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를 습격한 김기종씨가 5일 오전 서울 종로경찰서에서 들것에 누운 채 병원으로 이송되고 있다. (사진출처: 연합뉴스)

리퍼트 대사 흉기로 찌른 후 “전쟁 훈련 반대” 주장
진보단체 이끌며 테러 자행… 5년 전엔 日대사 공격

[천지일보=임문식 기자] 5일 주한 미국 대사가 피습을 당하는 초유의 사건이 발생하면서 범행 동기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범행 동기는

이날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민화협) 주최 조찬 강연회에서 마크 리퍼트(42) 대사를 흉기로 공격한 김기종(55)씨는 현장 체포 당시 “전쟁 훈련에 반대한다”는 취지의 주장을 폈다. 이는 지난 2일부터 시작된 한미연합훈련 실시에 반대해 이 같은 일을 저질렀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체포 과정에서 발목을 다친 그는 경찰 조사를 받은 뒤 병원에 실려 가면서도 “전쟁 훈련을 중단해야 한다”고 거듭 주장했다.

진보성향의 문화단체인 우리마당독도지킴이를 이끌어온 김씨는 그동안 반일·반미 운동을 펼쳐온 점에 미뤄 한미훈련 반대와 훈련 중단을 주장하기 위해 미국 대사 공격을 감행한 것으로 추정된다. 서울 종로경찰서는 김씨의 범행 동기와 관련해 “조사 중”이라고만 했다. 경찰은 향후 본격적인 조사를 통해 정확한 범행 동기를 밝히고 배후를 밝히는 데도 수사력을 모을 예정이다.

◆김씨, 5년 전엔 ‘시멘트 테러’

김씨는 과거에도 외국 대사에 대한 테러로 물의를 일으킨 바 있다. 지난 2010년 7월 주한 일본대사 초청 특별강연에 참석해 “왜 독도를 다케시마라 하느냐”며 시멘트 조각 두 개(약 10㎝와 7㎝)를 주머니에서 꺼내 시게이에 도시노리(重家俊範) 당시 일본 대사에게 던졌다. 이중 한 개는 주한 일본대사관 3등 서기관의 왼쪽 손등에 맞았다. 이 사건으로 김씨는 외국사절 폭행 혐의가 인정돼 징역 2년, 집행유예 3년을 받았다. 김씨는 일본 대사 공격 사건을 엮은 책인 ‘독도와 우리, 그리고 2010년’을 지난해 출간하기도 했다.

앞서 김씨는 2006년 일본 시마네현이 다케시마의 날을 선포하자 본적을 경북 울릉군 독도리 38번지로 옮겼다. 2006년부터 2007년까지 북한을 6차례에 걸쳐 방문한 뒤에는 반미 성향의 활동이 뚜렷해진 것으로 알려졌다. 2007년엔 청와대 앞에서 ‘우리마당 습격사건’의 진상규명 요구와 함께 분신을 시도해 전신 화상을 입기도 했다. 우리마당 사건은 지난 1988년 4명의 괴한이 서대문구 창천동에 있던 ‘우리마당’ 사무실을 습격해 여성을 성폭행하고 달아난 사건이다.

◆정치권 “한미관계 악화 우려”

정치권은 외국 대사 테러라는 초유의 사건이 일어난 데 대해 당혹스럽다는 반응이다.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경악을 금치 않을 수 없고, 한미관계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걱정된다”면서 “정부는 한미동맹에 어떤 균열도 없도록 빈틈없이 대응해달라”고 말했다. 권은희 대변인은 “한미 동맹은 국가 안보의 핵심”이라며 “리퍼트 대사에 대한 테러는 한미 동맹에 대한 테러”라고 강조했다.

새정치민주연합 우윤근 원내대표는 “서울시내 한복판에서 일어난 외교관에 대한 공격은 있어선 안 될 일”이라며 “리퍼트 대사의 빠른 쾌유를 빈다”고 말했다. 김영록 수석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충격을 금할 수 없다. 불행한 사태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한다”며 “사법당국의 신속하고 철저한 수사와 엄단을 촉구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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