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철 정치학 박사ㆍ고려대 강사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부결됐다. 당초 구속 수사를 해야 한다는 국민 여론이 우세했다. 이 대표 사안을 계기로 국회 체포동의안 제도 폐지에 대한 여론 역시 압도적으로 높게 나타났다. 이 대표 체포동의안 부결로 체포동의안 제도 폐지에 대한 국민적 여론은 더 커질 듯하다. 무엇보다 국민들의 정치 불신은 극에 달하고 있다. 법 앞에 만인은 평등하고, 국회의원이라고 법 위에 있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

민주당으로서도 상황이 더 안 좋아질 듯하다. 민주당은 이재명 대표 사안으로 당 지지율이 계속해서 떨어졌다. 상대 당인 국민의힘에도 밀리고 그 격차가 더욱 커져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대표 ‘방탄’에 대한 당 지도부와 민주당의 의지는 더욱 강고하게 표출됐다. 이재명 대표와 민주당은 이 대표에 대한 수사를 ‘정치 탄압’ ‘정적 제거’ 등으로 규정한다.

이 대표는 윤석열 대통령을 향해 “국가 권력을 갖고 장난하면 그게 깡패이지 대통령이겠느냐”고 언급했다.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민주주의와 헌정 질서의 파괴”라며 “맞서 싸워 달라” “촛불의 강물을 만들어 달라”고 민주당 국회의원과 지지자들에게 선언하고 호소했다. 체포동의안에 대한 국회 신상발언에서는 “권력자가 국가위기와 국민고통을 외면한 채 권력을 사적으로 남용하는 것은 주권자에 대한 배반이자 민주공화정에 대한 도전”이라며 “수사가 사건이 아닌 사람을 향하고 있다. 목표물을 잡을 때까지 사법사냥을 한다”고 강조하고, “법치의 탈을 쓴 정권의 퇴행에 엄중한 경고를 보내달라”며 부결 처리를 촉구했다.

국회에서 이재명 대표에 대한 범죄 혐의를 설명한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시민 입장에선 ‘단군 이래 최대 치적’이 아니라 ‘단군 이래 최대 손해’란 말이 어울린다”고 밝혔다. 한 장관은 “대장동 사건, 위례 사건, 성남FC 사건은 죄질과 범행의 규모 면에서 단 한 건만으로도 구속이 될 만한 중대범죄들”이라며, “‘유력 정치인이기 때문에 도망갈 염려가 없다’는 주장대로라면, 이 나라에서 사회적 유력자는 그 어떤 범죄를 저질러도 구속되지 않아야 하고, 전직 대통령, 대기업 회장들은 왜 구속돼 재판을 받았던 것인지 설명할 수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체포동의안의 성격이 “다른 국민들과 똑같이 법원의 심사를 받게 해달라는, ‘판사 앞에 나오게만 해달라’는 요청이고, 수많은 이재명 의원의 공범들, 그리고 다른 모든 국민들이 따르는 대한민국 형사사법시스템에 따라달라는 요청”임을 분명히 했다.

한 장관이 국회에서 밝힌 범죄 혐의 내용을 보면 ‘정치 탄압’으로 몰아가려는 이재명 대표와 민주당의 주장은 설득력을 발휘하기 어려워 보인다. 한동훈 장관은 설명 말미에 “어디에도 ‘민주당 대표 이재명의’ 범죄혐의는 없다” “오직 ‘성남시장 이재명의’ 지역토착비리 범죄혐의만 있을 뿐”이라며 “어떤 결정이 2023년 대한민국의 상식과 법에 맞는 것인지 우리 모두 알고 있다”고 강조했다.

국민들은 특히 민주당이 명색이 공당(公黨)으로서 합당한 행동을 하고 있는가에 의문을 갖는다. 민주당은 부정부패 범죄 혐의가 뚜렷한 이재명 대표를 보호하고 방어하는 데 총력을 기울여 왔다. 이재명 대표는 당초 범죄 혐의가 강하게 제기된 가운데도 민주당에 전통적으로 유리한 지역구인 송영길 전 의원의 지역구에, 송 전 의원이 서울시장에 출마하며 사퇴하자 이재명 대표를 공천했고, 이 대표는 당선돼 국회의원이 됐다. 국회의원이 되면 체포동의안이라는 ‘방탄복’을 착용할 수 있는 등 방어에 유리한 점이 많기에 이 대표로서는, 대선 패배자로서 잠시 떨어져 있어야 한다는 여론에도 불구하고 출마를 강행했고 민주당은 꽃길을 깔아준 모양이 됐다.

이 대표는 거기에 멈추지 않고 당 대표에 출마해 역시 당선됐다. 이 대표의 리스크가 당의 리스크가 될 거라는 내외의 많은 우려와 비판에도 불구하고 민주당의 당원들은 이 대표를 대표로 선출했다. 그 뿐만이 아니었다. 민주당은 이 대표의 구속 기소에 대비한 당헌 당규까지 개정했다. 민주당의 당헌 제80조 제1항은 “사무총장은 뇌물과 불법 정치자금 수수 등 부정부패와 관련한 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각급 당직자의 직무를 기소와 동시에 정지하고 각급 윤리심판원에 조사를 요청할 수 있다”, 제3항은 “제1항의 처분을 받은 자 중 정치탄압 등 부당한 이유가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중앙당 윤리심판원의 의결을 거쳐 징계처분을 취소 또는 정지할 수 있다”라고 돼 있었는데, 당초 1항에서 “기소된”에서 “금고 이상의 유죄 판결을 받은”으로 고치려다 비판 여론에 부딪혀 유지하기로 했고, 대신 3항에서 “중앙당 윤리심판원”을 “당무위원회”로 수정했다. 당무위원장이 당 대표이기 때문에 사실상 이재명 대표에게 ‘셀프 구제’의 길을 열어뒀다는 비판이 따르는 것은 당연했다. 이렇듯 공당(公黨)인 민주당이 이재명 대표를 위해 철저히 이용됐고, 이용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검찰의 체포동의안이 국회에 도착하자, 민주당 안에서는 이재명 대표를 김대중 전 대통령에 비유하는 발언도 나왔다. ‘군사정권의 김대중 죽이기’처럼 ‘검사 독재 정권의 이재명 죽이기’라고 했다. 부정부패 토착비리범을 민주화 투사에 비유하는 ‘정신세계’가 민주당 ‘구 386’ 정치인 인사들의 의식 상태처럼 비쳐져 국민들로서는 더욱 황당했다. 가히 김대중 전 대통령이 비분강개할 노릇이 아닌가 했다.

이재명 체포동의안에 대한 표결 결과는 의미심장하게 나왔다. 297명의 무기명 투표 결과 찬성 139명, 반대 138명이 나온 것이다. 무효는 11명, 기권은 9명이었다. 체포동의안 가결 요건은 재적 의원 과반 출석에 출석 의원 과반 찬성이므로 투표한 297명 중 149명 이상의 찬성이 필요했다. 반대가 과반이 안 돼 부결된 것이다. 하지만 찬성이 반대보다 많았기에 ‘가결 같은 부결’이라는 말이 나왔다. 무엇보다 민주당 내 이탈표에 대한 의미였다. 민주당 의석이 169석이기에 반대 138표에 비해 31표가 차이가 나는 것이다. 30여명의 의원들이 이탈했을 가능성이 제기된 것이다. 당 내 기세를 올리며 표 단속을 부지런히 했던 관계로 이재명 대표는 여유만만했다. 이 대표로서는 이탈표의 규모가 큰 충격으로 다가왔을 것이고, 이 대표의 리더십에 큰 타격이 가해진 셈이었다. 체포동의안 부결에도 불구하고 이미 이 대표에 대해서는 정치적 사망 선고가 내려진 것이라는 견해까지 대두했다.

국회의원의 특권을 이용해 부정부패 토착비리범을 방탄한 이재명 대표 체포동의안 부결은, 민주당의 도덕적 파탄이자 민주당이 지니는 민주주의의 사망 선고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예상과 달리 적잖은 이탈표가 나온 것은 민주당의 변화에 대한 강력한 탄환이 될 가능성 역시 암시한다. 그간의 모습을 보면 이재명 대표는 결코 순순히 물러날 사람이 아니다. 정치적 재간이 섣불리 위축될 것 같지도 않다. 민주당에 대한 민심 이반은 거세다. 변화하지 않으면 다 죽는다는 당 내 위기의식 역시 만만찮다. 민주당의 앞날을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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