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성 고객 잡는 ‘멤버십’ 양강 격돌
쿠팡, 로켓배송 1100만 회원 확보
‘신세계 유니버스’ 다음달 7일 론칭
이마트·백화점 등 6개 계열사 결합

김범석 쿠팡 이사회 의장이 1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 앞에서 상장을 앞두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NYSE에 이날 상장된 쿠팡 주식은 63.5달러에 거래를 시작했다. (출처: 연합뉴스)
김범석 쿠팡 이사회 의장이 1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 앞에서 상장을 앞두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NYSE에 이날 상장된 쿠팡 주식은 63.5달러에 거래를 시작했다. (출처: 연합뉴스)

[천지일보=조혜리 기자] 유통업계의 판도가 뒤집히고 있다. 쿠팡이 글로벌 유통기업 순위에서 전년보다 24계단 뛰어오르며 롯데쇼핑을 가볍게 제쳤다. 이제 쿠팡은 유통업계 1위 자리를 두고 재계 서열 11위 신세계그룹과 경쟁한다.

11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한국 딜로이트 그룹이 ‘글로벌 유통업 강자 2023’ 보고서에서 쿠팡 매출이 롯데쇼핑 매출을 뛰어넘었다고 발표했다.

해당 보고서에 따르면 글로벌 유통기업 상위 250위 내에 등재된 국내 기업은 총 6개로 ▲이마트(60위) ▲쿠팡(74위) ▲롯데쇼핑(91위) ▲GS리테일(162위) ▲홈플러스(215위) ▲신세계(224위) 순이었다. 특히 쿠팡은 전년보다 24계단 뛴 74위를 기록해 롯데쇼핑을 앞질렀다.

◆쿠팡, 신세계 제칠지 관심 고조

이로써 신생 그룹 쿠팡은 13년 만에 국내 유통업계 1위 자리를 두고 92년 된 신세계그룹과 경쟁하게 됐다.

지난해 신세계그룹의 백화점, 마트, 편의점, 이커머스 등 9개 유통사업 부문 매출은 약 30조원이다. 같은해 쿠팡은 26조원의 사상 최대 매출을 내면서 유통 3사 경쟁을 일컫는 ‘이마롯쿠(이마트·롯데마트·쿠팡)’라는 신조어를 탄생시켰다.

쿠팡 매출은 유통 1위 신세계그룹과 비교해 90%에 육박하며 턱밑까지 쫓고 있는 형국이다. 온라인 유통기업 쿠팡이 오프라인 유통 채널까지 가진 신세계그룹을 제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충성 고객 확보로 성장한 ‘쿠팡’

쿠팡이 급속도로 성장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지난 2019년 론칭한 ‘와우멤버십’ 유료 회원의 충성도다. 이 충성도를 앞세워 국내 유통업계 2위까지 치고 올라왔다. 실로 쿠팡은 ‘쿠팡 없이 어떻게 살았을까’라고 고객들이 말하는 세상을 만들어가고 있다.

쿠팡의 와우멤버십 회원은 지난해 1100만명으로 전체 구매 고객(1811만 5000명)의 60%에 달한다. 쿠팡을 이용한 지 2년 차 와우멤버십 회원의 구매 금액은 첫해 대비 1.66배 많았고 5년 차가 되면 4.74배 많이 구매한 것으로 나타났다.

쿠팡의 유료멤버십은 지난 2021년 말 가격을 월 2900원에서 4990원으로 올렸다. 그런데도 이용자는 줄지 않았고 계속 증가했다. 소비자는 구독료를 더 내도 쿠팡을 이용할 만한 가치가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작년 3분기부터 쿠팡은 흑자로 돌아섰다.

쿠팡은 와우멤버십 서비스 강화에 나서고 있다. 와우멤버십에 기본 제공하는 서비스 외에 배달앱 쿠팡이츠와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로 혜택을 넓혔다. 쿠팡이츠에서는 5~10% 할인 혜택을 제공하는 시범 서비스를 서울 18개 구로 확대했다. 월 이용요금 4990원에 무료배송·반품, 쿠팡플레이 콘텐츠 무료 시청뿐만 아니라 쿠팡이츠 할인 혜택도 받을 수 있게 됐다.

[천지일보=황해연 기자]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3일 이마트 연수점을 방문해 둘러보고 있다. ⓒ천지일보 2023.05.03.
[천지일보=황해연 기자]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3일 이마트 연수점을 방문해 둘러보고 있다. ⓒ천지일보 2023.05.03.

◆신세계, 통합멤버십으로 경쟁

이에 질세라 신세계그룹도 충성 고객을 잡기 위한 ‘유료멤버십’ 경쟁에 야심에 차게 뛰어들었다. 강력한 록인(Lock in, 잡아두기) 효과로 쿠팡의 추격을 따돌리겠다는 전략이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은 최근 온라인과 오프라인 어디서나 고객들이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도록 진화해야 한다며 이것이 신세계 존재 이유라고 강조했다.

다음달 7일 출시되는 신세계그룹의 온·오프라인 통합 유료 멥버십 ‘신세계 유니버스 클럽’이 이 같은 정 부회장의 지향점을 잘 보여준다.

신세계 유니버스 클럽은 신세계그룹의 SSG닷컴·G마켓 온라인 통합 멤버십 ‘스마일클럽’에 이마트, 신세계백화점, 스타벅스, 신세계면세점 등 오프라인 핵심 계열사의 혜택까지 대폭 확대했다.

신세계 유니버스는 고객이 온·오프라인에서의 모든 일상을 신세계그룹 내에서 모두 해결할 수 있을 수 있도록 설계된 에코시스템(생태계)이다.

신세계그룹은 향후 통합 멤버십의 혜택을 또 다른 관계사들까지 확장하고 관계사를 넘어 외부와도 다양한 제휴를 통해 추가 혜택을 제공할 예정이다.

이베이가 지난 2017년 국내 유통업체 중 가장 먼저 도입한 유료 구독 회원제인 스마일클럽 회원 수는 330만명이다. 신세계그룹은 지난해 4월 쓱닷컴과 G마켓의 혜택을 모은 스마일 클럽을 출시해 통합 시너지를 확인한 바 있다.

당시 기존 G마켓 멤버십 회원 중 100만명이 통합 멤버십으로 이동했고, 이들의 거래액이 쓱닷컴 회원 거래액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다. 스마일 클럽 회원은 일반 고객보다 객단가가 2.1배 더 높으며 주문 건수도 2.8배 더 많다.

하지만 쿠팡이 보유한 와우 멤버십 회원수 1100만명과 비교하면 3분의 1 수준이다. 이를 극복하고자 신세계그룹은 혜택을 키웠다.

신세계그룹은 신규 가입자에게 현금처럼 쓸 수 있는 스마일캐시 3만 5000원과 할인 쿠폰 등을 포함해 5만 3000원 상당의 혜택을 제공하며 고객 잡기에 나섰다. 신세계 유니버스 출시로 신세계그룹이 유료 멤버십 회원 수를 얼마나 확보할 수 있을지 업계의 관심이 쏠린다.

신세계그룹 관계자는 “통합 유료멤버십의 명칭을 ‘신세계 유니버스 클럽’으로 정한만큼 앞으로 신세계의 온·오프 에코시스템 구축에 더욱 박차를 가할 것”이라며 “다음달 론칭을 통해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 동시에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차별화된 혜택을 보여드릴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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