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철 정치학 박사ㆍ고려대 강사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전 대표의 당 대표 경선 당시 돈 봉투 살포 사태를 지켜보는 국민들은 경악을 금치 못한다. 더더욱 놀라운 것은 사태가 불거진 이후 민주당의 태도와 대처다.

민주당 정성호 의원은 “실무자들의 차비, 진짜 소위 말하는 기름 값, 식대, 이런 정도 수준”이라고 했고, 장경태 의원은 “50만원은 사실 한 달 밥값도 안 되는 돈”이라고 했다. 참으로 후안무치하고 뻔뻔스러운 모습이 아닐 수 없다. 특히 장 의원은 청년 출신으로 국회의원이 됐고 선거 당시 자신의 자취방을 공개하며 돈이 없어 궁핍하게 선거운동을 하는 듯한 모습을 연출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국회의원이 되면 이렇게 180도 달라지는가 싶은 실망감을 국민들이 갖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소시민들에게는 그 돈도 얼마나 큰지 아느냐며, 국회의원은 ‘억’자 붙은 돈만 돈으로 보여서 서민들에게 그 돈이 얼마나 큰 돈인지 모른다는 비난이 잇따른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사건이 불거진 4월 12일에서 무려 엿새가 지난 4월 17일에야 사과하고, 8일이 지나서야 최고위원들과 의원들이 송영길 대표의 귀국을 종용해 나서고 있는데 참으로 안이한 대처가 아닐 수 없다. 민주당 전체가 얼마나 부패 타락에 젖어 있으며 도덕불감증에 빠져 있는지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사실상 돈을 준 사람뿐 아니라 이미 많은 당사자가 돈 봉투를 받은 이들일 것이기에 뒤늦은 그 목소리마저 진정성이 다가오지 않는다. 송 전 대표를 빨리 물에 밀어 넣고 자신들만이라도 어떻게든 살아남아 보려는 몸부림 같아 보이는 것이다.

이재명 대표가 사태가 불거졌을 때 단호하게 대처하지 못했을 뿐 아니라 상황에 질질 끌려만 다니고 있는 모습을 보이는 것은 그 자신이 송영길 전 대표의 도움을 너무나 크게 받았기 때문일 것이다. 송 전 대표는 대선 경선 기간에, 중립적이어야 할 당 대표가 이재명 후보의 편을 들고 있다는 비판이 나왔다. 게다가 이 대표가 대선에 패배한 후 곧바로 복귀하는 과정에서 송 전 대표의 지역구를 이 대표에게 줬다. 송 전 대표의 지역구는 진보 성향이 강한, 민주당에게는 매우 유리한 지역구였다. 거기에 송 전 대표가 서울시장 후보가 되는 데 이재명 대표와 그 세력들이 나서서 도왔음 역시 불 보듯 뻔히 보였다. 당시 민주당 공천심사위원회는 송 전 대표를 컷오프했다. 그런데 송 전 대표는 그 같은 결과를 뒤집고 결국 최종 후보가 됐다.

이 대표와 송 전 대표의 끈끈한 관계보다 더 주목이 되는 것은 이 대표 자신의 핸디캡이다. 이 대표는 자신의 성남시장 시절 이루어졌던 토착비리 혐의와 관련 구속 기소를, 국회 체포동의안을 적극 이용해 방탄에 올인하고 있기 때문이다. 자신이 그러고 있는데 무슨 명분으로 송 전 대표를 향해 단호한 입장을 견지할 수 있겠는가. 가히 이런 상황을 놓고 보면 위에서부터 아래까지 민주당이 온통 썩고 썩어가는 정당임을 국민들은 여실히 목격하고 있는 것이다.

송영길 전 대표는 국내로 들어올 생각은 않고 22일 해외 현지에서 기자회견을 하겠다고 한다. 아마도 ‘정치 수사’ 운운할 심산인 듯하다. 아닌 게 아니라 벌써부터 민주당 주변에서는 돈 봉투 살포 사태마저도 윤석열 정부의 정치적 의도로 몰아가려는 모양이 나온다. 김남국 의원은 “윤석열 정부가 국정난맥으로 지지율이 폭락하자 국면전환용으로 이걸 터뜨린 것”이라고 주장한다. 참으로 어이가 없다. 어찌 이런 저급한 인식에, 저질 발언을 아무렇지 않게 내뱉는 사람이 국회의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건지 국민들로서는 의아하기만 하다. 조금 있으면 송 전 대표의 당 대표 경선 당시 돈 봉투 살포 사건도 ‘정치 보복 수사’라고 할 판이다. 이재명 대표도 정치 보복이고 송 전 대표도 정치 보복이라는 식이다. 민주당에게 ‘부정 부패’ 사건은 ‘정치 보복’과 이미 동의어다.

돈 봉투 전달의 핵심 인물로서, 이정근 전 민주당 사무부총장과 강래구 한국수자원공사 상임감사위원이 통화한 녹취 파일을 보면 “성만이 형(이성만 의원)이 좀 연결해줘서 그거(돈 봉투) 좀 나눠 줬다. 그렇게 얘기를 했어 내가. 영길이 형한테” “영길이 형이 (돈을) 뭐 어디서 구했는지 그런 건 모르겠지만 많이 처리를 했더라고” “내가 조금 ‘성만이 형이 준비해준 것 가지고 인사를 했습니다’ 그랬더니 (송 전 대표가) ‘아유 잘했네 잘했어’ 그러더라고” 등의 내용이 나온다.

이런 대화를 보면 송 전 대표가 돈 봉투 살포와 관련 직접 보고 받고, 심지어 직접 뿌렸음을 알 수 있게 한다. 송 전 대표가 몰랐다고 하기 참 궁색한 것이다.

민주당의 도덕불감증이 하루 이틀이 아니지만 지켜보는 국민들의 시선은 따갑기만 하다. 송영길 전 대표는 이른바 민주당의 586을 대표하는 의원이다. 민주당의 주류는 586 의원들이다. 586 의원들이 전당대회 때 돈이나 살포하는 사람들로 전락했다는 것은 참으로 기가 막힌 일이 아닐 수 없다. ‘민주화 운동’의 훈장을 가슴에 달고 국회의원이 돼 3선, 4선, 5선까지 하는 동안 그들이 얼마나 타락해갔는지 보고 있는 것이다. ‘586 맏형’을 자처하는 송 전 대표는 5선 의원에 인천시장까지 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4.19 기념사에서 “우리가 피와 땀으로 지켜온 자유민주주의가 위기에 처해있다”며 “4.19혁명 열사가 피로써 지켜낸 자유와 민주주의가 사기꾼에 농락당해서는 절대 안 된다”고 강조했다. 민주주의가 “돈에 의한 매수로 도전을 받을 수도 있다”고도 했다.

“내가 조금 ‘성만이 형이 준비해준 것 가지고 인사를 했습니다’ 그랬더니 (송 전 대표가) ‘아유 잘했네 잘했어’ 그러더라고.” ‘민주화 훈장’을 가슴에 달고 승승장구한 이들이, 민주주의를 ‘돈에 의한 매수’로 이렇게 농락하고 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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