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보은 속리산 법주사 가보니
등산객들 “막걸릿값 굳어” 화색
상인들 “시간 지나야 체감될 듯”
탐방로 입구 ‘매표소’ 간판 교체

[천지일보=홍나리 기자] 대한불교조계종이 문화재 관람료를 징수해온 전국 사찰 65곳을 국민에게 무료로 개방했다. 충북 보은 법주사도 속리산 등산객에게 받아오던 입장료를 폐지했다. 사진은 지난 11일 등산객들이 법주사 일주문으로 걸어가는 모습. ⓒ천지일보 2023.05.11.
[천지일보=홍나리 기자] 대한불교조계종이 문화재 관람료를 징수해온 전국 사찰 65곳을 국민에게 무료로 개방했다. 충북 보은 법주사도 속리산 등산객에게 받아오던 입장료를 폐지했다. 사진은 지난 11일 등산객들이 법주사 일주문으로 걸어가는 모습. ⓒ천지일보 2023.05.11.

[천지일보=김민희, 홍나리 기자] “친구들 네 사람 한 차에다 싣고 가면 입장료만 1만 2000원인데 도토리묵에다 막걸리 한 잔 값 굳었죠.”

지난 11일 충북 보은 속리산 국립공원을 찾은 등산객 김수아(가명, 여, 광주광역시)씨는 그간 산에 다니며 입장료로 많은 돈을 써야 했다며 문화재 관람료 폐지를 환영했다. 주로 지리산을 다녔다는 김씨는 “한번 갈 때 (입장료를) 3000원씩 내다가 3600원까지 내봤다”며 “(입장료가 폐지돼) 소소하지만 행복하다”고 말했다. 옆에 있던 남편 이승혁(가명, 남, 광주광역시)씨도 전국의 사찰 입장료가 폐지됐냐고 물은 뒤 “아주 잘한 일이네. 오죽하면 (드라마) 우영우에서도 다뤘잖아”라고 맞장구쳤다.

이날 속리산 국립공원에서 만난 등산객들은 사찰 문화재 관람료 폐지에 대해 “당연히 좋다” “진작 없어졌어야 했다”고 입을 모아 말했다. 대한불교조계종은 지난 4일 문화재 관람료를 징수해온 전국 사찰 65곳을 국민에게 무료로 개방했다. 이러한 조치는 국가지정문화재를 소유한 민간 또는 관리단체가 문화재 관람료를 감면하면 그 비용을 국가가 지원하도록 문화재보호법이 개정되면서 가능해졌다. 정부는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예산 419억원을 편성했다.

[천지일보=홍나리 기자] 충북 보은 속리산 국립공원 탐방로 입구 ⓒ천지일보 2023.05.11.
[천지일보=홍나리 기자] 충북 보은 속리산 국립공원 탐방로 입구 ⓒ천지일보 2023.05.11.

속리산 국립공원 법주사지구는 탐방로 입구를 가로막고 등산객에게 입장료를 받아왔다. 문화재 관람료가 폐지되기 전 법주사지구를 통해 속리산에 가려면 성인은 5000원, 13~18세 청소년은 2500원, 7~12세 어린이는 1000원을 내야 했다. 이제 과거의 ‘매표소’ 건물은 ‘법주사 불교문화유산 안내소’로 새롭게 단장했다.

보은과 가까운 청주에서 온 등산객 장주원(가명, 여)씨는 “입장료를 5000원씩 받으면 부담됐다”며 “(문화재 관람료가 폐지돼) 우리(등산객)에겐 좋다”고 기뻐했다. 오스트리아에서 온 해외 관광객들도 문화재 관람료 폐지를 칭찬했다. 이들은 “오스트리아에서도 좋은 자연환경을 국립공원으로 만들어 관리한다”며 “(한국) 정부에서 무료로 추진한다는 건 아주 좋은 생각”이라고 말했다.

[천지일보=홍나리 기자] 충북 보은 속리산 국립공원 탐방로 입구에 있던 매표소 건물이 ‘법주사 불교문화유산 안내소’로 바뀐 모습 ⓒ천지일보 2023.05.11.
[천지일보=홍나리 기자] 충북 보은 속리산 국립공원 탐방로 입구에 있던 매표소 건물이 ‘법주사 불교문화유산 안내소’로 바뀐 모습 ⓒ천지일보 2023.05.11.

1970년대부터 1980년대 초까지 속리산은 수학여행, 신혼여행지로 큰 인기를 끌었다. 그러나 관광 트렌드가 대형 리조트, 테마파크 중심으로 변하면서 속리산 국립공원은 관광객의 선택을 받는 일이 줄어갔다.

이날 속리산터미널 인근 식당가가 늘어선 거리에는 ‘법주사 입장료 무료 감면을 환영한다’는 현수막이 걸려있었다. 이곳에서 30년간 식당을 운영해온 한길녀(가명, 여)씨는 “사람들이 다 좋아하긴 좋아한다”고 말했다. 한씨는 “그전에는 가족 단위로 12명이라도 오면 그게(입장료) 만만치 않아서 한 바퀴 돌다가 가곤 했다”고 말했다.

상인 중에는 문화재 관람료 폐지 이후 큰 변화를 체감하지 못한다는 반응도 더러 있었다. 속리산터미널 인근에서 5년째 카페를 운영하는 김정환(가명, 남)씨는 “장사하는 입장에서는 좋지만 아직까지 별(다른) 변화는 모르겠다”며 “1년은 지나 봐야 알 것 같다”고 말했다. 김씨는 “어차피 다 내놔야 하는 세금”이라며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