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호익 통일IT포럼회장 한국디지털융합진흥원장

 
재난·재해 등이 발생했을 때 해당 신고전화를 몰라서 신고를 못하거나 늦게 해서 골든타임을 놓치고 더 큰 사고나 재난으로 이어진 어처구니없는 일들이 종종 있었다. 세월호 사건 때에도 안산 단원고 학생이 신고한 것은 122번(해양 긴급신고전화)이 아닌 119번(화재, 구호 긴급신고전화)이었다. 사고 당일 30분간 119번에는 23번이나 신고가 접수됐는데 초유의 긴급 해양사고임에도 122번에는 한 통의 신고전화도 접수되지 않았다. 1초가 급한 상황에서 사고 신고가 소방방재청을 거쳐 해양경찰청으로 전달되느라 아까운 시간을 허비했고 대형 참사의 원인의 일부가 됐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는 지난 1월 26일 현재 20여개에 이르는 신고 전화를 3개로 통폐합해서 내년부터 새로운 신고체계로 운영한다고 발표했다.

내년부터 모든 신고전화는 긴급신고와 비긴급신고로 구분된다. 긴급신고의 경우 범죄 폭력 간첩 밀수 마약 사이버테러 등 각종 범죄 신고는 112로, 화재·해양사고 등 긴급한 재난이나 구조신고는 119로 하면 된다. 범죄냐 재난이냐 구분하기 어려운 급박한 상황에서는 112·119 구분 없이 어느 번호로 신고해도 112-119연계시스템을 새롭게 도입해서 실시간으로 정보를 서로 공유해서 반복 신고 없이 소관기관으로 즉시 전파된다. 긴급을 요하지 않는 각종 행정·요금·범칙금·생활민원 등 일반민원과 청소년·여성·노인·정신건강 상담 등은 110으로 통합된다. 이런 비긴급신고전화 110번을 별도로 둔 이유는 긴급하지 않는 민원이나 상담전화로 인해 범죄(112), 재난(119) 등의 신고 접수가 지연되는 문제점을 해결하면서 민원·상담을 처리하는 데 국민 편의성을 제고하기 위함이라고 한다.

신고전화 통합은 세계적인 추세이다. OECD 34개국 중 아직 신고전화를 통합하지 않는 나라는 우리나라를 비롯한 일본, 노르웨이, 이스라엘, 멕시코, 칠레 6개국에 불과하다고 한다. 미국은 모든 긴급전화는 911, 민원·상담전화는 311로, 영국 역시 긴급신고전화는 999, 민원·상담전화는 101로 통합운영 중이다. 독일은 우리나라와 같이 범죄신고는 110으로, 재난신고는 112로 민원·상담전화는 115로 통합운영 중이다.

필자도 신고전화 통합에 대해서는 이 칼럼을 비롯한 여러 곳에서 여러 번 주장해왔던 터이다. 정부의 이번의 신고전화 통합은 늦은 감이 있지만 매우 바람직한 조치라고 반기는 바이다.

박인용 국민안전처 장관은 “이번 통합으로 긴급신호체계에 큰 변화를 맞이하게 됐다”고 했다. “안전을 바라는 국민적 염원을 담아 철저한 현장조사와 준비로 통합작업을 차질 없이 추진하겠다”는 약속이 지켜지기를 기대한다. 이번 통합대책이 반드시 성공하기를 바라면서 보완 또는 추가조치가 필요한 사항 몇 가지를 첨언하고자 한다. 먼저 긴급신고전화를 범죄와 재난 두 부문으로 나누면 나눈 업무 사이에도 중복이 있을 수 있다. 112-119연계시스템을 구축해서 실시간 정보공유를 한다고 하나, 하나로 통합하는 것보다는 지연 우려가 높고 책임의 한계가 모호해질 우려 등도 있으므로 이에 대한 세밀한 대책이 필요하다. 다음은 아무리 시스템이 잘 돼도 운영은 사람이 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해당 범죄나 재난 사고에 전문 지식이 없는 신고자라 하더라도 편안하고 쉽게 신고할 수 있도록 돼야 한다. 그러기 위해 신고 접수 공무원 등 관계자들이 친절하면서도 전문성을 갖고 응대할 수 있도록 전문교육과 응대요령 등을 반복적으로 교육하고 훈련해야 한다. 또한 신고접수 후 연계, 처리 및 이행이 물 흐르듯이 순조롭게 이뤄지도록 매뉴얼을 만들고 실전에 준하는 상시적인 합동훈련과 평가 보완이 이뤄져야 할 것이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