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종교인 소득에 대한 과세를 1년간 유예했다. 개정 세법 후속 시행령 개정을 통해 종교인 소득에 대해 내년 1월 1일부터 기타소득으로 과세하려던 방침을 2016년으로 1년 미룬다는 것이다. 이렇게 된 데는 종교계의 반발을 의식한 여당에서 유예를 요청한 영향이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결국, 정부가 일부 종교계의 반발과 정치권의 압력에 굴복해 조세정의를 저버린 셈이다. 쇠뿔도 단김에 빼지 않으면 빼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정부의 이번 조치로 종교인 과세 실현은 더욱 어렵게 됐다.

그렇잖아도 정부의 종교인 과세 정책은 계속 뒷걸음질 쳤다. 정부는 지난해 9월 소득세 원천징수를 종교인에게도 적용하는 내용의 소득세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지만, 일부 개신교 교회가 반발하자 방향을 틀었다. 종교인의 소득을 사례금에 포함하고 4%를 원천징수한다는 내용의 시행령 개정으로 바꾼 것이다. 그래도 반발이 계속되자 정부는 지난 2월 원천징수를 자진신고·납부 방식으로 바꾸고 세무조사나 가산세 규정도 제외한 내용의 수정 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국회에선 종교인 과세 관련 수정안을 예산 부수 법안에서 제외했다.

시행 유예 결정에 따라 종교인 과세는 사실상 물 건너간 것이나 다름이 없다. 내년이면 총선 정국이 시작된다. 종교인 과세가 시행되는 2016년엔 총선이 치러진다. 그 뒤엔 차기 대통령 선거도 있다. 1년 후면 정국이 요동치는 소용돌이의 한가운데 있게 된다. 쟁점 현안에 대한 결론이 어떻게 날지 예측하기 어렵다는 말이다. 이때까지 과세를 미룬다는 것은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기겠다는 생각과 다르지 않다. 당장 한 표가 아쉬운 정치권은 유권자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 선거를 앞둔 정당이 유불리에 따라 공약이나 정책을 손바닥 뒤집듯 뒤집은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과세는 평등해야 한다. 종교인도 국민의 하나다. 종교인이라는 이유만으로 과세에서 특혜를 받는다는 건 맞지 않다. 조세정의를 실현한다는 차원에서 나온 종교인 과세 방침이 일부 종교계의 기득권과 이에 결탁한 정치권의 이해관계에 휘말려 춤춘다면 누가 정부를 신뢰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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