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에서 담배가 진열돼 판매되는 모습. ⓒ천지일보DB
편의점에서 담배가 진열돼 판매되는 모습. ⓒ천지일보DB

[천지일보=황해연 기자] 올해 2월 인천의 한 편의점에서 살인 사건이 발생한 지 약 2달이 지났으나 편의점 불투명 시트지는 여전히 부착돼 있어 해당 규제를 둘러싼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2021년 7월 편의점 카운터 뒤에 설치된 담배 광고 외부 노출을 금지한 국민건강증진법에 따라 전국의 6만여개 편의점의 유리창 전체에 불투명 시트지를 부착하게 해 외부에서 편의점 내부를 잘 보이지 않게 했다.

다만 편의점 점주들은 흡연율을 줄이기 위한 효과가 의문시될 뿐 아니라 심야 시간에 혼자 근무하는 편의점의 경우 강도·폭력 등 강력범죄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고 반발해 왔다.

이러한 반발이 빈말이 아니듯 2023년 2월 8일 오후 10시 52분께 인천 계양구 효성동 한 편의점에서 직원이 현금을 노린 강도의 흉기로 찔려 살해당한 사건이 발생했다. 지난해 12월엔 마스크를 써달라고 한 편의점 점주에게 40대 남성이 주먹을 마구 휘둘러 경찰에 붙잡히기도 했다. 올해 3월 26일에는 경기도의 한 편의점에서 흉기로 편의점 직원을 위협해 현금을 뺏어 달아난 사건이 일어났다.

편의점 점주들은 유리창에 불투명 시트지를 설치할 때부터 이 같은 일이 발생할 것을 염려하고 불투명 시트지 설치를 재고해줄 것을 지속적으로 정부 기관에 요구했으나 아직까지 불투명 시트지는 부착된 상태다.

홍성길 한국편의점주협의회 정책국장은 “건축물의 범죄 예방설계 지침에서 편의점 설계 기준은 건물 정면이 가로막힘이 없어야 하고 시야가 확보되도록 배치해야 한다”며 “이런 측면에서 보면 불투명 시트지는 범죄를 유발한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최종열 CU가맹점주협의회 회장은 “불투명 시트지는 편의점 근무자들의 안전을 담보로 효과조차 확인되지 않은 흡연율을 줄이기 위한 전형적인 탁상행정의 산물”이라며 “불투명 시트지가 범죄를 불러일으킬 가능성이 높으므로 이번 사건을 계기로 반드시 제거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편의점주 사망 사고 이후 편의점 점주들 사이에서는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더욱 커진 상황이다. 실제 2021년 편의점 내 범죄는 전년 대비 5.4%, 2017년 대비 43.7% 늘었다. 편의점 점주들의 ‘불투명 시트지가 근무 안전성을 해치고 있다’는 주장이 단순 헛말이 아니었다는 단서다.

한 편의점업계 관계자는 “(안전 문제와 관련해) 한 경찰청에서는 편의점 본사에 직접 시트지 탈착을 요구한 적도 있었다”며 “불투명 시트지가 담배 광고 외부 노출 차단을 위한 것이라고 하는데 효과도 크게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제도 실효성에도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2021년 청소년 흡연율은 전년(4.4%) 대비 소폭 상승한 4.5%로 확인됐다.

그러나 이러한 상황에도 해당 제도를 만들었던 복지부는 아무런 대책도 내놓지 않고 “불투명 시트지 부착은 담배협회와 편의점업계가 협의해서 선택한 것”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이에 국무조정실(국조실)은 편의점 시트지 부착 문제를 ‘규제심판’ 안건으로 올리는 방안을 검토했다. 규제심판 제도는 민간 전문가 중심으로 구성된 심판부가 규제 완화 필요성을 판단해 소관 부처에 개선을 권고하는 제도다.

앞서 지난달 10일 국조실 규제총괄정책관실은 서울청사에서 한국편의점산업협회, 전국편의점가맹점협회, 담배판매업중앙회와 간담회를 열고 업계 애로사항을 청취했다.

복지부는 편의점주들의 안전을 차단하는 ‘불투명 시트지’만을 고집하면 안 된다. 해당 제도의 취지에 맞는 대책 마련으로 근무자의 안전을 책임지는 환경을 조성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