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 후 ‘3년 8개월만’ 해제
기업 불확실성 해소 등 효과
‘화이트리스트’ 회복도 공감

1박2일 일정으로 일본을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이 16일 오후 일본 도쿄 총리 관저에서 기시다 후미오 총리와 의장대 사열에 앞서 양국 국가를 듣고 있다. 2023.3.16 (출처: 연합뉴스)
1박2일 일정으로 일본을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이 16일 오후 일본 도쿄 총리 관저에서 기시다 후미오 총리와 의장대 사열에 앞서 양국 국가를 듣고 있다. 2023.3.16 (출처: 연합뉴스)

[천지일보=김정필 기자] 한·일 정상회담을 계기로 일본의 대(對)한국 수출규제 완화가 본격화한다. 일본은 ‘반도체 핵심 소재 3대 품목’에 대한 수출규제를 해제하고, 한국은 3개 품목 조치에 대한 세계무역기구(WTO) 제소를 취하하기로 했다.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16일 일본 도쿄에 마련된 프레스센터에서 브리핑을 열고 “일본 측은 수출관리의 운용 변경을 통해 불화수소, 불화 폴리이미드, 포토레지스트 3개 품목에 대한 수출규제 조치를 즉시 해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 장관은 “한국 정부는 일본 측의 3개 품목 수출관리 운용 규정 변경 실시와 동시에 일본 측의 3개 품목 조치에 대한 WTO 제소를 취하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 장관은 “이제부터 일본에서 한국으로 3개 품목을 수출할 경우 허가 기간 간소화 등 절차적 부담이 완화되고, 기업의 불확실성도 해소될 것”이라며 “이번 합의는 단순히 수출 규제 조치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첫발을 내딛는 것으로 한일 공조의 주춧돌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산업부는 지난 6일 한일 수출규제 현안 원상회복을 위한 양자협의 방침 발표 이후 14~16일 사흘간 일본 경제산업성과 ‘제9차 한일 수출관리 정책대화(국장급)’를 열어 양국 수출 관리 당국의 체제·제도 운용·사후관리 등 전반을 논의해왔다.

양국 정부의 합의에 따라 일본 측은 수출관리의 운용 변경을 통해 불화수소, 불화 폴리이미드, 포토레지스트 등 3개 품목과 관련된 수출규제 조치를 해제하기로 했다. 한국 정부는 일본의 3개 품목 수출관리 운용 규정 변경 실시와 동시에 일측의 3개 품목 조치에 대한 WTO 제소를 취하하기로 했다.

앞서 일본은 한국 대법원이 2018년 10월 강제징용 피해자에게 일본 피고 기업이 배상하라는 확정판결을 내리자 이에 반발해 수출규제 보복에 나섰다. 이듬해인 2019년 7월 일본 정부는 반도체·디스플레이 등 생산에 필수적인 포토레지스트와 불화수소, 폴리이미드 등 3개 품목에 대해 개별 수출 허가로 변경하고 한국을 일본의 ‘백색국가 명단(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했다.

이들 3개 품목은 한국의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산업에 중요한 소재다. 2019년 기준으로 일본은 글로벌 시장에서 불화 폴리이미드와 포토레지스트를 약 90%, 불화수소를 약 70% 생산하는 국가여서 국내 반도체 등 산업 생태계에 비상이 걸렸다.

2019년 9월 한국 정부는 일본의 수출 규제 조치를 일본 기업에 강제징용 피해 배상을 하라는 것에 대한 보복이라며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했다.

같은 해 11월 한일 양국은 WTO 절차를 잠정 중지하고, 수출관리 정책 대화를 진행하기로 합의하면서 ‘해빙 무드’가 조성되기도 했다. 하지만 이듬해 6월 양측의 이견으로 한국은 WTO 분쟁해결절차를 재개했으며 일본은 수출관리 정책 대화를 중단했다. 이후 WTO 제소 진행 상황은 양국의 패널 구성 단계에 정체돼 있었다.

최근 윤석열 정부가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해법을 제시하며 양국 관계 복원 분위기가 조성됐다. 정부는 일본 기업이 참여하지 않고 한일 재계 단체가 기금을 모아 강제징용 피해자에게 배상하는 ‘제3자 변제’ 방안을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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