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새 충동조절장애 30% 급증
“사회·환경적 요인 무시 못 해”

[천지일보=김민아 기자] 순간적인 ‘화’를 참지 못해 일어나는 범죄가 급증하고 있다. 최근 대한민국을 떠들썩하게 만든 ‘땅콩 회항 사건’ ‘인천 어린이집 아동학대 사건’ 등은 모두 순간적인 ‘화’를 참지 못해 일어난 범죄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지난 1일 경기도 양주시 만송동의 한 마트에서 일어난 화재 역시 ‘화’를 참지 못해 일어난 사고이다. 소방당국에 따르면 이날 화재는 50대 여성 김모(50)씨가 마트 사장인 건물주와 임대차 계약 취소 문제로 1시간가량 말다툼을 한 뒤 자신에 몸에 인화물질을 뿌리고 불을 붙여 발생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달 31일에는 이별 통보에 앙심을 품고 전 여자친구를 차로 치어 살해하려 한 40대가 경찰에 붙잡혔다. 그는 여자 친구에게서 헤어지자는 통보를 받자 앙심을 품고 범행을 저질렀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충동조절장애’ 또는 ‘분노조절장애’라고 불리는 이 병은 본능적 욕구가 지나치게 강하거나 자기방어 기능이 약해져 스스로 충동을 조절하지 못하는 정신장애의 한 가지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지난 2009년 3270명이던 충동조절장애 환자 수가 2010년 4375명, 2011년 4470명, 2012년 4937명, 2013년 4934명으로 5년 새 1214명(32.6%)이나 증가했다. 성별, 연령별 환자 수는 2013년 기준 10대 남성이 1106명으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고, 20대 남성 986명, 30대 남성 745명, 40대 남성 454명, 10대 여성 366명 등 순이었다.

전문가들은 충동조절장애가 증가하는 이유로 사회·환경적 요인을 꼽았다. 손석한 연세신경정신과 원장은 “충동조절에 장애가 발생하는 정확한 이유는 아직 밝혀지지 않지만 후천적 요인이 더 강하게 작용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난폭하고 폭력적인 부모의 양육 태도 등도 큰 영향을 미친다”고 설명했다.

이어 “최근 발생한 ‘땅콩 회항’ 사건은 사건 당사자가 자기중심적으로 자라다 보니 타인을 배려·공감하는 능력이 부족해 발생한 것 같다”며 “요즘은 경제가 불황이다 보니 삶의 만족도가 떨어지는 등 사람들의 기본 감정에 ‘화’가 섞여 있어 사소한 자극도 크게 받아들이거나 지나치게 부정적으로 받아들이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손 원장은 “실생활에서 분노를 느끼지 않을 수 없으므로 분노가 행동으로 이어지는 과정을 차단할 필요가 있다”며 “충동조절장애를 겪는 경우 ‘화’가 나면 자동반사적으로 문제 행동이 발생하기 때문에 평상시에 ‘나는 어떤 일이 발생해도 화를 내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을 품고 있어야 한다. 화가 나는 상황이 발생하면 그 자리를 벗어나거나 심호흡을 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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