 3가지를 새롭게 규정했다.

댐 붕괴가 발생해 침수가 발생한 지역인 헤르손주(州)에서 우크라이나어가 러시아어와 함께 공용어로 채택됐다. 사진은 러시아 연방헌법 제8호-FKZ ‘수용에 대해’ 항목을 언급한 이번 법령 시행문. ⓒ천지일보 2023.06.12.
댐 붕괴가 발생해 침수가 발생한 지역인 헤르손주(州)에서 우크라이나어가 러시아어와 함께 공용어로 채택됐다. 사진은 러시아 연방헌법 제8호-FKZ ‘수용에 대해’ 항목을 언급한 이번 법령 시행문. ⓒ천지일보 2023.06.12.

먼저 ‘의사소통, 교육, 학습, 창의성의 언어로서 러시아어와 우크라이나어, 크림(크름)-타타르어, 기타 언어에 대한 자유로운 선택을 통해 헤르손 지역주민들에게 권리가 보장된다는 것을 인정한다’라는 내용이 담겼다. 두 번째와 세 번째는 같은 내용이지만 소규모 지역과 국가기관 활동 등에서도 공식 언어 영역에서 러시아어와 우크라이나어를 사용할 수 있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그동안은 주민들이 우크라이나 가요를 공공장소에서 부르는 게 금지됐고 우크라이나어를 사용할 시 체포될 수도 있었다. 주민들의 증언에 따르면 배움터인 일선 학교들은 러시아 교육과정을 채택해야 했고, 학생들은 러시아 국가를 외우는 등 우크라이나인이 아닌 러시아인이라고 교육받아야 했다.

이는 마치 과거 세계대전 전범국 일본이 일제강점기에 한글을 금지하는 등 내선일체라는 구호를 내걸고 민족말살정책을 추진한 대목과 겹친다. 언어가 문화를 이루는 데 핵심 요소인 점을 고려해 모국어부터 없애려 한 것이다.

이처럼 헤르손 점령 후 반년이 넘도록 TV와 거리 광고판에 러시아 행정당국의 선전이 이어졌지만, 오히려 강제성이 주민들의 반감을 사게 하는 등 역효과를 불러왔다. 실제 전쟁 전에 러시아어로 2개 국어를 하던 다수의 우크라이나인은 러시아어를 쓰지 않는 방향으로 틀기도 했다.

러-우크라 전쟁이 2022년이 아닌 이미 2014년에 예고 됐다는 박병환 소장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자료. 이 지도에서 2014년 내전이 발발했던 지역과 2022년 전쟁이 발발한 지역이 겹친다. (제공: 박병환 유라시아연구소장) ⓒ천지일보 2023.03.04.
러-우크라 전쟁이 2022년이 아닌 이미 2014년에 예고 됐다는 박병환 소장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자료. 이 지도에서 2014년 내전이 발발했던 지역과 2022년 전쟁이 발발한 지역이 겹친다. (제공: 박병환 유라시아연구소장) ⓒ천지일보 2023.03.04.

우크라이나에서는 불과 지난 2019년까지 우크라이나어와 러시아가 공용어로 국민 30%가 러시아를 사용해왔다. 그러다가 이번에 우크라이나어까지 공용어로 인정한다는 법령이 시행하게 됐다.

그러나 우크라이나가 자국 내에서 러시아어 사용 전면 금지 등 강경한 정책을 편 것에 대한 대응이라는 시각도 있다. 과거 우크라이나가 1991년 소련으로부터 독립한 이래 역대 정부는 친서방, 친러 노선이 교차했는데, 우크라계가 다수인 서부와 러시아계가 다수인 동부는 지지하는 정파에서 극명한 차이를 보였다.

그러던 중 2014년 극심한 정치적 혼란이 있었고, 이 과정에서 서부 지역 과격 민족주의 세력이 당시 친러 성향 야누코비치 대통령의 합법 정부를 폭력으로 무너뜨리고 친서방 정권을 수립했다. 그 이전까지 우크라이나는 극단적인 친서방-친러 외교정책을 취하지 않았으나, 새 정부는 우크라 내 러시아어 사용 전면 금지 등 강경한 정책을 폈다.

이에 러시아도 맞대응을 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서방 언론이 거의 보도하지 않았지만 우크라군이 소위 ‘반란 지역’에 대해 ‘인종청소’ 수준의 만행을 자행했고, 이에 지역 지방 정부들이 러시아에 도움을 요청해 헤르손 등을 장악, 같은 방식의 정책을 폈다는 시각이다.

러-우크라 전쟁이 2022년이 아닌 이미 2014년에 예고 됐다는 박병환 소장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자료. 이 지도에서 오른쪽 청녹색으로 표시된 지역이 러시아어를 주민 80%이상이 사용하는 지역이다. 현재  전쟁은 이곳에서 진행되고 있다. (제공: 박병환 유라시아연구소장) ⓒ천지일보 2023.03.04.
러-우크라 전쟁이 2022년이 아닌 이미 2014년에 예고 됐다는 박병환 소장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자료. 이 지도에서 오른쪽 청녹색으로 표시된 지역이 러시아어를 주민 80%이상이 사용하는 지역이다. 현재 전쟁은 이곳에서 진행되고 있다. (제공: 박병환 유라시아연구소장) ⓒ천지일보 2023.03.04.

헤르손 주지사 권한대행은 이날 법령 시행을 공표하면서 “국가의 우선순위는 무엇보다 사람들의 문화적·정신적·역사적 가치에 대한 관심이다. 시민들은 의사소통, 교육, 문화, 창의성의 모든 언어를 자유롭게 선택할 권리가 있다”며 과거의 입장을 번복했다.

그러면서 “그 누구도 러시아 연방의 다국적 국민의 단결에 영향을 줄 수 없다”면서 “헤르손 홍수 지역에서 대피한 우크라이나 정권의 공격에 대응해 공통의 역사적 목표를 중심으로 더욱 강력하게 단결할 것”이라고 피력했다.

◆‘핵심 격전지’ 헤르손은 어떤 곳

이곳 헤르손은 러시아가 2014년 강제병합한 크름(크림)반도와 돈바스 지역을 육로로 잇는 전략적 요충지로 꼽힌다. 러시아 혈맹 벨라루스를 거쳐 우크라이나를 가로질러 흑해로 향하는 드니프로 강 하구에 자리 잡고 있어 흑해 연안으로 가는 교통 요충지라고 할 수 있다.

전략적 중요 지역인 만큼 러시아군은 침공전 개시 7일째인 지난해 3월 2일 헤르손 주도인 헤르손시를 발빠르게 함락시켰다. 초기부터 러시아군에 점령됐지만 그간 서로 뺏고 뺏기며 전쟁 발발 1년 반이 다된 지금까지도 댐 폭파 등 치열한 공방이 이뤄지고 있다.

헤르손은 러시아가 지난해 9월 동부의 도네츠크·루한스크와 남부의 자포리자 등 3개주와 함께 러시아 영토로 편입을 묻는 주민투표를 벌여 병합을 일방 선포한 곳이기도 하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러시아가 점령지를 강제 병합하는 주민투표를 벌일 경우 향후 협상은 없을 것이라고 규탄하며 러시아에 자국 영토를 양도하지 않겠다는 기존 입장을 거듭 내세웠다. 그러나 러시아는 이 같은 반대와 주민들의 성향이 달라 각종 부작용이 우려되는 상황 속에서도 강제 합병을 꾀했다.

[헤르손=AP/뉴시스] 우크라이나 정부는 지난 25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남부 헤르손을 완전히 장악한 러시아가 '위장' 주민투표를 시행해 이 지역을 '헤르손 인민공화국'으로 만들 것이라고 전했다. 사진은 지난 3월 7일 헤르손 주민들이 러시아의 점령에 반대하며 러시아 군인들을 향해 구호를 외치는 모습. 2022.04.28.
[헤르손=AP/뉴시스] 우크라이나 정부는 지난 25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남부 헤르손을 완전히 장악한 러시아가 '위장' 주민투표를 시행해 이 지역을 '헤르손 인민공화국'으로 만들 것이라고 전했다. 사진은 지난 3월 7일 헤르손 주민들이 러시아의 점령에 반대하며 러시아 군인들을 향해 구호를 외치는 모습. 2022.04.28.
러시아가 점령한 우크라이나 동부 지역 주민들이 23일(현지시간) 러시아 영토로 편입 여부에 대한 주민투표를 하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러시아가 점령한 우크라이나 동부 지역 주민들이 23일(현지시간) 러시아 영토로 편입 여부에 대한 주민투표를 하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그러다가 서방 지원을 힘입은 우크라이나군의 대규모 반격으로 점령지 탈환 공세에 처하고 돈바스 지역 완전 장악에도 실패하면서 투표 일정은 잠정 연기돼왔다. 점령지 약 500㎢를 뺏기는 등 수세에 몰리자 헤르손 친(親)러 괴뢰 정부는 대피령을 내려 수만명의 친러 주민들을 대피시키기도 했다.

이후 다시 헤르손을 차지한 러시아는 지난해 9월 23~27일 도네츠크·루한스크·자포리자·헤르손 등 4개 지역에 대해 러시아 합병 찬반 주민투표를 시행했다. 합병이 가결됐다. 당시 러시아가 병합 후 ‘러시아화’를 시도했으나 친러시아 분리주의 세력 등을 통해 강제 병합한 지역이다 보니 기존의 친러 주민들이 아닌 다른 주민들의 반대가 거셌다.

실제 주민들은 “여기서 일어난 일은 인종청소였다” “러시아군은 친우크라이나 주민들을 억압했다” 등 비판의 목소리를 쏟아냈다. 이에 ‘문화 말살’이 통하지 않자 방향을 전면 틀었다는 분석이다.

◆‘댐 붕괴’로 40개 마을 잠긴 헤르손

헤르손은 이달 들어 초유의 댐 붕괴 사태가 일어난 곳이기도 하다. 러시아가 장악한 우크라이나의 남부 헤르손주에 있는 대규모 댐인 카호우카 댐이 파괴돼 그 아래에 있는 40개에 달하는 마을과 2만여명 이상의 이재민이 무더기로 발생했다.

유엔이 수십만명에서 많게는 수백만명이 크고 작은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경고한 가운데 현재까지도 피해가 현실화하고 있다. 다목적댐인 카호우카 댐은 높이 30m, 길이 3.2㎞로 저수량은 18㎦에 달한다. 우리나라 최대 호수인 소양호(2.9㎦)의 약 6배 물을 담은 이 댐이 단계적인 붕괴로 완전히 무너질 경우 수많은 이재민이 발생하고 유럽 최대 원자력발전소인 자포리자 원전마저 위험해진다는 우려까지 나오는 실정이다.

그러나 민간인 피해가 가중되고 있는데도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양측은 이번 폭파를 놓고 서로 ‘네탓 공방’을 벌이고 있다.

지난 6일(현지시간) 댐 붕괴 사태가 발생하자 우크라이나 측은 “러시아 점령군에 의해 댐이 폭파됐다”라고 발표한 뒤 유엔에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긴급회의 소집을 요청했다.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러시아의 테러 행위”라고, 안드리 예르마크 우크라이나 대통령 비서실장은 “러시아의 환경학살행위(ecocide)”라고 비난했다.

이와 함께 국제원자력기구(IAEA)에 러시아 테러 문제를 이사회 회의 안건으로 상정해달라고 요구했다. IAEA는 카호우카 댐이 자포리자 원전(ZPP)에 냉각수를 공급하는 핵심 기반시설인 만큼 이번 사태가 원전에 미칠 영향을 면밀히 들여다보고 있다.

카호우카 댐 붕괴로 러시아 점령지 헤르손 도시가 물에 침수된 모습. (카호우카 당국)
카호우카 댐 붕괴로 러시아 점령지 헤르손 도시가 물에 침수된 모습. (카호우카 당국)

반면 러시아 측도 이번 댐 공격을 ‘테러 공격’이라고 규정하고 “우크라이나가 포격으로 댐 상부를 파괴했다”고 비난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카호우카 댐 폭파는 우크라이나의 비밀파괴 공작”이라며 “대규모 환경·인도적 재앙을 초래한 야만적 행위”라고 규탄했다.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는 나토-우크라 위원회 간 화상 회의를 주재할 계획이라고 밝혔고,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에 사건을 규명할 국제조사위원회 구성을 제안했다.

◆“원전도 타격… 핵 재앙 될 수도”

서방에서는 댐 붕괴를 놓고 “우크라이나의 대반격을 막기 위한 러시아의 소행”이라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댐이 무너져 범람한 광범위한 지역이 물에 잠기면 우크라이나군이 이쪽으로 탱크나 장갑차를 몰고 올 수가 없으니, 이를 노린 러시아의 소행이라는 주장이다.

또 다른 전문가들은 이러한 분석들이 몇 가지 사실을 두고 볼 때 타당성이 떨어진다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헤르손 지역 전문가들에 따르면 댐 폭파로 조성된 수몰 지역은 헤르손시 일부와 드네프르강 동쪽에 더욱 치중돼 있다. 드네프르강 연안에는 러의 방어진지도 구축된 상태다. 러시아가 통제하는 헤르손 동부 블라디미르 살도(Vladimir Saldo) 수장 대행은 7일(현지시간) “댐 파괴로 35개의 정착촌이 침수됐다”고 말했다.

가장 심각한 문제는 이 댐으로 조성된 저수지가 바로 크림반도 전체의 상수원에 해당한다는 점과 이 저수지에서 운하로 연결돼 크름(크림)반도 전역에 먹는 물을 공급한다는 점이다. 우크라이나 측은 2014년부터 이 상수원을 차단했다. 러시아는 바로 이런 이유로 지난해 2월 24일 러시아가 주장하는 ‘특별군사작전’ 개시 직후 가장 먼저 이곳을 점령했다.

이 저수지가 자포리자 원전의 냉각수 공급원인 점은 더 중요하다. 댐이 폭파해 물이 대거 하류로 방류되면 치명적인 핵 재앙으로 이어질 수 있는 우려가 나온다.

[AP/뉴시스] 우크라 대통령실 배포 비디오 사진으로 6일 카코우카 댐이 무너져 큰 물이 넘쳐 흐르고 있다
[AP/뉴시스] 우크라 대통령실 배포 비디오 사진으로 6일 카코우카 댐이 무너져 큰 물이 넘쳐 흐르고 있다

라파엘 그로시(Rafael Grossi) 국제원자력기구 사무총장은 7일(현지시간) 러시아 매체 스푸트니크와의 인터뷰에서 “헤르손 지역의 카코프카 댐 공격으로 자포리자 원자력발전소의 냉각 용량이 중기적으로 중단돼 원자로에 심각한 피해를 입힐 수 있다”고 말했다.

댐 폭파로 물이 범람해 민간인까지 피해를 본다면 폭파를 주도한 주체는 국제 협약을 위반한 전범국이 될 수 있다. 적대행위에 가담하지 않은 사람을 보호해야 한다는 제네바협약의 기본 원칙을 무시한 것이어서다.

◆예견됐던 카호우카 댐 폭파

이처럼 상황이 악화되는 가운데 카호우카 댐의 폭파가 이미 예견됐던 참사였다는 단서들도 나왔다. 이에 유엔이 이를 알면서도 방치 또는 미온적으로 대처한 것 아니냐는 주장이 나온다.

천지일보가 6일 러시아 외무부를 통해 단독 입수한 유엔 주재 러시아 대사의 공문이 그중 하나다. 바실리 네벤자(Vasily Nebenzya) 유엔 주재 러시아 대사는 노바 카호우카 댐에 우크라이나로부터 대규모 미사일 공격이 이뤄지고 있다면서 지난해 10월 21일 유엔과 안전보장이사회의(안보리)에 모든 조치를 취해줄 것을 강력히 요청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관련기사: [단독] ‘홍수 사태’ 카호우카 댐 폭파 예견됐었다… 유엔, 조치요청 방치 의혹(대사 전문 공개))

실제 그가 강력한 요청을 담은 전문을 보낸 뒤 지난해 11월 6일(현지시간) 카호우카 댐 인근에는 우크라이나로부터 대규모 미사일 공습이 벌어졌다. 다만 이조차 러시아 측에서 미리 계획한 댐 파괴 공작의 일환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민간 피해

유엔의 마틴 그리피스 인도주의 긴급구호 담당 사무차장은 6일(현지시간) 카호우카 수력발전 댐 폭파로 막대한 피해가 일어나고 있다고 밝혔다고 AP 등 외신이 이날 전했다. 그는 이날 열린 유엔안보리 긴급회의에서 댐 파괴로 이 일대의 수해뿐 아니라 수백만명이 식수와 농업용수 부족으로 큰 타격을 입을 것이며 이미 피해가 시작됐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 당국은 현재까지 헤르손의 최소 40개 마을이 완전·부분 침수됐고 그 규모는 수일 내에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발표했다. 유엔 구호단은 침수지역에 접근조차 어려운 상태다.

유엔에 따르면 이미 전쟁으로 큰 타격을 입은 식량 공급에도 더 큰 타격이 예상된다. 지뢰나 폭탄 같은 무기비축 시설이 유실돼 지뢰와 폭발물들이 범람된 물을 타고 널리 퍼지면서 수십만명의 민간인들이 예상치 못한 생명의 위협을 받게 될 것이라는 우려다. 카호우카 당국은 6일(현지시간)까지 댐 폭파로 최소 7명의 주민이 실종됐다고 밝혔다.

유엔은 이날 인근의 14개 거주 지역이 침수되면서 집을 잃고 이재민이 된 1만 6000명의 민간인에게 긴급 구호품을 전달하기 위한 노력을 시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6일(현지시간) 러시아가 점령한 우크라이나 헤르손주 드니프로강 카호우카 댐이 파괴돼 홍수가 발생하자 구조대원들이 주민들을 구출하고 있다. 카호우카 댐은 이날 포탄 공격으로 갑문이 파손됐으나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서로를 배후로 지목하며 진실 공방을 이어가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2023.06.07.
6일(현지시간) 러시아가 점령한 우크라이나 헤르손주 드니프로강 카호우카 댐이 파괴돼 홍수가 발생하자 구조대원들이 주민들을 구출하고 있다. 카호우카 댐은 이날 포탄 공격으로 갑문이 파손됐으나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서로를 배후로 지목하며 진실 공방을 이어가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2023.0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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