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호규 대중문화평론가(동아예술전문학교 예술학부 교수)

김남국 의원이 민주당을 탈당했다. 거액의 코인 보유 의혹이 불거진 지 9일 만이다. 민주당에 닥친 위기를 크게 느끼고 이를 타개하기 위해 자진 탈당이라는 초강수를 뒀지만, 당 자체 조사를 피하려 꼼수를 썼다는 비판도 받고 있다.

김남국 의원은 온갖 의혹에도 굳게 입을 다물고 있다. 정치 공세에 맞서고 잠시 당을 떠난다는 말로 위기를 모면하려 하지만 ‘서민 코스프레’로 정치 생활을 이어왔던 그의 양면성에 2030 지지율은 큰 폭으로 하락했고, 등을 돌리고 있다.

김 의원은 고2 때 산 안경을 20년이나 썼다는 식의 에피소드를 장황하게 나열했다. 국회의원 전 각종 방송과 유튜브에 출연해 자신의 빈곤과 절약 정신을 강조하며 청년층으로부터 지지를 받았다. 심지어 돈이 없어 호텔 대신 모텔 생활을 한다는 취지의 글을 올리기도 했다.

그러나 현실은 달라 보인다. 정치 생활 내내 코인으로 돈을 벌고 있었고 신고도 하지 않았다. 심지어 과세 유예 법안도 발의했다. 발의자 본인이 법안의 수혜자가 되는 이해충돌의 전형적인 사례로 찍히며 청년층의 분노는 지속되는 중이다.

무소속으로 활동한다 해도 이미 이미지가 바닥으로 추락한 김남국 의원을 향한 국민의 신뢰는 회복되기 힘들어 보인다. 이미 두 차례 기각된 검찰의 압수수색 영장도 실행돼야 한다. 위믹스 외에도 ‘잡코인’을 사고판 흔적이 드러난 데다, 미공개 정보 이용과 입법 로비 등 의혹도 추가로 제기되면서 김남국 의원에 대한 정확한 조사가 필요하다.

여전히 김남국 의원의 투자 행위를 둘러싸고 합리적인 의심이 나오고 있다. 일반 ‘개미’라면 상상하기 힘든, 비상장 코인에 30억원대 ‘몰빵’ 투자를 감행했다는 사실은 놀라울 뿐이다. 이러한 무모한 투자에 대해 가상화폐 업계와 공동체로 보인다는 합리적인 의심이 나오는 것은 당연하다.

‘돈 봉투’에 이어 김남국 의원의 ‘코인스캔들’은 문재인 정권에서 지적됐던 ‘내로남불’ 2탄으로 이어지며 그 오명을 벗지 못하고 있다. 민주당에 ‘경고등’이 켜진 상황에서 가장 우려할 만한 상황은 2030 젊은 층의 이탈이다. 총선이 1년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김남국 의원의 ‘코인 몰빵’은 돈에 허덕이며 성실히 삶을 살아가는 젊은 세대에게 상대적 박탈감을 선물했다.

조국 전 장관의 ‘내로남불’이 MZ 세대의 이탈을 초래했듯, ‘서민 코스프레’를 하면서 코인에 올인한 모습을 보이고 재산 증식에 몰두한 김 의원의 행동은 청년층 표심에 크게 작용할 것이다.

김남국 의원은 청년들에게 사과해야 한다. 수십 억대 코인 보유 논란은 청년들에게 좌절감을 안겨줬다. 김 의원은 세월호 공약과 가슴에 달았던 노란 리본을 잊었는가. 지역구인 안산시 단원을 생각해서라도 코인이 아닌 민생에 집중해야 한다.

청년의 삶을 개선하겠다고 국회의원이 된 사람이 오히려 ‘대박’을 좇는 모습을 보이는 건 크게 실망스럽다.

정치권에서 청년들의 역할에 대한 기대가 컸던 만큼 김남국 의원 같은 청년 정치인에 대한 실망은 앞으로 청년 정치의 싹을 자르는 역작용을 낳을 수 있다. 사익을 챙기는 두 얼굴의 정치인에게 허락할 의석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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