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크 리퍼트 주한미대사가 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세종홀에서 열린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 주최 초청강연회에서 괴한의 공격을 받고 피를 흘리며 병원으로 향하고 있다. 마크 리퍼트 대사는 이날 행사에서 한반도 평화와 통일, 그리고 한미관계 발전방향을 주제로 강연을 준비했다. (사진출처: 뉴시스)
우리마당 대표 김기종씨
25㎝ 길이 흉기 휘둘러
11㎝ 자상, 80바늘 꿰매

[천지일보=김민아 기자] 마크 리퍼트(42) 미국 대사가 5일 오전 서울시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행사에서 진보성향 문화단체 대표에게 흉기로 공격받아 크게 다치는 사고가 발생했다. 주한미국 대사가 피습을 당해 부상당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다.

리퍼트 대사는 이날 오전 7시 40분께 세종문화회관 세종홀에서 열린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민화협)가 주최한 조찬 강연회에서 김기종(55) 우리마당 대표로부터 25㎝ 길이의 흉기로 공격당했다. 리퍼트 대사를 치료 중인 연세세브란스 병원 측에 따르면 리퍼트 대사 오른쪽 턱 위에 길이 11㎝ 깊이 3㎝의 상처가 났고, 이를 봉합하기 위해 80바늘 정도를 꿰맸다. 왼팔에는 3㎝ 관통상이 생겼고, 새끼손가락 신경이 손상된 것으로 알려졌다.

목격자들에 따르면 김씨는 리퍼트 대사가 앉은 중앙 헤드테이블의 오른쪽 뒤쪽의 테이블에 앉아 있었다. 오전 7시 35분께 행사장에 들어선 리퍼트 대사는 3~4분가량 참석자들과 환담을 나누고 있었고, 이때 김씨가 헤드테이블로 접근해 순식간에 리퍼트 대사의 우측에서 흉기로 얼굴을 찌른 것으로 전해졌다.

송재익 강남대 안보과 교수는 “리퍼트 대사가 행사장에 들어온 지 얼마 안 돼 사건이 발생했다”며 “사건 직후 범인은 소리를 지르며 양복을 입은 사람들에게 제압당해 바닥에 누워 있었고, 리퍼트 대사는 피를 많이 흘렸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실제 행사장 내·외부에는 리퍼트 대사가 피습 직후 이동한 경로를 따라 핏자국이 선명하게 남아있었다.

▲ 5일 오전 서울 세종문화회관 세종홀에서 마크 리퍼트 주한미국대사가 피습 당한 현장 외부에 혈흔이 묻어 있다. 마크 리퍼트 미국 대사는 서울 강북삼성병원으로 이송돼 2시간가량 응급 치료를 받은 후 신촌 세브란스병원으로 다시 옮겨졌다. ⓒ천지일보(뉴스천지)

김영만 민화협 홍보위원장은 “리퍼트 대사 초청 조찬 강연을 앞두고 10일 전부터 사전참가 신청을 받았고 오늘 오전 현장에 안내데스크를 설치해 현장등록도 받았다. 그러나 김기종씨는 사전등록과 현장등록 모두 하지 않았다”며 “통상적인 조찬 모임 방식으로 진행했으나 불미스러운 사고가 발생했다”고 말했다.

피습 직후 리퍼트 대사는 강북삼성병원에서 응급치료를 받은 뒤 신촌 세브란스병원으로 옮겨졌다. 리퍼트 대사는 이송차량에서 내리면서 괜찮은지 묻는 미국 당국자에게 “나는 괜찮다. 나는 괜찮다. 걱정하지 마라(I'm OK, I'm OK. Hey, guy, Don't Worry)”고 말하며 병원 안으로 들어갔다. 봉합 수술을 마친 리퍼트 대사는 수술 후 안정을 취하고 있으며 수술 경과를 지켜보기 위해 3~4일가량 입원치료를 받을 예정이다.

윤명성 서울 종로경찰서장은 오전 브리핑을 통해 “이날 행사와 관련해 미 대사관 측에서는 어떤 요청도 없었다”며 “경찰에서는 사전에 행사가 있을 줄 알고 혹시 모를 사태에 대비해 기동대와 형사를 세종홀 주변에 배치해 우발 사태를 대비하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당시 기동대 1개 대대 25명을 배치했고, 정보계 2명, 외사계 1명, 형사계 1명 등의 형사를 배치 중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