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 한 삽
최금녀(1939~ )

극명하게 찍어놓은

마침표 뒤에

못내

잘 가시라는 추신 한 줄

마침내 서녘 하늘이 벌겋게

소인을 찍는다.

[시평]
사람이 죽고 장례를 치르는 절차에서 영결식이란 말 그대로 영원히 결별을 하는 그런 의식이다. 이승과 저승으로 나뉘어 떠나야 하는 그런 시간이다. 그러나 실은 영결식이라는 엄숙한 의식보다 더 구체적이고 아픈 이별은 돌아가신 분을 산에 묻는 절차이리라.

영결식을 치르고, 돌아가신 분을 모시고 산으로 가서 산소에 모신다. 그 분이 들어갈 광(壙)에 관을 내리고 하관의식을 한 이후, 상주들이 한 삽, 한 삽씩 흙을 뿌린다. 광에 들어간 관을 향해 흙을 뿌리며, 이제는 정말 모든 것과 이별이구나, 하는 마음이 들지 않을 수 없다. 흙에 의해 묻혀지므로 이 지상에서는 볼 수 없게 되기 때문이리라.

한 삽의 흙을 떠 관을 향하여 뿌리며, 잘 가시라는 추신 한 줄, 그 한 줄을 쓰는 그런 마음으로 흙을 뿌리며. 이제 뉘엿뉘엿 저무는 저녁하늘 한 켠, 붉게 물든 저녁노을 같은 붉디붉은 마음을 담아, 이승을 봉인하는 그 소인(消印)을 찍는다. 한 생애를 봉인하는 소인, 모두 모두 흙 한 삽씩 뿌리며 마음으로 꾹꾹 찍는다.
윤석산(尹錫山)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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