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일본 정부 스스로가 폐기한 가설
일본의 한국 침략 정당화하려는 속내

 
일본의 역사왜곡이야 어제오늘 일이 아니지만 갈수록 그 행태가 말이 아니다. 최근 일본 정부는 일본이 고대에 한반도 남부를 지배했다는 ‘임나일본부설(任那日本府說)’을 다시금 주장하면서 대한민국의 공분을 사고 있다.

일본이 4~6세기 한반도 남부의 가야 지역을 정벌해 ‘임나일본부’라는 통치기관을 설치했다는 이 허무맹랑한 주장은 사실상 2010년 한일 역사공동연구위원회에 의해 사실이 아니라는 결론에 도달한 바 있다. 공동연구위원회는 ‘지난 4~6세기까지 일본이 한반도 남부를 지배했다’는 일본 교과서 내용과 관련해 일본의 야마토 정권 세력이 한반도 남부에서 활동했을 수는 있지만 ‘임나일본부’라는 공식 본부를 설치해 지배활동을 했다고 볼 수 없다는 데 의견을 같이 한 것이다. 한마디로 ‘임나일본부설’은 학문적으로 공식 폐기됐다고 봐도 무방하다. 이 ‘임나일본부설’은 그동안 일본의 한국 침략을 정당화하는 역할을 해왔으며, 일본의 이 같은 주장은 한국뿐 아니라 일본 학계에서도 비판을 받을 정도였다. 한일 역사학자들의 공동 연구 결과 그동안 일본이 줄기차게 주장해왔던 이 학설, 아니 가설은 사실상 일본 스스로 포기한 것이나 다름없다.

한동안 잠잠하다 했더니 어느새 일본은 자기들 스스로가 폐기한 가설을 다시금 들고 세상에 나왔다. 일본 문화청 홈페이지에서 한국 문화재 일부를 설명하는 부분에서 ‘임나(任那)’라는 표기를 쓰는가 하면, 최근 문부과학성 검정을 통과한 중학교 역사교과서에도 임나일본부 내용을 다룬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같은 일본의 도가 넘는 행보에 북한도 나섰다. 조선중앙통신은 지난 13일 “최근 일본이 역사왜곡 행위를 통해 조선반도 재침 야망을 더욱 노골적으로 드러내 보이고 있다”며 “‘임나일본부설’은 세계적인 망신을 초래한 사이비 학설”이라고 비난의 목소리를 높였다. 일본의 속내가 뻔히 들여다보이는 행동이라는 것이다.

우리 정부 또한 ‘임나일본부설’을 놓지 못하고 있는 일본 정부를 향해 ‘지록위마(指鹿爲馬.사슴을 가리켜 말이라고 함)’라고 일침을 가했다. 이완구 국무총리는 한일고대사 왜곡의 대표적인 사례 중 하나로 꼽히는 ‘임나일본부설’과 관련해 “엄연한 진실을 덮을 수는 없다”며 “언젠가는 역사의 준엄한 평가를 받게 될 것이다. 일본의 역사왜곡 문제는 앞으로 한일 관계나 미래 세대를 위해 냉정하고 객관적인 사실에 입각해 접근해야 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그러면서 정부 지원을 통해 한일 고대사에 대한 연구 활동이 강화돼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임나일본부설이 다시금 고개를 들고 있는 것은 일본 도쿄국립박물관이 소장한 ‘오구라 컬렉션’ 중 일부를 임나일본부설의 증거로 내놓고 있기 때문이다. ‘오구라 컬렉션’은 일제강점기 남선합동전기회사의 사장을 역임한 오구라 타케노스케가 한반도에서 수집해간 유물 1100여점을 지칭하는 것으로 이 중에는 도난품이 명백한 34점의 유물도 포함돼 있다. 바로 이 ‘오구라 컬렉션’ 중 경남 창녕 고분에서 출토된 가야 유물들이 임나일본부를 뒷받침하는 증거로 일본문화청 홈페이지에 악용되고 있는 것이다. 홈페이지의 소개에 따르면 이 유물들의 출처는 ‘임나’로 돼 있다. 허나 이 유물을 소장하고 있는 도쿄국립박물관에서는 출처를 ‘한국 창녕’으로 표기하고 있으며, 창녕 지역의 고분 사진과 함께 전시하고 있다. 한 나라의 문화재를 불법적인 방법으로 약탈해간 것도 모자라 자신들의 사리사욕을 위해 악의적으로 이용하는 일본 정부의 그 심보가 참으로 고약하다.

도대체 언제쯤이면 일본이 이 지긋지긋한 역사 왜곡을 멈출 수 있을까. 아직도 제국주의에 대한 미련과 침략 야욕이 남아있는 것이라면 일본은 결국 국제사회에서 뒤쳐질 수밖에 없을 것이며, 뒤처지기에 이전에 국제사회로부터 외면당할 것이다.

인류가 시작된 이래 좀 더 넓은 땅을 차지하고, 더욱 부강해지려는 욕심은 그칠 줄 몰랐다. 끝이 보이지 않는 무저갱과 같은 욕심이 결국 전쟁을 낳았고 이 전쟁은 지금까지도 계속되면서 인류세계의 안전과 평화를 위협해왔다. 허나 이제 전쟁과 분쟁, 갈등의 시대는 지나갔다. 지구촌이 평화를 열망하고 있는 지금, 과거를 반성하지도 못하고 끊임없이 역사를 왜곡하는 일본은 이제 인류가 무엇을 향해 가고 있는지 눈여겨봐야 할 것이다. 세상의 이치를 깨닫지 못한다면 결국 일본은 세상에 우뚝 서려는 자신들의 야욕과 욕망과는 달리 내리막길을 향해 치달리고 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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