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겸 동국대 법학과 교수

모든 권리에는 의무가 따른다. 이는 국가의 최고규범인 헌법에서 보장하고 있는 기본적 인권도 마찬가지이다. 언론의 자유는 기본권이지만 무제한의 자유가 보장되지 않고 국가의 안보나 질서유지 및 공공복리를 위해 필요한 경우에는 법률로 제한한다. 그리고 언론으로 인해 개인의 명예가 훼손되거나 공중도덕 또는 사회윤리가 침해되면 이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 이렇게 권리에는 의무와 책임이 뒤따른다.

인간은 자신의 행위에 대해 책임을 지게 된다. 헌법과 법률에 따라 공무를 수행하는 공무원이나 이에 준하는 신분을 가진 사람은 주어진 공무를 수행하기 위해 권한을 행사하지만, 이 권한에는 의무와 책임이 부여돼 있다. 그래서 주어진 권한을 행사하지 않을 때 이에 대해 책임을 지게 된다. 물론 권한을 잘못 행사하거나 정책을 잘못 추진했을 때도 책임을 져야 한다.

지난 정권은 일도 없이 상승하는 주택가격을 잡기 위해 상당수의 부동산 정책을 추진했지만 실패했다. 끝을 모르고 올라가던 집값은 미국발 금리인상으로 추락하고 있다. 소위 말하는 부동산버블이 발생하면서 나타난 결과로 이제 그 여파에 많은 사람이 시달리게 됐다. 영끌이란 신조어까지 등장시키며 보도에 열을 올렸던 언론은 부동산버블에 책임을 지지 않는다.

다만 언론보도로 인한 불안감으로 대출받아 집을 구입한 사람들만 힘들게 됐다.

미국의 금리인상이 멈추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경제침체와 담보대출을 받은 국민의 부담을 우려한 정부는 금리를 동결했다. 정부의 고심을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상당수 경제전문가들은 한미의 금리격차로 인해 발생할 환율과 달러 유출을 우려하고 있다. 혼란의 시기에 경제정책을 수립해 운영하기 쉽지 않으나, 장차 다가올 여러 문제를 고려한다면 보다 거시적으로 경제를 운영해야 할 필요가 있다.

정부의 잘못된 정책이 국가를 혼란에 빠뜨리고 국민을 고통스럽게 만든다는 것을 우리는 과거 IMF 외환위기에서 충분히 경험했다. 얼마 전 주택가격을 조작한 의혹을 수사하고 있는 언론보도도 있었다. 개인의 이익을 위해 정보를 악용하는 사람들은 발본색원해 철저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 그런데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잘못되더라도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다는 점도 국민은 알고 있어야 한다.

경제위기가 점차 현실화되고 있는 순간에도 정치권은 야당대표의 체포동의안 문제로 시끌벅적하다. 과거 방탄국회라는 오명으로 국회법도 개정했던 국회가 과거를 잊고 논란을 벌인다면 개혁의 대상이 정치라는 것을 스스로 보여주는 것이다. 유무죄 여부는 사법절차를 통해 결정된다. 헌법이 비록 국회의원의 불체포특권을 규정하고 있지만, 이는 국민을 위해 국정을 펼쳐야 할 국회의원에게 주어진 특권일 뿐이다.

국회의원에는 헌법상 특권이 있지만, 이런 특권은 주권자인 국민을 위한 특권으로 이를 단지 국회의원 개인의 권리로 혼동하면 안 된다. 국가공무원은 국민 전체의 봉사자고, 주어진 권한에는 따르는 책임과 의무가 있다. 법적 책임에 대한 시시비비는 헌법과 법률에 규정된 사법절차에 따라서 가리면 된다. 그리고 정치인이나 고위공직자에게는 법적 책무뿐만 아니라 도덕적·윤리적 책무도 있다.

이번 정부인사에서도 도덕적·윤리적 책무는 중요한 기준이다. 비록 당사자의 문제는 아니지만 가족문제가 국가수사본부장의 임명에 족쇄가 됐다. 이로 인해 고위공직자 인사검증시스템이 논란이 되고 있다. 인사문제에서 우리나라는 여전히 ‘수신제가치국평천하’라는 유교식 문화가 중요한 고위공직자의 잣대가 되고 있다. 고위공직자가 되기 위해서는 본인뿐만 아니라 주변관리도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주는 것이다.

모든 국정운영에는 책임과 의무가 따른다. 우리나라는 대의제 민주주의를 채택하고 있어서 국민의 대표를 선출해 국정을 위임하고 있고, 직업공무원제도를 채택해 공무원들이 정치적인 영향을 받지 않도록 신분보장을 하고 있다. 그렇지만 현실이 법이 정하고 있는 대로 움직이는 것은 아니다. 보이는 것만이 전부는 아니라는 말처럼 객관적 사실이 진실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현대 정보사회에서는 정보의 양만큼 정보의 질도 중요하다. 오늘날 국가권력에는 국민에게 가능한 한 사실에 입각한 정확한 정보를 전달해야 할 책임과 의무가 있다. 국가정책이 잘못되거나 잘못된 정보가 전달되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간다. 그래서 국정운영에는 엄중한 책임과 의무가 따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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