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9일, 대통령직속의 ‘통일준비위’가 전격적으로 남북대화를 제의했다. 류길재 통일부 장관이 직접 대화에 나설 수 있으며, ‘5.24 조치’를 비롯해 금강산관광 등의 주요 현안도 논의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리고 이틀 뒤 박근혜 대통령이 신년사를 통해 이제부터는 ‘통일의 길’을 구체적으로 열어가겠다고 밝혔다. 이 정도라면 남북관계 개선에 대한 우리 정부의 의지를 분명하게 보여준 셈이다.
바로 다음 날인 새해 첫날, 북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신년사를 통해 직접 육성으로 우리 정부의 메시지에 화답했다. 김 위원장은 “남조선 당국이 진실로 대화를 통하여 북남관계를 개선하려는 입장이라면 중단된 고위급 접촉도 재개할 수 있고 부문별 회담도 할 수 있다고 본다. 그리고 분위기와 환경이 마련되는 데에 따라 최고위급 회담도 못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우리 정부의 대화 제의에 대해 김정은 위원장은 남북정상회담 가능성까지 열어놓으며 적극적으로 화답한 것이다.
남북 정상들이 신년사를 통해 정상회담 가능성까지 거론하며 대화와 협력에 무게를 실은 것은 노무현정부 이후 이번이 처음이다. 그만큼 남북관계가 급속히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그렇다면 여와 야, 보수와 진보의 대결적 시각에서 최근의 남북관계의 변화를 읽어서는 곤란하다. 보수정권 8년 만에 남북관계 변화에 새로운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면 국가적으로도, 민족적으로도 다행스런 일이다. 어떻게든 이런 기조를 살려서 국민과 국가이익에 도움이 되도록 관리하고 성과를 만들어 내야 할 것이다.
박근혜정부에서 남북관계의 새로운 돌파구를 만들어 낼 수 있는 시점은 사실상 올해가 마지막이 될 것이다. 북한도 김정일 위원장의 3년 탈상을 마치고 올해부터는 본격적인 김정은 체제가 시작된다. 남과 북이 서로를 필요로 하는 아주 절묘한 타이밍이다. 이런 즈음에 우리 정부가 선제적으로 대북대화를 제의하고 전향적으로 남북관계를 이끌어 내는 것은 바람직한 모습이다. 물론 앞으로 걸림돌도 적지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남북의 절박한 요구를 확인했다면 우리 정부가 더 유연하고 성숙한 자세로 남북관계를 이끌어 가는 노력이 필요하다. 혹시 연말 쯤 남북정상회담이 정말 성사될 수 있을지 상상만 해도 좋은 일 아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