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순휘 여의도연구원 정책자문위원

 
지난 8월 4일 07시 35분, 07시 40분에 아군 서부사단 지역 추진철책선 DMZ 통문에서 발생한 지뢰폭발사고는 북한군의 의도된 도발인 것으로 확인됐다. 사용된 폭발물은 북한제 ‘목함지뢰’로 조사되었는데 비무장지대 내 남측지역으로 침투하여 자행한 국지도발이라고 할 것이다.

10일 국방부 합동조사단의 발표는 이번 도발이 북한군의 MDL을 침범하는 ‘정전협정위반’뿐만 아니라 아군 작전지역을 침투하여 정상적인 수색작전을 공격했다는 것은 DMZ 내의 주도권(Initiative)을 장악하기 위한 전략 전술적 군사행동으로 분석된다.

아쉬운 점은 DMZ 내가 적이 접근침투가 가능한 작전지역임에도 통문이라고 경계를 소홀히 한 점이다. 부비트랩 같은 살상무기를 매설한다면 지면(地面)에 흔적이 보일 텐데 우리군이 무사안일한 매너리즘에 빠져있는 것은 아닌지 작전군기를 성찰해야 한다.

보도에 따르면 최근 MDL(군사분계선)에 북한군의 의도적 접근이 증가하는 관측분석이 있었으며, 북한군의 기습도발을 예견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결과적으로 또 당했다는 것은 북한이 같은 민족이라기 보다 적(敵)이라는 주홍글씨를 확실히 보여준 것이다.

2010년 3월 26일 백령도 인근 남쪽 해상에서 천안함이 북한 잠수정의 어뢰공격으로 폭침당하여 승조원 46명이 전사하는 천안함폭침 사건이 있었다. 2012년 3월 21일 ‘동북아시아 핵문제의 재고’라는 세미나에서 미국 사회과학연구소의 시갈(Sigal)박사는 “북한의 사과를 받고 안 받고가 문제가 아니라 현실적으로 북한은 또 도발할 것이다”라고 재발을 경고했다. 이 주장은 북한군의 도발이 분명히 있을 것인데 한국군이 다시 당한다면 한국군에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는 것을 역설한 것이라고 필자는 안보칼럼을 기고했었다. 언제까지 북한군에게 당할 것인지 우리군의 지휘부에게 한 번쯤은 묻고 싶다. 도대체 무엇이 얼마나 두려워서 우리 장병이 죽고, 부상당하는데 응징도 못 하고 언론에 구두폭격(口頭爆擊), 대북방송심리전 정도의 나약한 대응만 할 것인가? 평시 작전통제권은 왜 작동하지 않는 것인지 의문이다.

지난 2014년 7월 20일 현 국방부 장관은 KBS의 시사 프로그램 ‘일요진단’에 출연하여 “북한이 도발하면 우리군이 수차례 경고했듯이 도발원점, 지원세력, 지휘세력까지 단호하게 응징할 것”이라고 밝히면서 “체제 생존까지 각오해야 하는 상황이 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런 호언장담이 대국민 립서비스(lip-service)라면 국방부 장관부터 대오각성을 해야 한다. 그런데 12일 국방부의 DMZ 주도권장악 작전지침을 ‘저지에서 격멸로’ 강화한 것은 적절한 조치로 사료된다. 이제부터라도 우리군을 건드리면 죽음뿐이라는 강력한 응징을 보여줘야 한다. 그것만이 적으로부터 국토와 국민을 지키는 것임을 군은 명심해야 한다.

이제 우리군은 ‘싸워서 이기는 군대’가 구호로 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고, 적에게는 무자비하고, 국민에게는 헌신적인 정예 강군으로 변화해서 벌침 같은 확실한 전투력을 구비한 선승구전(先勝求戰)의 군대로 전투화 끈을 고쳐매는 계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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