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태원 SK그룹 회장 (사진출처: 연합뉴스)

재계 “경기 회복의 발판 마련 위해 가석방 반드시 필요”

‘땅콩 회항’으로 생긴 반기업 정서 불똥 튈까 노심초사

[천지일보=유영선 기자] 최근 정치권 일각에서 ‘기업인 가석방론’이 잇따라 제기되면서 해당 기업들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 가운데 재계 서열 3위인 SK그룹 최태원 회장의 가석방 여부에 관심이 쏠리는 분위기다. 하지만 가석방 대상 기업들은 최근 ‘땅콩 회항’ 파문으로 형성된 반기업 정서가 재계 전반으로 확산될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재계에 따르면 현재 가석방 요건을 충족시킨 기업인은 최태원(54) 회장을 비롯해 최재원(51) SK그룹 부회장, 구본상(44) 전 LIG넥스원 부회장 등이다. 가석방 대상자는 무기징역의 경우 20년, 유기징역은 3분의 1이상을 채웠을 때 가능하다.

가석방 결정은 법무부 장관이 하도록 돼 있다. 황교안 법무부 장관은 지난 24일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에 출석, 기업인 가석방 계획 여부에 대한 물음에 “원칙대로 할 것”이라고 원론적인 답변을 했다.

재계에서는 장기화하고 있는 경기침체를 극복하고 내년 경기 회복의 발판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기업인들의 가석방이 꼭 필요하다는 데 뜻을 모으고 있다. 재계에서 풀려나길 바라는 1순위는 최태원 회장이다.

그는 회삿돈 465억원을 빼돌려 다른 곳에 투자한 혐의로 징역 4년을 선고받고 현재 22개월째 복역 중이다. 이미 가석방 요건을 갖춘 상태다. 대기업 회장 중에서는 역대 최장기간 복역이다. 특히 재계에서는 최 회장에 대한 가석방 청원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최태원 회장은 지난 4년 중 형기의 반을 모범수로 성실히 마치면서 법 정의실현에도 앞장섰다”면서 “일반인이라면 모범수 관련 혜택이 주어질 수 있는데, 기업인 총수라서 검토조차 못했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옥중에서 사회적기업 전문 서적을 출간하기도 했다. 최 회장의 둘째 딸인 민정 씨는 재벌가 딸로서는 처음으로 군 장교에 입대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일각에선 일련의 과정들이 최 회장의 가석방을 염두에 둔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되기도 했다.

그동안 SK그룹은 최 회장의 공백으로 대형 규모의 투자에 어려움을 겪어 왔다. 연간 6조원이 넘는 SK그룹의 투자규모는 최 회장의 부재로 4조원대로 떨어진 상태다.

반면 최근 김승연 회장이 복귀한 한화그룹은 활기가 넘치고 있다. 김 회장은 지난달 말 ‘삼성 4개 계열사 빅딜’을 신호탄으로 직무를 재개했고, 이라크 비스마야 신도시 건설현장을 직접 방문하면서 건재함을 과시했다. 장기간 오너 공백을 겪고 있는 SK그룹과 같은 대기업은 한화그룹이 부러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최태원 회장과 함께 기소된 동생 최재원 부회장도 형기의 3분의 1일을 채운 상태다. 최 부회장은 지난해 9월 2심에서 징역 3년 6개월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

2012년 기업어음(CP) 사기 발행 혐의로 구속된 구본상 전 LIG넥스원 부회장도 징역 4년을 확정받고 2년 넘게 수감 중이라 가석방 대상이다. 구본엽 전 LIG건설 부사장도 2달 뒤면 가석방 요건을 채우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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