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미산책] 전골(煎骨) 이야기
[별미산책] 전골(煎骨) 이야기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전통식생활문화연구원 김영복 원장
전골은 섣달 납일에 공물로 쓰였던 멧돼지, 토끼 등 납일을 위해 사냥한 고기를 납육(臘肉)이라 하는데 제사에 쓰고 난 고기로 만든 전골을 ‘납평전골’이라 한다. 궁중에서도 납향에 올릴 공물을 위해 왕이 직접 사냥해 돌아오면 노루, 멧돼지, 메추리, 꿩 등 잡은 고기로 전골을 만들어 잔치를 베풀었는데 납일에 사냥해 온 고기는 모두 맛이 좋았다고 한다.

전골의 유래에는 대해 만물사물기원역사(萬物事物紀原歷史)에서 “전골은 그 기원을 잘 모르기는 하나 상고시대에 진중 군사들은 머리에 쓰는 전립(氈笠)을 철로 만들어 썼기 때문에 진중에서는 기구도 변변치 못했던 까닭에 자기들이 썼던 철관(鐵冠)을 벗어 고기와 생선들을 끓여 먹을 때 무엇이든지 넣어 끓여 먹는 것이 습관이 돼 여염집에서도 냄비를 전립 모양으로 만들어 고기와 채소 등 여러 가지를 넣어 끓여 먹는 것을 전골이라 한다”라고 했고, 유몽인(1559~1623)이 쓴 어우야담(於于野談)에 이르기를 “토정(土亭) 이지함(1517~1578) 선생이 늘 철관(鐵冠)을 쓰고 유람하며, 그 철관에 음식을 끓여 먹었다 하여 그의 별호를 철관자(鐵冠子)라 한다”라고 돼 있다.

조선 순조 때의 학자 이학규(1770~1835년)의 문집인 낙하생집(洛下生集)에 나오는데, 쇠로 벙거지 모양의 그릇을 만들어서 고기를 요리해 먹었던 것에서 비롯된 음식으로 그릇 모양이 벙거지처럼 생겨서 전립투(氈笠套)라고 했다고 한다. 같은 시대인 조선 후기의 학자 조재삼(1808~1866)의 송남잡지(松南雜識)에서 그릇 모양이 전립을 닮아서 전립골(氈笠骨)이라고 했는데 전골은 여기서 생긴 이름이라고 기록했다. 골(骨)은 뼈라는 뜻으로만 알고 있지만 그릇이라는 뜻도 있다.

조선 후기 유득공(1748~1807)의 경도잡지(京都雜誌)에는 “냄비 이름에 전립투라는 것이 있다. 벙거지 모양에서 이런 이름이 생긴 것이다. 채소는 그 가운데 움푹하게 들어간 부분에다 넣어서 데치고 변두리의 편편한 곳에 고기를 굽는다. 술안주나 반찬에 모두 좋다”라고 기록돼 전골틀로는 벙거지나 전립(戰笠), 철관(鐵冠), 벙거짓골, 전립골(戰笠骨), 전립투(氈笠套)라고도 해 무쇠나 곱돌로 만들었음을 알 수 있다.

풍석(楓石) 서유구(1764~1845)의 옹희잡지(饔饎雜志)에서는 “적육기(炙肉器)에 전립을 거꾸로 눕힌 것과 같은 모양이 있다. 도라지, 무, 미나리, 파무리를 세절해 복판 우묵한 곳에 넣어둔 장국에 담근다. 이것을 숯불 위에 놓고 철을 뜨겁게 달군다. 고기는 종잇장처럼 얇게 썰어 유장에 적시고 젓가락으로 집어 사면의 테두리에 지져 굽는다. 그리해 3~4인이 먹는다”고 돼 있다.

이규경(1788~1865) 역시 오주연문장전산고(五洲衍文長箋散稿)에서 “고기 구워 먹는 냄비를 전골(煎骨)”이라고 풀이했다.

조선 후기의 무신 유상필(1782~?)은 동사록(東사錄)에서 “일본에서 자신에게 전골 그릇을 선물로 보내왔다”는 기록을 남겼다.

조선 정조 때의 시인 진택(震澤) 신광하가 두만강 일대를 탐방하던 중에 ‘벙거짓골에 소고기를 굽다’라는 시를 지었다. 이 시에서는 화로 위에 벙거짓골을 놓고 몇 사람이 둘러앉아 직접 맛있는 소고기를 구워 먹는 것으로, 여진에서 들어온 새로운 요리법임을 나타낸다. 지금은 일상의 것이 됐으나 당시로는 군자가 직접 음식을 조리한다는 것은 매우 획기적임을 드러낸다.

우리나라의 전통적인 조리법 가운데 하나인 전골은 서울의 반가에서는 추울 때 실내에서 음식상 옆에 놋화로에 밖에서 잘 피운 숯불을 담아 소금을 뿌려서 냄새를 없애고, 그 위에 다리쇠를 걸친 뒤 벙거짓골을 얹어놓고 볶으면서 먹는 것을 일컫는다.

전골과 비슷한 조리법으로 볶음과 찌개가 있는데, 주방에서 아주 볶아서 담아 올리면 ‘볶음’이라 하고, 또 국물을 잘박하게 붓고 미리 끓여서 올리면 ‘조치’ 또는 ‘찌개’라고 해 전골과 구분된다. 이러한 전골은 겨울철 절식 중 하나로 조선 후기의 학자 도애(陶厓) 홍석모(1781~1857)가 지은 동국세시기(東國歲時記, 1849) ‘10월조’에는 “추위를 막는 시절음식으로 쇠고기나 돼지고기에 무, 외, 훈채(파ㆍ마늘처럼 특이한 냄새가 나는 채소), 달걀 등을 섞어 장탕(醬湯, 장국)을 만든다”고 했다.

전골은 진짓상, 주안상을 차릴 때 곁상에 재료와 참기름, 장국 등을 준비해 즉석에서 볶아 대접하는 것이므로, 뜨겁고 알맞게 익혀 먹을 수 있어 매우 특이하고 좋은 조리법이라 할 수 있다. 어느 특정 재료의 맛이 두드러져서는 안 되고, 여러 재료의 맛이 어우러져 은은한 맛을 내는 것이 특징이다. 따라서 우리 음식의 중요한 특징 가운데 하나인 조화미를 음미할 수 있는 대표적인 음식이라 하겠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1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순애 2015-01-26 17:42:44
전골의 유래가 재밋네요. ㅎㅎ전골그릇을 선물로 보내기도 하고
참 소박한 우리 조상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