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이현정 기자] 경계 없는 패션 소비유통의 혁신이라고도 볼 수 있는 해외직구 열풍부터 화려함보다 간소한 트렌디함을 추구하는 놈코어까지. 올해 패션산업의 방향과 소비경향을 엿볼 수 있는 ‘2014 패션산업 10대 뉴스’가 발표됐다.

한국패션협회는 4일 국내 언론을 대상으로 성북구 한스갤러리에서 언론 간담회를 진행했다.

2014 한국 패션산업 10대 뉴스는 매년 한국패션협회가 다수 국내 패션 전문가의 의견을 바탕으로 발표한 것으로 ▲해외직구 ▲큐레이션(Curation) ▲라이프스타일 샵 ▲아웃도어&SPA ▲옴니채널(Omni-channel) ▲모바일 최적화 ▲놈코어(Normcore) ▲패션+⍺ ▲차이나 머니 ▲디지털 패션 테크 등이 선정됐다.

올 한해는 경계 없는 소비자들의 주목을 끈 해외직구가 꾸준한 화제를 모았다. 대한상공회의소 보고서에 따르면 2014년 8월 기준 해외직구 금액이 1조원을 돌파했다. 주로 패션 아이템을 구매하는 것으로 알려진 해외직구의 확대는 국내에서 판매되던 직수입 및 라이선스 브랜드들의 매출 감소에 큰 영향을 미쳤고 배송료와 관세를 포함하더라도 국내 판매가격 대비 20~30% 저렴한 상황이라 소비욕구를 높였다.
물리적인 경계가 사라진 환경에서 국내 소비자들은 글로벌 소비자들과 함께 블랙프라이데이, 광군절, 사이버먼데이를 손꼽아 기다리게 됐고 덩달아 국내 유통업계도 대대적인 세일에 동참하는 양상으로 발전하고 있다.

소비자 개인별 취향 다양화 및 저보 능력 향상으로 다른 사람에게 자신의 스타일을 보여주는 큐레이션 소비 형태도 올 한해 10대 뉴스 중 하나로 꼽혔다. SNS와 같은 비제도권 매체의 인기로 인해 파워블로거, 파워소셜러 영향력이 확대되면서 전문가 소비자의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올해 4월 세월호 참사의 여파로 소비침체가 장기화돼는 경향을 보이면서 이로 인해 가치 소비를 지향하는 소비자들은 상품 정보 검색에서 전문가 소비자의 의견을 구매결정 시 반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전문가의 조언이나 팁 등을 참고해 소비 효과를 얻는 큐레이션 소비가 늘어나는 추세다.

한 매장에서 패션과 더불어 다양한 아이템을 만날 수 있는 라이프스타일 샵도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다. 의류와 패션잡화는 물론 생활소품과 주방용품, 문구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아이템을 비교하면서 구매할 수 있는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백화점에서도 패션 제품 소비는 줄고 F&B 소비가 증가하는 경향을 보이는데 최근 리뉴얼한 잠실 롯데월드몰, 코엑스몰과 신규 오픈한 D타워, 그랑 서울 등도 복합 쇼핑몰로 구성돼 다양한 라이프스타일형 매장을 포진시키고 있다. 이는 기존 유통의 매출 부진 이유가 가장 크고 무엇보다 소비자들의 다양한 쇼핑 욕구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지칠 줄 모르던 아웃도어가 시장 규모 8조원을 정점으로 그 힘을 점차 잃어가는 반면 늘어나는 SPA 영역은 올해 유독 눈길을 끈다.
세분화된 소비자에게 맞춰 아동복, 여성복, 장비 등으로 영역을 확장하고 있지만 몇 년간 누적된 재고와 과도한 마케팅 비용은 신상품 판매 부진과 아웃도어의 발목을 잡는 큰 장애로 보인다. 글로벌 SPA 브랜드는 검증된 국내 시장에서 패밀리 브랜드를 도입하는 등 2차 공습을 준비하고 있다. H&M 계열의 코스(COS)나 유니클로의 형제 브랜드인 지유(G.U.)가 국내 진출을 통해 시장 규모 확대를 견인할 예정이며 조프레시(Joe Fresh) 등 다양한 국가의 SPA도 국내 진출로 다양한 소비경향을 인도하고 있다.

소비자의 정보 검색 채널 다양화에 따라 소비자들에게 온오프라인에서 통합된 브랜드 경험을 제공할 수 있는 채널 전략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옴니채널 전략은 기존 멀티채널 전략 개념에서 채널 간 연계성이 강화된 것으로 단순한 채널의 확장이 아니라 조직 및 업무 프로세스의 변화도 동반된 것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온라인에서 주문하고 오프라인에서 물건을 수령하며 스마트폰을 이용해 실시간으로 필요한 쿠폰을 제공하는 서비스 등이 이러하다. 이로 인해 향후 소비자에게 개인 맞춤화된 쇼핑 경험을 제공하고 기업에게는 다양한 소셜미디어 각각의 특색에 맞춰진 브랜드 메시지 조각이 통합된 메시지로 합체되는 트랜스 미디어 형태로 발전될 전망이다. 또 온라인에서 입지를 다진 기업들의 오프라인 진출이 안착돼 있어 ‘스타일난다’ ‘난닝구’ 같은 기업들이 제도권 패션계로 등장해 글로벌 진출에 신흥 강자로 부상하고 있다.

2014년 최대 패션 스타일 트랜드는 두말할 것도 없이 평범함 속의 특별함을 내제한 놈코어다. 2013년 10월 뉴욕의 트렌드 예측 회사 ‘케이-홀’에서 놈코어를 ‘트렌디한 것을 따르지 않는 브랜드’ ‘남들과 똑같은 것이 오히려 쿨하다고 여기지는 것’으로 정의하면서 시작됐다.
스티브 잡스, 마크 주커버스의 패션처럼 1990년대에 대량생산된 아이템들이 해당된다. 쉽게 거리에서 접할 수 있는 사람들의 유행 패션 스타일인 스트리트 패션은 최근 떠오른 놈코어 패션과 함께 2013년에 이어 지속된 트렌드다. 전반적으로 캐주얼라이징 트렌드는 하이앤드 디자이너의 런웨이에서 스니커즈와 슬리퍼 등으로 보여지고 이에 국내에서는 스니커즈와 스냅백 매출이 증가하는 효과를 보였다.

지속적으로 모바일 시장이 커지면서 올해는 본격적으로 마케팅 활동이나 커모스의 무대가 모바일로 두각을 나타냈다. 한국온라인쇼핑협회 자료에 따르면 올해 모바일 쇼핑시장 규모는 지난 1년간 100% 넘는 폭발적인 고성장을 보였는데 이는 약 10조원 규모로 추산된다.
소비자 리서치회사 칸타월드패널은 20~50대 여성의 모바일 쇼핑 경험률은 54%에 달하는 것으로 밝혔다. 이는 스마트 기기 대중화, SNS 사용량 증가, 모바일 전자화폐가 간편해지면서 소비자가 몰려들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는 또 콜라보레이션의 한해로 볼 수 있다. 다양한 문화산업을 뛰어 넘어 패션산업도 콜라보레이션을 통해 플러스 알파 효과를 톡톡히 맛봤다. 문화, 예술, 뷰티, 엔터테인먼트 등 다양한 업계와 콜라보레이션을 진행한 패션업계는 이를 통해 소비자들에게 패션 이상의 새로운 문화적 가치를 제시하려고 노력했다. 콜라보레이션을 통해 브랜드 이미지의 차별화를 시도했다. 제일모직이 YG엔터테인먼트와 함께 ‘노나곤(Nonagon)’을 론칭하면서 본격적인 패션과 엔터테인먼트의 결합을 보였고 LVMH(루이비통모에헤네시)가 YG엔터테인먼트에 거액을 투자하면서 엔터테인먼트 분야를 넘어 패션과 뷰티 분야까지 중국 시장으로 확장될 전망이다.

중국의 자본력과 한국의 브랜드력을 결합시키는 중국 기업들의 차이나 머니는 이미 세계 인수합병(M&A)시장에서도 큰 손으로 떠오르고 있다.
중국정부는 대외투자를 독려하고 있는데 이는 브랜드 및 기술력 확보를 위해 해외 기업 인수가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이다. 11월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이 실질적으로 체결되면서 향후 중국자본의 국내 유입이 급물살을 탈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중국 자본력과 한국 브랜드력이 결합한 바람직한 성공사례를 통해 국내 브랜드의 글로벌 진출 판로에 대한 새로운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디지털패션테크 즉 패션업계와 IT산업 간 활발한 협업은 중요한 이슈로 패션업계에서는 빅데이터, 3D프린터, 웨어러블 등 3가지를 주요 반영 기술로 볼 수 있다.
올해 패션업계가 빅데이터에 주목한 것은 기존 경영자의 직관력과 해외컬렉션 트렌드 정보에만 의지하기엔 시장 환경이 복잡해졌으며 데이터에 기반한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의사결정 시스템을 보유한 글로벌 기업과의 경쟁을 위해서는 반드시 요구되는 사안 중 하나다.
3D프린터는 오랫동안 소재 개발의 제약에서 벗어나 서서히 액세서리나 구두, 가방 등 패션소품을 만드는 데 활용되며 패션업체의 업무 프로세스까지 변화시킬 것으로 전망된다.
웨어러블은 폴로와 토미힐피거에서 관련 제품이 출시되고 제일모직 ‘스마트슈트 2.0’과 롯데백화점이 파슨스, 아이리버와 함께 개발해 출시한 ‘아발란체’ 출시로 더욱 관심이 모아지는 상황이다.

한국패션협회는 오는 2015년을 맞아 ‘글로벌(GLOBAL)’ ‘컬처&라이프스타일(CULTURE&LIFESTYLE)’ ‘디지털(DIGITAL)’이라는 세 가지 방향성 아래 기존의 정부 및 민간 사업을 정비하고 패션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노력할 예정이다.

특히 패션산업의 환경이 날로 글로벌화 및 디지털화 되고 다른 영역으로까지 확대된 지금, 환경에서 한국 패션사업을 리딩해나갈 수 있도록 전문성을 발전시켜나갈 것을 강조했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