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식(大邱式) 인사법 2
상희구(1942~  )
야이, 문디야!
 

[시평]
“야이, 문디야!”는 아주 친한 친구를 만날 때 어깨를 친다거나 두 손을 맞잡으며 내지르는 경상도식 인사법이다. 옛날 가난하던 시절, 봄이면 보리가 밭에서 익어가고, 그 익는 보리만이 유일한 먹을거리이기 때문에 보리밭이 유독 많았다. 천형의 병으로 사람의 눈을 피해 다녀야 하는 문둥병 환자는 높이 자란 보리밭에 숨어지곤 했다고 한다. 그래서 그냥 “문디야!”라고 부르기도 하지만, “이 보리 문디야!”라고 부르기도 한다.

그럼 어찌하여 가장 친한 사람을 천형(天刑)의 병인 모든 사람들이 피하는 ‘문둥이’로 불렀을까? 이가 바로 반가움의 극치를 이루는 반어적(反語的)인 표현이 아니겠는가. 좋아도 죽고 못 사는 것이 우리네 정서이다. 배고파도 죽지만, 배불러도 죽고. 귀엽고 사랑하는 자식에게 ‘똥강아지’니 하며 부르는 것도 이와 마찬가지이다.

“야이, 문디야!” 하며 좋아서 죽겠다는 듯이 서로 마주 보고 웃는 그런 친구. 그런 친구가 점점 마음에서부터 줄어드는 이즘, “야이, 문디야!” 그런 친구가, 그런 친구를 저 낯선 거리에서 문득 만날 수 있다면. 아 아 참으로 그런 시절이 새삼 가슴 저리게 그리워진다.

윤석산(尹錫山)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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