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호익 통일IT포럼 회장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초빙연구원

 
제2의 벤처 붐이 일고 있다. 90년대 중반 닷컴 열풍 이후 테헤란밸리를 떠났던 벤처캐피털이 다시 모여들고 있다. 지난해 벤처캐피털 조성 규모는 2조 5382억원으로 새로운 기록을 수립했다. 신규 투자도 1조 6393억원으로 2001년 이후 최대 규모이다. 세계적인 창업 열풍과 정부의 창조경제 지원책으로 초기 스타트업 기업의 펀딩이 쉬워져 한국도 창업 시장이 뜨겁게 달궈지고 있다. 벤처기업 수도 2003년 7702개에서 이제 3만개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지난달에는 다음카카오가 모바일 네비게이션 앱을 개발한 벤처기업인 ‘김기사’를 625억원에 인수해 카카오택시의 새로운 수익모델로 만들고 일본, 중국에도 진출할 계획이다. ‘김기사’는 벤처기업의 성공적인 출구를 연 ‘엑시트 위너(Exit Winner)’로 평가받고 있다.

그러나 최근 국내 저명 경제신문이 입수해 보도한 맥킨지의 ‘벤처산업 선순환 구조 구축’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 벤처기업은 출구가 없다”고 한다. 한국에서 스타트기업을 창업해서 IPO(증시상장)까지 기간이 평균 12년으로 미국 6.8년, 유럽연합 6.3년, 심지어 중국은 3.9년에 비해 자금 회수 기간이 너무 길다. 또한 국내 신생기업이 사업을 궤도에 올린 뒤 대기업 등에 매각하는 인수·합병(M&A)을 통해 자금을 회수하는 엑시트 사례가 0.4%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스라엘은 정부지원 벤처의 60%가 엑시트하고 있고 미국은 문화적으로 기업 간 인수·합병(M&A)이 활발해 2013년 M&A를 통한 엑시트 비율이 61.4%에 달한다고 한다. 엑시트 기간도 미국 5.0년, 유럽연합 6.3년, 이스라엘 5.9년, 중국 3.5년으로 우리는 엑시트 사례가 적어 통계치조차 없다. 인수·합병(M&A)을 통한 엑시트와 IPO(증시상장)는 또 다른 창업을 모색할 수 있는 발판을 제공해 벤처 생태계를 선순환시키는 역할을 한다.

본 보고서는 한국에서는 창업은 활발하나 인수·합병(M&A)이나 IPO(증시상장)를 통한 출구가 막혀 있어 벤처산업이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즉, 초기 투자자금을 받아 창업은 많이 이뤄지고 있으나 출구가 막혀 지속적인 성장을 못하고 중도에 탈락하거나 좀비기업으로 전락하는 기업이 속출하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우리나라에서 엑시트가 힘든 이유로 스타트업 기업과 인수 기업 간 시각차가 크고 국내에 벤처캐피털의 경험이 부족하며 엑시트는 피인수 기업인 중소기업은 ‘먹튀’, 인수 대기업은 ‘중소기업 또는 기술 탈취’라는 부정적 인식 등을 들고 있다. 또한 우리나라의 스타트업 창업가들은 엑시트나 IPO에 대한 계획이나 지식이 없고 의지가 없는 경우도 많다.

우리나라는 창업과 벤처기업 육성대책을 내놓고 있고 실제 창업은 예전보다 많이 쉬워졌다. 그러나 창업 이후의 벤처활성화를 위한 정부지원이나 법·제도 및 사회적 분위기면에서는 아직도 미국 등에 비해 많이 뒤떨어진다. 특히 벤처기업이 지속해서 성장하고 살아남거나 자금을 회수할 수 있는 출구 대책이 부족하다. 정부도 이점을 인식하고 올해 7월초까지는 벤처기업 출구전략 확대 등이 포함된 벤처 붐 확산을 위한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한다. 벤처대책에는 스타트업 M&A 활성화 대책과 IPO지원방안 등이 포함될 예정이다. 이번에는 실효성 있는 대책이 나오고 정치권을 잘 설득해 법·제도도 조기에 시행되기를 기대해 본다. 아울러 미국, 이스라엘 등에서 하듯이 신생 기업에 회계·법률·인력 등 체계적인 시스템을 만들어서 지원하고 창업 후에도 지속적인 성장을 하고 M&A나 IPO를 통해 투자자금을 회수하면서 퇴출하는 ‘벤처 선순환 구조’도 마련해야 한다. 한번 창업하면 끝까지 회사를 유지하지 않고도 새로운 창업으로 이어질 수 있는 출구가 있다는 것을 스타트업 창업가에게 인식시키고 엑시트 등 벤처기업의 자금회수와 퇴출, 대기업의 벤처기업의 인수·합병에 대한 부정정적인 사회적 인식도 바꿔 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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