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원빈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9일 홈페이지에서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의 ‘중국 베팅’ 발언과 한국 외교부의 항의에 대해 “한국 측은 어떻게 문제를 직시하고 중·한 관계의 안정과 발전을 실현할지에 주안점을 두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이어 “현재 중한관계는 어려움과 도전에 직면해 있으며 책임은 중국에 있지 않다”며 “싱 대사가 한국 정부와 정당, 사회 각계각층과 폭넓게 접촉해 양국 관계와 공동 관심사에 대해 의견을 교환하고 중국의 입장과 우려를 소개하는 것은 그 직무 범위 안에 있다”고 덧붙였다.

이는 장호진 한국 외교부 1차관이 이날 종로구 외교부 청사로 싱 대사를 초치해 외교 관례에 어긋나는 비상식적이고 도발적인 언행에 대해 엄중 경고하고 강력한 유감을 표명했던 것에 대한 중국 측 공식 반응이었다.

싱 대사는 전날 성북구 중국대사 관저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만찬 회동을 하면서 한국 정부의 대미 밀착 기조를 겨냥한 날 선 발언을 쏟아냈다. 그는 “일각에선 미국이 승리하고 중국이 패배할 것이라는 데 베팅하고 있는데, 중국 패배에 베팅하는 이들은 나중에 반드시 후회할 것”이라며 우리 측에 위협으로 들릴 수 있는 말까지 서슴지 않았다.

싱 대사가 야당 대표를 초청해놓고 우리 정부를 향해 거침없이 비판을 쏟아내고, 중국 외교부까지 거들고 있는 것은 중국 외교의 수준을 보여주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이는 일방적 불만과 요구를 쏟아내는 중국식 힘의 외교의 한 단면을 보여주는 것이다.

싱 대사는 그간 한국의 외교안보 정책에 노골적으로 불만을 표시하는 무례한 언행을 자주 구사했다. 특히 이번에 한미동맹 강화 노력을 ‘베팅’에 비유하며 강성 언급을 쏟아낸 도발성 언행은 외교 상궤를 벗어난 매우 부적절한 행태였다.

중국은 2016년 한국 내 사드배치를 기점으로 우리 안보 문제를 무역과 연계시켜 한국산 수입을 통제하고 중국 내 한국기업 규제를 강화하는 등 온갖 불이익을 줬다. 문재인 정부가 ‘굴종외교’ 논란을 무릅쓰고 친중 외교 전략을 취했는데도 중국은 ‘한한령(限韓令)’을 끝내 풀지 않았다. 지금도 한국행 단체관광 금지 등 유형무형의 보복이 자행되고 있다.

이 대표와 싱 대사의 회동은 일본의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시도에 대한 공동 대응책을 모색하자는 취지에서 마련됐다고 한다. 하지만 이런 자리를 만든 이 대표 책임도 크다. 민주당이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반대에 뜻을 같이하는 측과 힘을 합쳐 세를 불리려고 한 것으로 보이지만, 오히려 중국이 우리나라와 틈을 벌리면서 공세를 펴는 데 기회를 준 셈이기 때문이다.

야당은 반대의 목소리를 내더라도 중국과 같은 특정국가라면, 아무리 이해관계가 맞더라도 신중하게 행동해야 한다. 정쟁보다는 국익을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국익 앞에선 여야가 따로 일 수 없다. 정부와 여당도 이번과 같은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야당을 설득하며 소통과 협치를 하는 노력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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