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탁의 목적, 불빛들
이승희

이제 그만 살까? 그래 그게 좋겠다고 비가 내리는 저녁. 꼭 그런 것은 아니라고 식탁에 불빛이 혼자서 환하다. 어떤 안간힘으로 환하다.

아이에게 가져다주지 못한 선물처럼

갈 수 없는 먼 극지의 물처럼

[시평]
식탁은, 저녁 식탁의 환한 불빛은 한 가족의 따스함이 담겨진 불빛이다. 하루의 일을 마치고 가족들이 오순도순 모여 앉아 저녁을 먹는 시간 참으로 따스하다. 한 가족이 모여 있기 때문에 더욱 따스한 불빛이 되는 저녁 식탁의 불빛.

그러나 그 식탁의 불빛이 혼자만 환하게 밝혀져 있다면, 그 환한 불빛 밑에 있어야 할 가족들은 없고 다만 덩그마니 불빛만 밝혀져 있다면. 아, 아 그 불빛, 어떨까.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저녁, 혼자 환하게 밝혀진 식탁의 불빛. 어떤 안간힘으로 그 환함만을 지키고자 밝히고 있는 듯한 식탁의 불빛.

그 불빛, 천진하게 뛰어놀다 혼자 잠이 든 아이에게, 가져다주지 못한 선물인 양 덩그마니 밝혀진 식탁의 불빛. 그 불빛, 갈 수 없는 먼 극지의 물처럼, 오순도순 한 따스함을 잃어버리고, 다만 우리의 주변을 맴돌며 공허하게 출렁, 출렁이고 있을 뿐이리라.

윤석산(尹錫山)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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