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훈 국민정치경제포럼 대표

 
우리나라는 일제 식민국가에서 한국동란으로 피폐해져 폐허 같은 환경에서 눈부신 발전을 이뤄낸 나라로 세계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악착같이 안 먹고 안 쓰고 국민과 나라가 더 나아져야겠다는 생각으로 똘똘 뭉쳐 힘을 모았기 때문이다. 그 힘이 세계에서 유례없는 성공사례를 만들어 냈다. 누구보다 빠르게 그리고 누구보다 멋지게 그래서 우리의 성공기는 개발도상국들에게 귀감이 되어 그들은 우리에게 그 노하우를 배우러 온다. 그러나 상승가도는 이제 멈춰졌다.

앞만 보고 달려온 우리는 주변을 보지 못해 산업은 발달하고 생활은 나아졌지만 그 안에 소프트웨어는 뒤쳐졌고 사람들은 속도에 적응하지 못했다. 발전된 경제만큼 우리 문화는 지체되고 일탈의 기로에 서 있다. 더 좋은 옷을 입고 더 좋은 집에 살게 됐지만 만족하지 못하고 행복하지 못하다. 더 나은 환경이 분명함에도 젊은이들은 무기력하고 미래에 대한 꿈이 없다. 폭력과 사기와 살인이 빈발하고 있고 세계 상위권의 경제력 국가로 랭킹되고 있지만 노인들의 빈곤율이 가장 높은 아이러니를 가지고 있다.

외모는 번드르르 하지만 그 속은 멍들었다. 꾹 참고 견뎌온 시간에 비례해 내상이 깊어서 어디서부터 치료를 시작해야 할지 망설이게 한다. 속도가 가져온 참변이다. 이것이 우리의 오늘의 모습이다. 이제 선진국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경제를 가지게 되니 그들의 모습과 생활을 흉내 내고 싶겠지만 곪아버린 몸속은 더 이상 버티기 어렵다고 진물을 내보내고 있다. 이제 더 이상은 방치하기 어렵게 됐다. 다 왔다며 조금 더 버텨달라는 주문은 무의미하다.

기존의 방법은 효력이 다했다. 과거에 효과를 보았던 방법으로 어떻게 해 볼 생각은 버리자. 시대는 변했고 사람도 변했는데 알고 있는 방법을 사용한들 효력을 발휘하지 못한다. 이미 곳곳에서 사용한 방법들이 실패를 거듭하고 있다. 학자들은 새로운 정부가 꾸려질 때마다 이를 경고하고 우려의 눈으로 지켜보았다. 역시나 한계치에 달한 우리 사회는 여지없이 일탈을 한다. 국가의 권위는 예전만큼 국민들에게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하나로 뭉쳐 따라주던 국민들은 제 앞길이 천리라 제각각의 길을 간다. 게다가 제 일이 안 풀리거나 사고라도 나면 그 탓을 정부에 해대니 하루도 조용할 날이 없다.

나라의 발전과 함께 주 동력이 됐던 활동인구가 현역에서 벗어나며 새로 채워지는 인력들은 다른 사고관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그들에게 과거의 방식을 사용해 참아달라는 주문을 거듭한다면 정부와 국민의 간극은 더 벌어질 것이다. 곳곳에서 보이는 사인이 결코 우연이 아님을 알아 총체적 수습과 동시에 개선을 시작해야 할 때이다. 멈춰진 성장을 이어가려면 그리고 또 한 번의 기적을 만들어 내고자 한다면 작금의 상황을 무시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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