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로 묻는 안부’는 ‘비움’‘안부’의 서평집

보수 문단에서 자발적 서평은 이례적

“30년 독도 운동으로 맺어진 인연들”

풀꽃 시인 “풀꽃 압화 만들며 힐링”

‘독도 운동가’ 천숙녀 시인이 최근 천지일보 본사에서 서평집 ‘시(詩)로 묻는 안부’ 발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3.02.28.
‘독도 운동가’ 천숙녀 시인이 최근 천지일보 본사에서 서평집 ‘시(詩)로 묻는 안부’ 발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3.02.28.

[천지일보=박혜옥 기자] “‘詩로 묻는 안부’를 읽다 보면 성큼 새봄이 창을 열 겁니다. 차갑고 무디었던 겨울을 넘어 새봄이 왔어요. 환한 날.”

‘독도운동가’로 널리 알려진 천숙녀 시인은 3대(代)가 한의사인 집안의 막내딸로 자랐다. 약봉지 주렁주렁 매달린 사랑채에서 시조시인이기도 했던 부친은 늘 글을 썼고, 천 시인은 먹을 갈았다. 그렇게 글이 삶인 환경에서 자란 천 시인은 늘 메모를 하고 일기를 썼다. 모인 일기는 작은 역사가 되고 시가 됐다. 시집 ‘비움’ ‘안부’도 그렇게 탄생했다. 발간된 시집을 자신을 아끼는 시인들에게 보냈다. 천 시인의 시집을 읽고 저명한 시인들이 하나둘 서평을 보내왔다. 그렇게 9명의 서평이 모여 ‘시(詩)로 묻는 안부’가 탄생했다.

‘시로 묻는 안부’는 천 시인의 30년 독도운동을 아끼는 이들과의 특별한 인연과 애정이 낳은서평집이다. 한 명의 서평을 받기도 쉽지 않은 문단에서 9명이나 되는 시인들의 서평은 이례적이다. 천 시인을 만나 30년 독도 운동의 희로애락과 ‘시로 묻는 안부’ 발간 사연을 들었다.

◆ 30년, 독도와 함께 희로애락

천 시인은 강산이 세 번 바뀌는 동안 우리 국토의 막내 독도 지키기에 지대한 관심으로 현지 탐방, 도서 간행, 독도 음악회 개최 등 독도 사랑을 몸소 실천해 왔다. 또한 많은 시인에게 독도시를 쓰게 권유하고, 독도시집을 만들어 도서관과 학교 등에 보내기도 했다.

한민족독도사관(관장 천숙녀) 주최로 문화예술인, 기업인 등이 독도를 탐방한 모습. (출처: 천지일보DB)
한민족독도사관(관장 천숙녀) 주최로 문화예술인, 기업인 등이 독도를 탐방한 모습. (출처: 천지일보DB)

그는 왜 이렇게 독도에 관심을 가져온 걸까.

“지금도 새벽 4시 반에 일어나서 가슴에 손을 얹고 ‘동해물과 백두산이~’ 애국가를 불러요. 아무도 못 말려요. 제 가슴에 독도를 향한 뜨거운 피가 흐르기 때문이죠.”

천 시인에게 있어 ‘독도’는 삶 그 자체였다. 가장 행복했던 순간도, 가장 힘들었던 시간도 독도였다. 그가 간절히 바라는 것 또한 독도다.

그는 가장 행복했던 순간으로 “독도 일일 등대장이 돼 독도 등대지기의 일원으로 일주일 머물렀던 독도체험”을 꼽았다. 더불어 “2009년 제17차 세계한인상공인지도자 대회에 초청돼 멕시코 칸쿤과 쿠바 하바나에서 독도문화예술 행사에 참여했던 시간도 잊지 못한다”고 회상했다.

30년 독도운동을 정부나 기관의 도움 없이 해오면서 가장 힘들었던 것은 ‘독도사관 임대료’라는 현실이었다. 이제는 천 시인의 지나온 길을 이어 독도사관을 맡아줄 누군가를 간절히 기다리고 있다.

‘독도운동가’ 천숙녀 시인이 최근 천지일보 본사에서 풀꽃을 정성스레 말려 코팅해 만든 ‘풀꽃’ 압화를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3.02.28.
‘독도운동가’ 천숙녀 시인이 최근 천지일보 본사에서 풀꽃을 정성스레 말려 코팅해 만든 ‘풀꽃’ 압화를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3.02.28.

◆ ‘詩로 묻는 안부’ 발간 의미

“2020년 10월 한글날을 기념하며 ‘비움’ ‘안부’ 두 권의 시조집과 시집을 엮었어요. 부족한 작품이지만 읽어 주시고 서평을 보내주신 귀한 인연 아홉 분이 계셨어요. 저만 읽고 접어두기엔 너무나 귀한 말씀들이었기에 ‘시(詩)로 묻는 안부’로 발간하게 됐어요.”

서평을 보내온 9명의 시인은 천 시인의 30년 독도 사랑을 귀하게 여겨온 지인들이다.

천 시인은 “‘비움’과 ‘안부’ 두 책을 받아보신 분들이 ‘천 시인 많이 아팠겠다’ ‘많이 시렸겠다’라며 공감해 주셨다”며 “코로나19로 힘든 시기를 보냈을 시인들의 가슴에 공감 문화로 스며들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천 시인은 “‘詩로 묻는 안부’를 꼭 읽어 달라”고 당부했다. 그는 “‘비움’ ‘안부’ 두 권의 책이 특별하지는 않다. 다만, 버거운 시대의 흐름을 풀어 놓았고 저명하신 교수님과 스승님의 말씀이 귀하고 귀한 까닭이다. 작품과 함께 해설, 평을 느끼며 읽어 내리다 보면 성큼 새봄이 창을 열 것이다. 차갑고 무디었던 겨울을 넘어 새봄이 왔다. 환한 날….”

천숙녀 시인이 풀꽃을 정성스레 말려 코팅해 만든 ‘풀꽃’ 압화. ⓒ천지일보 2023.02.28.
천숙녀 시인이 풀꽃을 정성스레 말려 코팅해 만든 ‘풀꽃’ 압화. ⓒ천지일보 2023.02.28.

◆ “풀꽃만 보면 이유 없이 좋다”

천 시인에게는 또 다른 별칭이 있다. ‘풀꽃 시인’ 천숙녀.

그는 주변 시인들이 시집을 출간하면 본인이 직접 뜯어말린 풀꽃으로 시화를 만들어 시인들에게 선물한다. 한두 편의 시화가 아니라 시집 한 권을 통째로 필사해 풀꽃시화로 만들어 준다. 어떤 작품은 7개월, 어떤 작품은 1년 걸린다. 자신의 시집도 아닌 다른 시인의 시집을 이렇게 정성껏 시화로 만드는 이유는 좋은 작품을 필사하며 공부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풀꽃만 보면 이유 없이 좋다”는 천 시인은 매일 집 주변 동산에 올라 풀꽃을 뜯는다. 그렇게 뜯은 풀꽃을 정성스레 말려 코팅해 지인들과 전철에서 책을 읽는 누군가에게 책갈피로 쓰라며 선물한다.

사람은 자신이 좋아하는 무언가를 닮아간다. 여린 몸으로 30년이나 끈질기게 독도 운동을 해온 천 시인이 강한 생명력을 품은 풀꽃을 닮았다는 느낌이 문득 든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