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료제공: 금융감독원)
은행·보험·카드 1분기 순익 증가… 성장유지 불투명
일회성요인 사라지고 업계별 악재 대기 중

[천지일보=이승연 기자] 금융권이 1분기 만족스러운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은행업계와 카드, 보험업계 모두 실적이 호조세를 보인 것. 하지만 채권 매각 등 일회성 요인의 영향을 많이 받은 터라 웃을 수만은 없다. 게다가 2분기에는 금리인하로 인한 효과가 본격적으로 나타나고 카드수수료 인하, 손해율 증가 등의 장애물까지 버티고 있어 1분기 성적표가 더 달갑지 않은 상황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국내은행의 당기순이익은 작년 동기(1조 3000억원)보다 61.7%가 증가한 2조 1000억원을 기록했다. 엄청난 성장이다. 하지만 은행들의 국공채 매각이익 증가, 국민은행의 법인세 환급이익(1803억원), 우리은행의 삼성자동차 부채 승소이익(1319억원) 등 일회성 요인의 기여가 컸다는 게 문제다.

이뿐 아니라 이번 당기순이익 상승에는 시중은행(국민·신한 등 7개)보다 지방은행(부산·대구 등 6개)과 특수은행(산업·농협·수출입·기업·수협)의 역할이 컸다는 점도 2분기 우려를 키우고 있는 요인이다. 작년 동기 대비 시중은행의 순이익 증가폭은 6.4%에 그쳤지만 지방은행은 45.5% 늘었고 특수은행은 작년 1000억원 적자에서 올해 5000억원으로 흑자전환했다.

순이익이 증가했음에도 국내은행 순이자마진이 역대 최저 수준을 기록한 것 역시 달갑지 않은 신호다.

이익 구성 면에서도 상황이 밝지 않다. 국내은행의 전통 수익원인 이자이익은 1년 전보다 2000억원 줄어 8조 3000억원을 기록, 비이자이익은 작년 1분기 대비 1조 3000억원 오른 1조 8000억원을 기록했다. 수익 다각화라는 과제를 해결해야 하는 은행들이 비이자이익 부문에서 더 큰 성과를 올린 것 환영받을만 하다. 하지만 이 역시 기준금리 인하로 인해 예대금리 차이가 줄어들어 생긴 결과다. 또한 비이자이익 부문의 상승을 주도한 요인들이 일회성 요인이기 때문에 2분기를 낙관하기 힘들게 만든다.

은행업계 한 관계자는 “성장을 주도했던 일회성 요인들이 사라지고, 안심전환대출로 줄어든 이자수익과 3월 기준금리 인하로 인한 예대마진 감소가 2분기부터 반영된다”며 “순이자마진 하락도 불가피해 2분기 상황이 좋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보험업계도 2분기 전망이 밝지 않다. 전체 당기순이익은 1년 전보다 41.1% 증가하면서 2조 1359억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지만 보험영업 손실폭이 크기 때문이다. 금감원 발표 자료에 따르면 생명보험사와 손해보험사 모두 운용자산이 늘고, 채권처분 이익으로 투자영업이익이 늘어난 효과를 톡톡히 봤다. 손보사의 경우 삼성자동차 관련 위약금 소송에서 승소한 일회성 이익(1964억원)도 크게 작용했다.

이와 반대로 보험영업 부문은 손보사와 생보사가 각각 7887억원, 4조 9923억원씩 큰 손실을 기록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보험료 인상이 유일한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지만 고객 반발 등의 우려로 실행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에 보험업계 관계자는 “보험영업 손실을 투자이익이 떠받치고 있는 모양새”라며 “보험료 인상이 어려운 상황에서 2분기도 이같이 힘겨운 상황을 이어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카드업계도 1분기 좋은 실적을 받았지만 장기적으로 상승세를 이어갈지는 불투명하다. 1분기 실적 상승이 저금리에 따른 조달금리 하락 및 마케팅 등 비용절감 영향이 크게 작용했기 때문이다.

업계 1위인 신한카드는 당기순이익이 작년 동기보다 9.5% 상승하며 1545억원을 기록했지만 마케팅 비용이 감소한 게 수익 상승에 가장 크게 작용했다. 신한카드 1분기 판관비는 1736억원으로 전분기보다 15.5%나 줄었다. 다른 카드사들 역시 상황은 비슷하다. KB국민카드, NH농협카드, 롯데카드 1분기 순익도 늘었지만 마케팅 비용이 상대적으로 감소한 영향을 받았다. 이 같은 마케팅비 위축은 작년 초 대규모 카드정보유출 사태로 여론의 눈치를 보고 있기 때문이다.

카드업계 한 관계자는 “1분기 실적 상승은 내부적 비용절감에 의한 효과였다”며 “수수료 인하 등 장기 악재에 대한 불안요인도 있어 2분기 이후 상황은 긍정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전망했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