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강 기적 이뤄낸 벤투 후임
‘독일 전설’ 클린스만 발탁

전술부재·재택근무 등 논란에
클린스만 선임 부정 여론 ↑
클린스만, 적극 소통하며 해소

손흥민·김민재 깜짝 불화설 등
대표팀 내 화합도 중요 과제로

[파주=뉴시스]  위르겐 클린스만 대한민국 축구대표팀 신임 감독이 9일 오후 경기 파주시 국가대표 트레이닝센터(NFC)에서 열린 취임 기자회견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2023.03.09.
[파주=뉴시스] 위르겐 클린스만 대한민국 축구대표팀 신임 감독이 9일 오후 경기 파주시 국가대표 트레이닝센터(NFC)에서 열린 취임 기자회견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2023.03.09.

 [천지일보=홍수영 기자] ‘원정 16강’의 영광을 뒤로 하고 한국 남자축구 대표팀이 새로운 선장을 맞이해 항해를 시작했다. 

가는 곳마다 뒷말을 남긴 위르겐 클린스만(독일) 감독이 새 선장으로 선임되면서 우려의 목소리도 쏟아졌으나, 솔직했던 취임 기자회견과 대표팀 경기력 등으로 불만을 잠재우는 듯하다. 

다만 대표팀의 양 기둥 손흥민과 김민재의 불화설이 피어오르며 해결이 시급한 과제도 던져졌다.

클란스만호는 지난달 28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우루과이와의 평가전에서 2-1로 졌다. 2022년 카타르월드컵에서 같은 조에 속했던 우루과이와 4개월 만의 재회였다. 월드컵에서는 0-0으로 무승부를 기록했으나 우리 안방으로 부른 경기에선 쓴맛을 봤다. 

나쁜 결과에도 경기력 측면에선 클린스만 감독이 지향하는 바를 확인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가 주를 이뤘지만 갑작스러운 문제도 있었다.

[인천공항=뉴시스]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을 이끈 파울루 벤투 전 감독이 13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출국하기 전 수속을 하고있다. 2022.12.13.
[인천공항=뉴시스]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을 이끈 파울루 벤투 전 감독이 13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출국하기 전 수속을 하고있다. 2022.12.13.

◆수없이 오르내린 외국인 후보들

전임 파울루 벤투(포르투갈) 감독이 인상적인 마무리를 하면서 유산을 이어받을 후임 감독에 대한 관심은 컸다. 

초점은 국내 감독보단 해외 감독으로 맞춰졌다. 대한축구협회는 마이클 뮐러(독일) 국가대표 전력강화위원장을 선임하고 새 감독을 물색했다. 

후보군은 다양했다. 카타르 월드컵 16강전에서 우리를 떨어트린 브라질 대표팀의 치치, 스페인을 잠시 이끈 적이 있는 로베르트 모레노,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를 우승한 라파엘 베니테스, 2018년 브라질 월드컵에서 알제리를 지휘해 한국에 4-2 굴욕을 안긴 바 있는 바히드 할릴호지치 감독 등 이름이 흘러나왔다.

대표팀 주장 손흥민이 프로 데뷔를 한 독일 함부르크 시절 은사였던 토르스텐 핑크, 이강인이 발렌시아에서 뛸 당시 감독이었던 호세 보르달라스 감독 등의 이름도 거론됐다. 

다만 이들 대부분은 대표팀 제의를 거절했다는 외신들의 보도가 있었다. 핑크 감독은 한국 언론과도 인터뷰하며 큰 관심을 내비쳤으나, 구체적으로 제의가 있었는지 확인되지 않았다.

[인천공항=뉴시스] 위르겐 클린스만(오른쪽) 대한민국 축구대표팀 신임 감독이 8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을 통해 입국하며 마이클 뮐러 전력강화위원장으로부터 축하를 받고 있다. 2023.03.08.
[인천공항=뉴시스] 위르겐 클린스만(오른쪽) 대한민국 축구대표팀 신임 감독이 8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을 통해 입국하며 마이클 뮐러 전력강화위원장으로부터 축하를 받고 있다. 2023.03.08.

◆떠오른 클린스만… 뒤따른 걱정들

그러던 와중 클린스만 감독의 이름이 서서히 떠오르기 시작했다. 

클린스만 감독은 선수 시절 독일 대표팀 스트라이커로서 1990년 이탈리아 월드컵, 1996년 유럽축구선수권대회를 우승한 바 있는 전설적인 인물이다. 손흥민의 토트넘 대선배이기도 하다.

감독으로서도 독일 대표팀을 이끌고 2006년 독일 월드컵에서 3위의 성적을 거두기도 했다. 

이후 미국 대표팀을 지휘하며 2013년 북중미카리브축구연맹(CONCACAF) 골드컵을 우승했고, 2014년 브라질 월드컵 16강에 오르기도 했다.

경력만 놓고 보면 화려하지만, 클린스만 감독에겐 항상 의문부호가 따라붙었다. 태도, 전술 등 감독으로서 역량 전반에 걸쳐서였다.

독일 대표팀의 전설적 수비수 필립 람은 2011년 개인 자서전에서 “클린스만 감독 밑에서 체력 단련만 했다”며 “전술적인 것들은 무시됐다”고 비판했다. 

독일 월드컵 당시 전술을 클린스만이 아닌 수석코치였던 요하임 뢰브가 짰다는 얘기도 돌았다. 뢰브의 능력은 독일 대표팀 감독으로서 2014년 브라질 월드컵을 우승하며 증명됐다. 

여기에 ‘재택근무’ 논란도 있다. 자신은 미국 캘리포니아에 머물며 뢰브 수석코치 등에게 보고 받는 형식으로 일했다는 보도가 독일 언론을 통해 전달되기도 했다. 

그의 가장 최근 경력인 헤르타 베를린에선 2개월 만에 사임하기도 했는데, 당시 클린스만은 SNS로 사직 의사를 밝혀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이 같은 클린스만 감독에 대한 의심을 해소해야 할 임무를 맡은 게 뮐러 위원장이었지만, 그는 그러지 못했다. 클린스만 감독 선임이 확정된 뒤 뮐러 위원장은 기자회견을 열었으나 묘하게 핵심을 벗어나는 대답들로 취재진을 만족시키지 못했다.

[울산=뉴시스] 24일 오후 울산 남구 문수축구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은행 초청 축구 국가대표 평가전 대한민국과 콜롬비아의 경기에 앞서 대한민국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경기를 기다리고 있다. 2023.03.24.
[울산=뉴시스] 24일 오후 울산 남구 문수축구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은행 초청 축구 국가대표 평가전 대한민국과 콜롬비아의 경기에 앞서 대한민국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경기를 기다리고 있다. 2023.03.24.

◆솔직 화법으로 우려 덜어낸 클린스만

클린스만 감독에 대한 의심을 줄이기 시작한 것은 클린스만 자신이었다. 클린스만 감독은 솔직한 답변으로 자신을 향한 우려를 씻어나갔다.

클린스만 감독은 헤르타 베를린 시절 SNS 사임 발표를 두고 “인생은 하루하루가 배움의 과정이다. 그때 일에 대해서는 다시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 말씀드린다”고 과오를 인정했다.

필립 람의 비판에 관해선 “굉장히 일반적인 생각”이라며 “공격수는 공격 훈련을 원하고 수비수는 전술적인 훈련을 원할 수 있다. 수비수인 필립 람이 그런 관점에서 한 얘기라고 생각한다”고 ‘쿨’하게 대처했다.

‘재택 논란’에 대해서도 “한국에 거주하면서 만날 사람과 문화, 그리고 경험을 기대한다”며 한국에서 산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

다만 클린스만 감독은 한국에 상주하나, 다른 코치들은 해외 거주를 택했다. 

클린스만 감독은 “유럽 코치들은 각 나라에서 나폴리(김민재 소속팀), 마요르카(이강인 소속팀) 경기를 보는 등 해외에서 업무를 수행할 예정이고, 중간중간 합류해 업무를 진행할 계획”이라며 “현대에는 줌(ZOOM)이라는 화상 회의 시스템도 있고, 모두가 물리적으로 한 공간에 있을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선수가 있는 곳에 코치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해외에 머물 코치들 대신 클린스만 감독과 함께 K리그 등을 보며 국내 선수 이해도를 높여줄 인물로는 독일 태생 차두리 FC서울 유스강화실장이 선택됐다. 차 실장은 ‘테크니컬 어드바이저’로 합류해 1년 남짓한 시간 동안 클린스만 감독을 돕는다.

차 실장은 클린스만 감독과 카타르 월드컵에서 국제축구연맹(FIFA) 기술연구그룹(TSG) 일원으로 동행한 바 있다.

[서울=뉴시스] 28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은행 초청 축구 국가대표 평가전 대한민국과 우루과이의 경기, 이강인이 돌파하고 있다.2023.03.28.
[서울=뉴시스] 28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은행 초청 축구 국가대표 평가전 대한민국과 우루과이의 경기, 이강인이 돌파하고 있다.2023.03.28.

◆클린스만호의 특명 ‘공격 앞으로!’

솔직한 화법으로 좋은 인상을 주며 시작했어도 감독의 평가는 결국 경기로 말하는 법이다. 클린스만 감독도 그 점을 부인하지 않았다. 그리고 부임 뒤 첫 평가전 일정을 치르며 어느 정도 클린스만호 정체성의 윤곽이 보였다.

콜롬비아전에서 한국 선수들은 상당히 높은 위치부터 적극적으로 압박하며 공격적으로 임했다. 클린스만 감독도 취임 기자회견에서 “저는 공격수 출신이다. 1-0보다 4-3 승리를 선호한다”며 호전적 양상을 드러냈다. 

그 결과 한국은 손흥민이 전반에만 2골을 넣으며 앞서갔다. 비록 후반 초반 수비 집중력을 잃으며 2점을 실점해 비겼으나, 한 경기만으로도 클린스만호의 성격은 확실히 엿보였다.

우루과이전은 황인범의 골에도 1-2로 패했지만, 후반 투입된 오현규의 슈팅이 골로 인정됐다면 이번에도 비겼을 만큼 경기 양상은 크게 밀리지 않았다.

[울산=뉴시스] 24일 오후 울산 남구 문수축구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은행 초청 축구 국가대표 평가전 대한민국과 콜롬비아의 경기 종료 후 손흥민과 김민재가 포옹하고 있다. 2023.03.24.
[울산=뉴시스] 24일 오후 울산 남구 문수축구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은행 초청 축구 국가대표 평가전 대한민국과 콜롬비아의 경기 종료 후 손흥민과 김민재가 포옹하고 있다. 2023.03.24.

◆튀어나온 문제점

다만 여러 문제도 드러났다. 상대 압박에 고전하는 모습이 있었는데, 전술적 보완이 요구되는 부분이었다. 

공격 위주라곤 하지만 두 경기 연거푸 2실점한 수비력도 과제로 제시됐다.

대표팀 선수의 멘탈관리 필요성도 나타났다.

우루과이전 1-2 패배 후 수비의 핵 김민재는 “당분간 소속팀에 집중하고 싶다”며 은퇴 시사로 오인될만한 발언을 했다. 논란이 되자 사과했으나, 그 과정에서 손흥민과의 SNS ‘언팔’ 사건도 발생했다. 

김민재 사과 직후 손흥민이 국가대표의 의미에 대해 언급한 글을 올렸는데, 김민재가 자신을 ‘저격’했다고 여겨 손흥민의 SNS를 차단한 것이다. 김민재는 이마저도 곧 사과했으나 대표팀 내부에 균열이 생겼다는 사실은 분명했다.

◆선수가 보는 벤투와 클린스만 차이

여러 숙제가 보이는 상황에서 클린스만 감독은 어떻게 해법을 찾아낼지 관심을 끄는데, 대표팀 주축 이재성의 언급이 이목을 끌었다. 네이버 블로그에서 연재 중인 글을 통해 이재성은 벤투와 클린스만 감독의 차이를 설명했다.

이재성에 따르면 벤투호는 규율과 틀이 잡혀 있었다. 그러나 클린스만호는 더 자유롭다. 단적인 예가 선수 소집이다. 벤투 감독은 무조건 같은 날 모이도록 했지만 클린스만은 선수 상황에 맞춰 오도록 했다. 

클린스만 감독은 외박도 허용했다. 이재성은 “이전에는 쉽게 상상할 수 없었던 일”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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