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이화 양이 상법총칙 수업 중 박영준 교수와 이야기하며 웃고있다. (사진제공: 단국대)
서이화 학생, 추락사고로 허리에 스크류(핀) 삽입한 채 생활
오래 앉아 있을 수 없어 엎드려서 법학 수업 들으며 법조인 꿈 꿔

[천지일보=김민아 기자] 휠체어에서 내린 여학생이 강의실 바닥에 돗자리를 펼친다. 교재와 필기도구까지 내려놓은 후 바닥에 엎드려 강의를 듣기 시작한다. 강의가 길어져 몸이 불편할 법도 하지만 서이화(경영학부 4학년) 양은 가장 낮은 곳에서 누구보다 빛나는 눈빛을 보였다.

서 양은 2년 전 추락 사고를 겪었다. 1년 동안 수술과 입원 치료를 받은 덕분에 죽음의 고비를 넘겼다. 대학의 알선으로 기업에서 전동휠체어도 후원 받아 교내에서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 있게 됐다. 하지만 공부 의욕이 강한 서 양에게 한 가지 고민이 있었다.

“수술 때 허리에 심은 스크류(핀)를 제거하지 못했어요. 2시간 이상 앉아 있으면 통증이 심해 수업에 집중하기 힘들었죠. 고민 끝에 엎드려서 수업을 듣기로 결심했어요.”

교수와 학생이 자신을 불편하게 생각할까 걱정했지만 엎드려서 수업을 들어도 괜찮겠냐는 문의에 모든 교수가 당연하게 동의해줬다. 복도를 지나가면 모르는 학생들이 먼저 인사를 건넬 정도로 유명해지기도 했다.

서 양은 약물치료를 하며 일주일에 세 번은 단국대 감각‧운동발달치료센터에서 물리치료를 받는다. 학업과 재활치료에도 하루가 부족해 보이지만 시간을 쪼개 알찬 대학생활을 한다.

“단국대 김난희 교수의 무료 가곡 레슨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밴드부 보컬을 했을 정도로 노래를 좋아했는데 허리에 심은 스크류 때문에 호흡을 길게 내지 못해 노래를 멈춰야 했어요. 레슨을 통해 호흡법을 개선하면서 취미생활과 재활을 병행할 수 있어서 기뻐요.”

경영학을 전공하고 있는 서양의 꿈은 은행원이었다. 한 은행의 우수 대학생 서포터즈로 뽑힐 정도로 능력과 열정이 넘쳤다. 하지만 사고 후 전혀 다른 분야에 관심을 가지게 됐다.

“지체 장애 3급을 판정 받았는데 현실적으로 금융권에 취업이 힘들 것 같았어요. 부모님께서 공무원 시험을 권유하셔서 병원에 있는 동안 공부를 했죠. 그런데 법 과목이 그렇게 재밌을 수가 없는 거예요. 이게 제 길이다 싶었죠.”

서 양은 현재 법학을 부전공 하며 로스쿨 진학을 준비 중이다. 평점 4.5만점에 4.0이상을 유지하고 교내외에서 1700만 원의 장학금을 받을 정도로 공부에 대한 의지가 대단하다. 조금 늦게 법학 분야에 뛰어들었지만 교수님의 도움을 받고 인터넷 강의를 들으며 꿈을 위해 정진하는 중이다.

“제가 가진 것으로 다른 사람을 돕는 걸 좋아했어요. 고등학생 때부터 수백 시간의 봉사활동을 하고 대학교 1학년 때 교내 야학 동아리와 장애인복지단체에서 교사 생활을 한 적도 있습니다. 판사 역시 저의 법 지식으로 누군가를 보호해주고 판결을 내리는 거잖아요. 꼭 훌륭한 판사가 되고 기회가 되면 단국대에서 강의도 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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