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호규 대중문화평론가(동아예술전문학교 예술학부 교수)

한국 입국비자 발급을 둘러싼 항소심을 진행 중인 유승준이 오는 7월 판결 선고를 앞두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유승준은 인민 재판하듯 죄인 누명을 씌우고 있다는 취지의 심경을 밝히며 한국 입국에 대한 강경한 의지를 또다시 드러냈다.

유승준은 특히 언론이 국민을 선동하고 있고 힘없는 개인에게 린치를 가한다며 자신의 입국을 21년째 막고 있는 정부와 자신을 비판하는 언론에 대한 큰 실망감도 드러냈다. 1990년대 후반부터 5년간 대한민국 가요계를 강타했던 유승준은 독보적인 댄스 퍼포먼스와 무대 장악력, 파워풀한 이미지를 구축하고 원톱 가수로 큰 사랑을 받았다. 그러나 2002년 군입대 이슈가 발목을 잡으며 20년 넘게 국민적 공분을 불러왔다.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는 유승준이 한국행 티켓을 잡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여전히 유승준의 입국을 반대하는 이들은 유씨가 사회의 병역기피 풍조를 조장하고 국군장병들의 사기를 떨어뜨리고, 문제를 일으킬 수도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20년이 지난 시점에 지금도 병역기피에 대한 사회적 조장과 사기 저하를 가져다 붙이는 건 억지스러워 보인다. 그를 용서한다, 안 한다를 말하는 것보다 왜 당시 어린 나이에 심사숙고하지 못하고 그런 결정을 했는지 귀담아들어 볼 필요가 있다.

국내 4급 이상 외무공무원의 복수국적 보유 자녀 10명 중 9명은 미국 국적이다. 복수국적을 보유한 국가 중 전체의 89.1%에 달하는 99명이 미국이었다. 공무원 자녀들은 미국 시민권을 취득하고 국내에 입국하고 유승준은 막아야 한다는 논리도 형평성에 맞지 않다. 21년째 한국행을 위한 지지부진한 싸움은 금방 끝날 것 같지 않다.

27세 때 한국을 떠난 유승준은 벌써 48세 아저씨며 중견 가수가 됐다. 유승준은 이미 여러 번 온라인을 통해 잘못된 선택에 대한 반성과 세월의 허무함을 강조했다. 과거 민주당 김병주 의원이 국적 변경을 통한 병역기피를 막기 위해 다섯 가지 법안을 묶어 ‘유승준 방지 5법’을 발의한 것에 대해서도 영구히 입국 금지 시키겠다는 거냐며 자신을 향한 ‘마녀사냥’을 비판했다.

유승준이 한국에 오고 싶어 하는 이유가 48세 나이에 댄스 가수로 돈을 벌기 위해 혹은 인기를 다시 얻기 위해서일까. 유승준 팬들은 그냥 그 시절 가수 유승준이 그리운 것이다. 즐거웠던 추억을 회상하고 싶은 마음 때문일 것이다.

유승준은 21년 전 분명 잘못된 판단을 했다. 그러나 유승준은 적지 않은 오해와 거짓으로 만들어진 편견은 해명할 수 있는 기회를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어쩌면 이러한 상황이 입국금지 대상자 중 유승준에게만 지나치게 가혹하고 영구적으로 지속되고 있는 지도 모른다.

왜 그때 그런 결정을 했는지 그의 이야기를 귀담아들어 볼 필요가 있다. 당시 미국시민권 취득은 스스로의 결정이 아니었을지도 모른다. 유승준이 언제 돌아올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러나 언젠가는 한국 땅을 밟을 것이라고 팬들은 기대하고 있다. ‘괘씸죄’에 대한 결과는 오는 7월에 나온다.

젊은 시절 한순간의 잘못된 판단으로 21년간 병역기피자라는 꼬리표는 유승준뿐만 아니라 그의 가족, 팬들에게도 상처가 되고 있다. 한 가수에 대한 지속적인 마녀사냥은 이제 중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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