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자유연대 “용납될 수 없는 일… 교회 3곳 더 고발 계획”

[천지일보=정현경 기자] 청소년들이 지켜보는 앞에서 구약시대 제사의식인 ‘번제’를 재현한다며 살아있는 염소를 도살한 충남의 한 교회가 시민단체에게 고발당해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헤럴드경제 보도에 따르면, 동물자유연대는 26일 동물학대 혐의로 충남지역의 감리교 계통의 A교회를 관할 경찰서에 고발했다. 동물자유연대는 제사의식을 재현한다며 살아있는 염소를 도살하고 가죽을 벗기는 퍼포먼스가 담긴 유튜브 동영상 제보를 지난 22일 받았다고 밝혔다.

문제의 동영상은 현재 인터넷에서 삭제된 상태다. 이 영상은 교회 관계자가 2012년 촬영한 것으로 약 26분 분량의 ‘번제’ 재현 연극이 담겨 있다.

이 교회는 중고생은 물론 초등학생도 상당수 참석한 것으로 보이는 수련회에서 간통죄를 저지른 한 여인이 번제를 통해 죄사함을 받는다는 내용의 연극을 행한다. 그러면서 살아있는 염소를 끌고 와 테이블에 올려놓고, 발버둥치는 염소의 목을 딴 뒤, 곧바로 가죽을 벗겨내고 불에 태우는 ‘번제’ 장면을 재현했다. 이 과정에서 여성 교인은 갓 벗겨진 염소 가죽을 펼쳐들고 “더럽고 추악한 가식을 이제 벗겼나이다. 때묻은 모습을 벗겼나이다”라며 울부짖는다. 이후 염소의 잘라진 뿔 두 개를 양손에 쥔 채 “이제까지 살아오면서 이 뿔로 많은 사람을 들이받아 가슴 아프게 하였습니다”라고 오열한다.

동영상에서 도살 과정을 지켜보던 청소년들은 손으로 눈을 가리고 몸을 돌리거나 도망가려 하지만 제지당하는 모습이 보인다.

연극이 끝나자 A교회의 목사 B씨는 “아주 뜻 깊은 행사였으며 앞으로도 (번제가) 대외적으로 많이 홍보됐으면 좋겠다”라고 말하고 있다.

‘번제’란 ‘불로 제물을 태워 그 연기를 신께 올리는 제사’라는 뜻으로, 구약시대에 행해졌던 유대교 제사의식 중 하나다. 주로 양이나 소 등 가축을 희생 제물로 삼아 털을 벗겨내고 각을 떠 불에 태우는 행위를 통해 사람의 죗값을 동물이 대신 치르게 하는 것이다.

동물자유연대는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있는 정당한 사유 없이 동물의 생명을 잔인하게 빼앗는 것은 용납될 수 없는 일”이라며, A교회 외에도 현재까지 3곳의 교회에서 살아있는 가축을 대상으로 이 같은 번제를 진행했다는 제보를 받았고, 이들도 고발 조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동물보호법에 따르면 ‘노상 등 공개된 장소에서 죽이거나 같은 종류의 다른 동물이 보는 앞에서 죽이는 행위’ ‘목을 매다는 등의 잔인한 방법으로 죽이는 행위’ 등은 동물학대에 해당한다. 동물학대는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다.

충남 서산경찰서는 조만간 목사 B씨를 불러 사실관계와 경위 등을 조사하고 혐의가 인정되면 피의자로 전환해 입건할 방침이다.

동물자유연대에 따르면 이 같은 ‘번제’ 의식이 전국 다수의 교회에서 진행되어 온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