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철 정치학 박사ㆍ고려대 강사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적극 활용하고 있는 국회의원 불체포특권과 관련 최근 국민의힘 하영제 의원의 사례는 이 대표와 민주당의 표리부동함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이재명 대표는 자신의 대선 공약에서 불체포특권을 폐지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정작 자신의 문제가 불거지자 말을 바꿔 그 뒤에 숨었으며, 오히려 더 적극적으로 이용하고 있다. 민주당 역시 이에 적극 동참하고 있다.

최근 하영제 의원은 국회에 체포동의안이 제출됐고, 3월 30일 표결을 해 가결됐다. 재석 281명 중 찬성 160명, 반대 99명, 기권 22명이었다. 현재 국회 전체 의석 299석 중 민주당은 169석, 국민의힘 115석, 정의당 6석, 기본소득당 1석, 시대전환 1석, 무소속 7석 등이다. 국민의힘은 체포동의안에 대해 당론이나 진배없다는 입장이다. 하영제 의원 건이 불거지기 직전에 당 소속 국회의원 58명이 불체포특권 포기 서명에 동참한 상태이기도 했다. 사실상 가결 당론을 가지고 임했다 할 수 있다. 이에 따라 국민의힘 의원이 모두 가결에 투표를 했다고 봐도 야권에서 45명이 가결에 투표했을 거라는 가정이 가능하다. 만약 국민의힘 의원들이 하 의원에 대한 동정표를 던져 부결에 투표한 사람이 있다면 야권에서 가결에 투표했을 사람은 그만큼 더 늘어날 것이다. 최소 45명에서 그 이상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 의원들이 주로 민주당 의원들일 거라는 가정도 가능하다. 결국 민주당 의원들이 이재명 대표에 대해서는 체포동의안에 부결 투표를 하면서 상대 당의 하영제 의원에 대해서는 찬성표를 던지는 표리부동함을 보였다는 비판이 가해지는 대목인 것이다.

민주당의 주장대로 이재명 대표는 정치적인 차원이라고 백보 양보한다 하더라도 바로 직전 노웅래 의원에 대해서 역시 부결을 시킨 전례는 그대로 남아 있다. 2022년 12월 28일 노웅래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에 표결이 이뤄졌고, 재석 271명 중 찬성 101명, 반대 161명, 기권 9명으로 부결된 것이다. 당시 정의당은 찬성 투표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에 169석의 민주당에서 대부분 반대표가 나온 것으로 추정됐다.

노 의원 체포동의안에는 2020년 노 의원이 사업가 박모씨 측으로부터 총 6000만원을 수수한 혐의(뇌물수수·알선뇌물수수·정치자금법 위반 혐의)가 적시됐다. 하영제 의원의 경우에는 6.1 지방선거를 앞두고 경남도의회 도의원 선거 공천과 관련 예비 후보자 측으로부터 7000만원을 수수하는 등의 혐의가 주어졌다. 부정부패 비리 사건에 대해 자기 당 의원은 체포동의안을 부결시키고 타당 의원에 대해서는 가결한 것이다.

하영제 의원은 체포동의안이 가결된 후 지난 3일 법원에서 영장실질심사를 받았는데 법원은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를 기각했다. 재판부는 “죄질이 매우 중하다”면서도 “피의자가 법원심문에 출석해 대부분의 범행을 자백하고 있는 점과 검사가 혐의 입증에 필요한 증거를 상당부분 수집, 확보한 것으로 보이는 점 등에 비춰보면 피의자에게 도주 및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다고 보기 부족하다”고 밝혔다. 하 의원은 국회 체포동의안은 가결됐지만 법원의 영장실질심사에서 구속을 면한 것이다. 하 의원의 국회 체포동의안이 통과된 직후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구속하라는 취지가 아니라 법원의 영장심사에 응하라는 의미”라고 밝히기도 했다. 결국 이재명 대표의 국회 체포동의안 설명 당시 한동훈 법무장관이 “이번 체포동의안은 다른 국민들과 똑같이 법원의 심사를 받게 해달라는 즉, 판사 앞에 나오게만 해달라는 요청입니다”라고 밝힌 것과 같은 맥락이다.

민주당은 스스로의 표리부동함에 대해 부끄러워해야 한다. 아니 국민이 이 같은 민주당의 행태를 엄격히 비판하고 심판해야 한다. 이재명 대표 자신이 계속 특권을 누릴 건지, 이율배반을 뻔뻔스럽게 지속할 건지 돌아봐야 한다. 이 대표는 혐의가 한두 가지가 아니다. 이미 불구속 기소로 제시된 것 외에도 백현동 특혜 의혹 건, 변호사비 대납 의혹 건 등이 남아 있다. 심지어 대북 불법 송금 의혹 건도 있다. 대장동 사건, 위례 사건, 성남 FC 사건만이 다가 아닌 것이다. 결국 이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은 또 국회로 넘어올 수 있다. 그때 또 국회를 방탄으로 사용하고 불체포특권을 무기로 삼을 것인가. 이재명 대표는 보통의 국민이기를 포기한 ‘별나라 국민’인가. 민주당은 국민의 공당이기를 포기한 ‘별나라 정당’인가. 참 보기 쉽지 않은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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