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탄소에 전기차 수요 급증
 전기차 화재 연 2배가량 늘어
 열폭주 현상으로 화재에 취약
 전문가 “화재예방 가장 중요”
“배터리 소화 캡슐 적용될 것”

전기차 화재.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전기차 화재.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천지일보=정다준 기자] 전기차 시장이 브레이크 없는 고속 성장을 하고 있는 가운데 전기차 화재사고도 잇따르고 있다. 전기차는 한번 불이 붙으면 잘 꺼지지 않아 화재에 매우 취약하다. 화재가 지속하는 시간이 길어 2차, 3차 화재 등 대형화재로 이어질 가능성도 크다. 정부가 2030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이루기 위해 주도적으로 전기차 보급 확대에 나서곤 있지만 정작 안전과 관련된 전기차 화재에 대해선 대응이 미흡한 실정이다.

◆국내 전기차 판매 전년比 62.6%↑

전기차는 친환경 이동수단으로 꼽히며 최근 주목을 받고 있다. 자동차 제조사도 이러한 흐름에 따라 탈(脫)내연기관을 선언하며, 전동화 전환 즉 전기차 모델을 선보이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통계를 보면 지난해 보급된 전기차 수는 15만 7264대로 전년 동기 대비 62.6% 증가했다. 같은 기간 전체 자동차 판매 대수는 168만 4299대로 이 가운데 전기차의 비중은 9.3% 수준이다. 이는 작년 자동차 판매 100대 중 9대가량이 전기차였던 셈이다.

특히 매년 전기차 판매량이 증가하고 있는 만큼 올해는 무난히 전체 자동차 판매 비중에서 전기차가 차지하는 비중이 10%를 넘어설 전망이다. 지난달 판매 실적을 보면 전기차는 국내에서 1만 7824대가 판매된 가운데 전체 자동차 판매는 14만 7031대로 전기차가 비중 12.1%를 기록해 10%대를 돌파했다.

◆전기차 성장 따라 화재도 급증

소방청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전기차 화재는 매년 2배가량씩 급증하고 있다. 2020년 11건, 2021년 24건, 2022년 44건으로 나타났다. 올해 들어서도 전국 곳곳에서 전기차 화재 소식이 전해지고 있다.

특히 지하주차장에서 충전 중 화재가 발생한 사례가 29건에 달해 주차장 내 전기차 화재 예방 및 소화장치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달 들어서는 제주도와 강원 원주시에서 전기차 화재사고가 발생했다. 

이달 7일 오전 8시께 원주시 지정면 한 아파트 지하 3층에 주차된 쉐보레 볼트 전기차에서 불이 나 약 50분 만에 진화됐다. 진화 과정 중 차량에서 폭발음이 한 차례 발생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달 15일 오후 7시께 제주시 애월읍 하귀2리에서 운행 중이던 아이오닉5 전기차에 불이 나 30여분 만에 꺼졌다. 소방대원 40명이 완전히 불길을 잡기까지는 3시간이 걸렸고 차는 모두 불에 탔다.

연도별 전기차 화재 건수. (자료: 소방청)
연도별 전기차 화재 건수. (자료: 소방청)

◆한번 불나면 끝까지 타는 전기차

전기차는 기름으로 움직이는 내연기관차 대비 화재에 취약하다. 이는 배터리가 주요 원인으로 일반 차량과 달리 다량의 배터리가 장착된 전기차는 열폭주 현상으로 화재 발생 시 일반 소화기로는 진화가 어렵기 때문이다.

전기차 배터리에 충격이 가해지면 1000도 이상의 열폭주 현상이 발생한다. 이를 진화하기 위해선 물이나 일반 소화 약재로 힘들고, 배터리에 잔열이 남아있을 경우 폭발하거나 2차 화재로 번질 수 있어 완진까지는 수 시간이 걸린다.

이에 이동식 소화수조 등 특수장비를 활용한 진화방법을 해야 하는데 이러한 방법도 쉽지는 않다. 특히 지하주차장은 이러한 특수장비를 설치할 공간이 부족할 뿐만 아니라 소방차 진입조차 어려워 사고에 더욱 취약하다.

소방관들은 이 같은 전기차 화재에 대응하기 위해 전기차 화재 분석 및 전기차 구조 이해, 전기차 화재진압 방법 등 다양한 훈련을 통해 대비하고 있다.

◆교통안전공단, 전기차 화재 방지 나서

한국교통안전공단은 최근 전기차 화재사고 방지를 위한 안정성평가 및 통합안전 관리기술 개발 과제에 대한 청사진을 공개했다.

문보현 한국교통안전공단 미래차연구처 책임연구원 지난 15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EV트렌트 코리아 2023 EV 360 콘퍼런스에서 ‘전기차 안전기준 현황 및 개선 방안’에 대해 발표했다.

문 연구원은 오는 4월부터 전기차 화재 방지 기술을 개발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전기차 안정성 강화 계획도 내놨다. 전기차 내부의 배터리와 차체 사이에 인덕트 파이프를 삽입해 화재 발생 시 차체와 배터리를 빠른 속도로 분리한다는 것이다. 

아울러 그는 “이와 함께 전기차 주차장이 대부분 지하에 있다”며 “지하 환경을 개선해 이상 현상이 있다면 소방관이 들어가지 않고 내부에 물을 쏴 수조로 만드는 인프라 구축도 고민에 두고 있다”고 말했다.

제주소방안전본부가 23일 오후 제주시 한천 저류지에서 전기차 실물 화재 훈련을 하고 있다. 2022.11.23. (출처: 뉴시스)
제주소방안전본부가 23일 오후 제주시 한천 저류지에서 전기차 실물 화재 훈련을 하고 있다. 2022.11.23. (출처: 뉴시스)

◆화재 대응 기술들도 등장

전기차 화재에 대응하기 위해 다양한 기술들이 속속히 등장하고 있다.

전기차 충전기 업체 에바(EVAR)는 지난 15일 2023 EV트렌드 코리아에서 스마트 충전기 2세대(2023) 모델인 ‘화재 발생 감지형 충전기’를 공개했다. 에바의 완속충전기 스마트 차저(Smart Charger) 2023에는 화재감지 솔루션이 적용돼 불꽃이나 온도 등 다양한 센서로 수집한 데이터를 분석해 전기차 화재 발생 상황을 감지한다. 이후 즉시 충전을 차단하며, 주변 충전기까지 멈춘다. 에바는 다음달부터 세계 최초로 화재감지와 블루투스 PNC(Plug and Charge) 시스템이 탑재된 충전기 신제품을 출시할 계획이다. 

전기차 화재 안전 인공지능(AI) 솔루션을 제공하는 걱정마화재는 EV트렌드 코리아에서 1400도까지 버텨내는 질식소화포를 소개했다. 질식소화포로 불이 나는 전기차를 덮어 연소시키는 방식이다. 걱정마화재는 오는 31일 서울모빌리티쇼에서 솔루션을 런칭할 예정이다.

◆전문가 “화재 예방 연구 필요” 강조

전문가들은 이동형 소화수조가 최선의 해결책은 아니라며, 전기차 제조 과정에서 화재 예방을 위한 심도 있는 연구가 더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필수 대림대학교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23일 천지일보와의 통화에서 “리튬이온 배터리가 열적인 부분에 취약하기에 전기차 화재는 계속 늘어날 것”이라며 “내연기관차 화재와 다른 점은 내연기관차는 확산 속도가 느리다 보니 골든타임이 길지만, 전기차의 경우에는 확산 속도가 빠르고 골든타임이 짧아 사람이 사망하는 사례가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 교수는 이어 “중요한 것은 화재가 생기지 않게끔 만드는 게 가장 중요하다”며 “배터리사나 제작사들이 지금 연구하고 있다. 예를 들어서 배터리 센서에다가 소화 캡슐 같은 거 넣어서 불이 나더라도 자동 소화시킨다든지 또는 골든타임을 늘리게 만든다든지 이런 것들이 어느 정도 결과가 나와 있어서 이제 상용화 모델로 적용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소방청에서 화재를 진압하는 것은 불이 확산하지 않게 막아주는 후처리 방법”이라며 “더 중요한 건 사람에게 피해가 없도록 안전하게 화재를 늦추거나 피해자가 없게 만들어주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지하에 설치된 충전기에 대해 “충전기 설치는 지상 설치가 원칙이고, 지상이 불가능해 지하에 설치할 경우에는 구획을 나눠 막아야 한다”며 “화재가 나면 칸막이 막고 대용량의 물을 뿌려 잠길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공 교수는 “배터리 화재 시 불산 성분이 나오는데 불산이 인체에 굉장히 위험하다”면서 “때문에 환기·배기 시스템 설치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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