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호익 통일IT포럼 회장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초빙연구원

 
최근 중국과 일본의 핀테크 강자가 잇달아 한국 시장 진출 의사를 밝히면서 이제 막 시작 단계인 한국 핀테크 시장에 거센 돌풍이 불어닥치고 있다. 한국이 각종 규제에 막혀 핀테크 산업을 키우지 못한 가운데 글로벌 공룡들이 한국 상륙 초읽기에 들어갔다. 지난 19일 중국 최대 전자 상거래 기업인 알리바바의 마윈 회장이 “알리페이 같은 코리아페이를 만들겠다”고 밝히면서 “한국 내 파트너사를 찾아 알리페이를 현지화하고 운영·관리·발전시킬 방법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알리페이에 따르면 코리아페이는 한국인이 온라인 쇼핑은 물론 우리나라와 해외에서 오프라인 쇼핑 때도 쓸 수 있게 만들 계획이다. 알라바바의 인터넷몰을 비롯해 해외 각국에 있는 알리페이 오프라인 가맹점에서도 코리아페이를 사용할 수 있게 된다. 현재 국내에도 이미 롯데면세점을 비롯해 편의점·티머니교통카드 등이 중국인 관광객을 위해 오프라인 가맹점으로 들어와 있다. 또한 지난 21일 일본의 SBI저축은행 나카무라 히데오 대표가 국내 모 경제신문과 인터뷰에서 “한국에서 파트너를 섭외해 인터넷 전문은행 사업을 공동 경영할 계획을 세웠다”고 말했다. 알리페이와 SBI금융그룹은 지급결제와 인터넷 전문은행 분야를 대표하는 글로벌 핀테크 강자이다. 알리페이는 8억명이 넘는 가입자를 가지고 있으면서 하루에 발생하는 결제건수가 평균 4500만건에 달한다. SBI금융그룹 소속 SBI스미신넷 전문은행은 지난해 말 기준 계좌 수는 200만개, 예금 잔액은 4조 4000억엔이다. 아직 한국에서 공식 서비스를 시작하지 않고 있는 미국의 페이팔과 애플파이도 언제든 한국시장에 침투할 수 있다.

중국은 핀테크 산업을 육성하고자 하는 정부의 강한 의지를 등에 업고 핀테크 열풍을 일으키면서 날로 성장하고 있다. 상하이 교통대 황타오 교수가 “중국 핀테크 산업에는 사전 규제란 게 없다. 문제가 생기면 그때 규제하는 게 원칙이다. 그 덕에 알리바바의 알리페이, 텐센트의 인터넷 전문은행인 위뱅크를 비롯한 중국의 핀테크 서비스와 산업이 빨리 자리를 잡았다”고 말했듯이 중국은 규제로 인한 걸림돌이 거의 없다. 중국은 오는 6월 1일부터 모바일 결제 등 핀테크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은행과 카드시장을 외국에 개방한다. 일본도 자국 핀테크 산업 강화를 위해 대대적인 규제 개혁에 나서고 있다. 최근 일본 정부는 지금껏 불허해온 각 금융지주사 산하 IT자회사 설립을 허용키로 했다. 규제 개혁으로 제도 금융권이 핀테크에 나설 경우 은행계좌를 가진 고객이면 누구나 핀테크를 활용할 수 있게 된다.

우리나라 핀테크 업체들이 각종 규제에 막혀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최근 한 학술대회에서 다음 카카오톡의 이석우 공동대표는 “규제 때문에 스마트폰으로 소액을 보내는 뱅크월넷카카오 서비스를 출시하는 데 무려 2년을 보냈다. 아이디어를 기획한 시점은 핀테크 선진국과 비교해 늦지 않지만 규제 때문에 골든타임을 놓쳐 미국, 영국은 물론 중국보다 발전이 늦었다”고 정부 규제를 비판했다. 이런 규제 때문에 미국, 영국, 호주, 아일랜드, 홍콩, 싱가포르, 룩셈부르크 등 주요 핀테크 선진국가들은 기술력이 우수한 우리 핀테크 기업을 상대로 러브콜을 보내며 적극 유치에 나서고 있다. 미국 조지아 주정부와 싱가포르는 아예 한국에 핀테크 유치 사무소까지 차렸다고 한다. 국내 핀테크 시장의 안마당은 중국, 일본, 미국 등의 거대 기업에게 내주고 우수한 기술과 인재는 외국기업에 뺏기고 우수한 국내 핀테크 기업의 ‘한국 엑소더스’도 본격화될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다. 정부는 더 늦기 전에 그것도 빠른 시일 내에 외국 공룡 기업의 국내 상륙과 한국 기업의 ‘한국 엑소더스’ 현상에 대한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인터넷 전문은행이 출범할 수 있도록 IT업체가 은행을 소유할 수 있도록 금산분리 규제의 완화, 여러 법에 산재해 있는 개인정보 관련 각종 이중 규제 등도 정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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