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은훤 행복플러스연구소 소장

행복에 너무 집착하면 행복하기 어렵다. 심리학자로 행복전문가인 최인철 교수의 강의를 들은 적이 있다. 자신을 지도해주던 리처드 니스벳이라는 미시간대학교 심리학과 석좌교수의 이야기가 무척 흥미로웠다.

그 교수가 어떤 아이디어를 좋아할까 고민하던 중에 친구가 권한 에세이를 읽게 됐다고 한다. 그 지도교수가 쓴 ‘반反 창의성 편지(The anti-creativity letter)’였다. 당시 많은 사람의 큰 관심사는 어떻게 하면 창의적일 수 있을까였는데 이에 대한 답으로 이 에세이를 쓴 것 같다고 최 교수는 말하고 있다. 비범하기 위해서는 창의적이어야 하지만 에세이에서는 평범한 학자가 되기 위한 충고를 하고 있는 셈이다.

예를 들어 다른 분야 사람들과 대화하지 말고 같은 분야의 사람들하고만 시간을 보내라거나 소설이나 시 따위는 읽지 말고 전공서적만 읽으라는 등의 내용이다. 만일 그 교수가 어떻게 창의적이 될지에 대해서 썼다면 비장함과 더불어 읽는 내내 무거운 마음이었겠지만 그에 반하는 ‘반 창의성 편지’였기에 재미있고 가볍게 잘 읽었고 오히려 창의적이려면 그 반대로 하면 되겠구나 하는 깨달음을 얻었다고 한다.

이러한 역발상의 법칙을 행복에도 적용시켜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선 불행했던 생각들을 떠올려 보라. 교통사고로 힘들었던 일, 아팠던 일, 사랑하는 부모님이 돌아가신 일 등 여러 가지 일이 떠오를 것이다.

제일 먼저 느끼는 것은 수많은 불행한 일들을 잘 이겨내 왔다는 것이다. 스스로 대견하게 느껴지고 웬만한 불행을 이겨내는 자신만의 노하우가 생겼다는 생각도 들 것이다. 또 하나는 지금은 그때 겪었던 불행과 거리가 있음을 느끼게 될 것이다. 그것 자체로 행복한 것이 아닌가?

제일 행복한 사람은 불행한 일을 겪지 않은 사람이 아니라 온갖 불행한 일을 겪어봐서 어떤 일도 두렵지 않은 사람이다. 정말 쓴 약을 먹어 본 사람은 웬만한 먹을거리는 거의 달다고 느끼게 된다. 인생도 그렇다. ‘젊어서 고생은 사서도 한다’라는 속담도 비슷한 의미가 있을 것이다. 이미 큰 고난이나 고통을 겪은 사람은 세상에 무서운 것이 없고 웬만한 것은 다 좋게 느끼게 된다.

행복하기 위해서는 이전에 경험했던 행복한 순간보다 더 자극적이어야 한다. 개인적으로 예전에 딸과 같이 유럽여행을 했을 때에 느꼈던 행복감을 잊을 수가 없다. 더 행복하기 위해서는 그보다 더 행복한 순간을 경험해야 하는데 쉽지 않다. 그보다 더 좋은 곳을 찾는 것도 쉽지 않은데 무엇보다 딸과 시간을 맞추는 것이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가족들이 함께 놀러도 가 봤지만 그 순간의 행복과는 비교할 수가 없다.

불행했던 순간을 떠올려보면 큰 딸이 첫 아이를 출산하면서 힘들었을 때다. 그 순간만 지나면 행복할 것 같다고 느꼈었고 지금은 이미 다 지나간 일이 됐다. 그 순간을 빼면 거의가 행복한 시간이라고 느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 포인트다.

그렇게 생각하다 보면 또다시 불행한 순간이 찾아온다고 하더라도 이길 수 있는 힘이 생긴다. 이 순간이 지나면 행복한 순간이 올 것이고 그것은 짧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어린이들이 읽는 동화에 보면 역경을 이겨내는 장면이 나온다. 대부분의 이야기가 그 이후에는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다는 이야기로 마무리되는 이유이다.

행복하기보다 불행하기에 대해서 생각해보라. 훨씬 더 긍정적이고 행복한 결과가 만들어질 수 있다. 그로 인해 오래오래 행복한 순간이 이어지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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