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7일 국회 본관 당대표 회의실 앞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래경 혁신위원장이 지난 5일 임명된 지 9시간 만에 사퇴한 것과 관련해 “무한 책임을 지는 것이 당대표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어떤 방식으로 책임을 지나’ ‘사과할 생각이 있나’란 질문엔 침묵한 채 국회 본관을 나갔다.

이 대표는 이래경 혁신위원장 인사 실패 후 제대로 된 사과나 수습책을 밝히지 않았다. 당 핵심 관계자는 “이 대표가 공개회의에서 유감을 표명할 거란 예상이 많았는데 하지 않더라”며 “비공개회의 때도 관련 언급은 없었다”고 했다. 비명계 의원은 “무한 책임이라고 했는데, 어떤 식으로 책임을 지겠다는 것인지 의문”이라고 했다.

이번 인사 실패는 이 대표의 일방적인 인선 과정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지적이다. 이 대표는 이번 인선을 발표 전날 저녁에야 최고위원들에게 알렸다고 한다. 기본적인 검증과 의견 수렴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방증이다. 당초 후보로 거론된 대부분의 인사가 제안을 거부하는 등 심각한 구인난 속에 이래경 혁신위원장을 인선했다는 것이다.

도덕성·신뢰 위기에 봉착한 민주당은 이번에 혁신위를 통해 당 분위기를 일신해 국민 신뢰를 얻을 기회로 삼았다. 하지만 부실한 인선으로 발표 당일 혁신위원장이 사퇴하는 일이 일어나면서, 오히려 또 다른 짐을 지게 됐다. 특히 당을 통합해야 할 혁신위마저 ‘친명’으로 구성해 오히려 불신을 자초했다.

이 대표 리더십은 이번 인사 실패로 흔들리고 있다. 그동안 이 대표는 책임지지 않는 모습을 보여 비판을 많이 받았다. 대선과 지방선거에서 모두 패하며 지금까지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면서도 제대로 된 수습책을 내놓지 못했다. 송영길 전 대표 돈 봉투 사건·김남국 의혹 초기에도 미온적인 대처를 했다는 지적이 많았다.

이상민 의원은 “윤석열 정부의 국무총리나 장관이 이런 발언 했으면 인사 참사를 대통령이 책임지고 당장 물러나라고 하지 않았겠나”라며 “이재명 대표가 사퇴해야 한다”고 했다. 본회의를 앞두고 오는 12일 열릴 민주당 의원총회에서 이 대표에 대한 사퇴 요구가 다시 터져 나올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관측된다. 이 대표는 현재 상황을 엄중하게 받아들이고, 적극적으로 나서 책임 있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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