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준 역사연구가/칼럼니스트

젊은 태권도 선수들이 일정하게 벌이는 율동적인 퍼포먼스는 이제 세계인이 열광하는 장르가 됐다. 아메리카 갓 탈렌트에 나가도 입상을 경쟁하는 인기 종목이다.

지난 토요일 광화문에서는 국기 지정 5주년을 맞아 태권도인 1만 2000명이 참가해 태극1장 품세를 선보이는 페스티벌을 벌였다. 기네스 기록에 도전하는 행사였다고 한다.

매주마다 정치 집회로 얼룩진 세종로 대로에 모처럼 멋진 장관이 펼쳐진 것 같다. 이를 내려다보시는 세종대왕 동상의 얼굴에도 미소가 감도는 것만 같다.

대한민국은 민주국가로 어느 정치집회도 보장돼야 한다. 국민이면 누구나 자신의 주장을 공표하고 호소할 자유가 있다. 그러나 대다수 국민의 공감을 얻지 못하는 정치 구호가 남발하는 집회는 이제 그만 둘 때도 되지 않나 하는 생각이다.

나라 안보를 굳건히 하려면 장정들이나 국민의 체력이 굳건해야 한다는 것은 만고의 진리다. 우리 민족이 작은 땅덩어리 가지고 5000년 역사에서 숱한 침략을 받았음에도 민족의 정통성과 문화를 지킨 것은 선조들이 강했기 때문이다.

동해안 귀퉁이 경주에서 ‘사로국’이라는 작은 나라로 개국한 신라는 우리 역사에서 매우 소중한 교훈을 가르쳐 주고 있다. 가장 힘이 없었던 신라가 어째서 삼국을 통일하는 대업을 이룩할 수 있었을까. 그리고 7세기 후반 골리앗과 같은 당나라와의 전쟁에서 승리할 수 있었을까.

그것은 바로 상무정신(尙武情神)이었다. 젊은이들에게 평소에도 심신을 단련하고 무예를 연마토록 했던 것이다. 일단 유사시 군사들을 지휘했던 화랑도는 명산대천을 돌아다니며 정신을 가다듬고 무예를 생활화했다. 이들 자원이 나중에는 신라통일의 초석이 돼 비록 많은 희생이 따랐지만 민족이 한 덩어리가 되는 역사적 소망을 실현했던 것이다.

삼국사기 단편적인 기록이긴 하지만 신라는 당시 중국을 능가하는 무기체계를 가지고 있었던 것 같다. 당나라와 북방 민족기병들이 가장 무서워하는 포노(砲弩)기술을 개발해 외국에 전파하지 않고 비장해 전쟁에 사용했다. 포노는 요즈음 다연발로켓포 같은 원리로 성상(城上)에 비치해 침공하는 기병들을 일거에 제압이 가능한 신병기였다.

신라 포노 기술자는 당나라에 끌려갔지만 끝까지 원천기술을 가르쳐 주지 않았다는 기록이 전한다. 이 포노는 문무왕 675AD 당나라 20만 대군을 서울 근교에서 대파하는 전과를 올리고 우리 민족을 위기에서 구했다.

위대한 성군 세종대왕은 문치에 힘을 쓰면서도 군사훈련을 매우 중요시했다. 조선시대 왕실과 백관들이 행하던 강무(講武)라는 행사도 유사시 전쟁을 대비한 훈련이었다. 세종은 질환이 있을 때는 대신 세자에게 강무를 꼭 시행하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세종실록 기록에는 신하들이 반대하자 간곡하게 시행할 것을 당부한다.

‘강무(講武)는 나라의 큰 일이고 조종께서 이미 세우신 법이다. 하물며 이제 동서(東西) 두 국경의 수어(戍禦)를 바야흐로 일으켰으니, 군자의 준비를 늦출 수야 있겠느냐. 내가 지난번에 세자로 하여금 강무하게 하려고 하였더니 대신들이 말렸는데, 나는 그 옳은 줄을 알지 못하겠다… 세자로 하여금 숙위(宿衛) 군사를 나누어서 강무하게 하고, 군중의 일은 병조의 당상(堂上) 한 사람과 병방승지(兵房承旨) 한 사람이 같이 의논하여 처결하라… (하략).’

서해 수호의 날 윤 대통령이 순직 장병 55용사들의 이름을 하나하나 부르며 추모할 때 북한이 또 도발했다. 북한이 ‘핵 무인 수중 공격정’을 개발, 바닷속으로 은밀하게 침투해 수중에서 핵폭발을 일으킴으로써, 대규모 해일로 타격하겠다는 전략이라고 한다. 북한의 전쟁광분 야욕을 억지할 힘은 바로 국민적 단결과 북한을 능가할 수 있는 힘을 기르는 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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