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새정치민주연합 문희상 비대위원장이 언론인터뷰를 통해 “군대 다음으로 무서운 게 정당인데 요즘 초·재선 중에는 너무 막나가는 의원이 많으니 버르장머리를 고쳐놓겠다”고 일갈한 적이 있다. 군대 다음으로 무서운 게 정당이라는 말은 그만큼 정당이 위계질서가 잘 서져 있음을 뜻하는데, 제도적인 보장은 각기 정당의 자치규범인 당헌·당규의 뒷받침이라 할 수 있다.

대통령의 절대적 권력이 헌법에서 제도적으로 보장되듯 당 대표, 지도부 회의체 등에 대해 막중한 권한은 당헌에서 부여받고 있다. 따라서 각기 정당은 헌법과 정당법, 그리고 정당 자체의 당헌이 정한 바를 좇아 공직자 후보 공천 등 당무 수행과 조직체를 이끌어가고 있는데, 만약 규범을 위반할 경우에는 정당은 국가기관으로부터 등록 취소되거나 각종 제재를 받게 된다. 이는 정당이 정치결사체로서 국민생활에 지대한 영향을 많이 미치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중앙선관위가 등록·관리하는 우리나라 정당 수는 9월 말 현재 17개다. 정당이 헌법상 보장을 받으니 만큼 정당에 대한 관리는 정당법 등에 근거하는 바, 예컨대 창당된 경우 등록을 받거나 정당의 당헌, 지도부 등이 변경된 경우에는 신청을 받아 심사하는 것이다. 이 경우에도 형식적 요건을 구비하는 한 신청 자체를 거부하지 않는 등 정당의 자율성을 보장하고 있지만 중앙선관위는 정당법과 당헌 규정 등에 의한 적법성 여부를 엄격히 심사해야 할 책임도 따른다.

새정치연합이 지난 9.21자로 당헌(부칙 제6호)을 개정하고 중앙선관위에 변경 등록 신청했다. “이 당헌은 비상대책위원회가 의결한 날부터 시행한다”는 내용은 일응 합당해보이지만 비대위가 당헌 개정 권력의 주체가 아닌 것이다. 새정치연합은 당헌(3.26.자)에서 당헌 개정 권력의 주체를 명백히 규정하고 있다. 즉, 당헌 제15조에서 전국대의원대회에서 개정하지만, 부칙(2014.3.16.자) 제7조에서 당헌 개정에 관한 특례를 두어 중앙위원회의 의결로 개정할 수 있도록 했고, 중앙위원회가 구성되기 전까지는 당무위원회, 최고위원회에 권한을 부여하고 있다.

정당의 당헌 개정 권력은 제도화된 권력이기 때문에 당헌이 정한 절차에 따라 행사돼야 하며, 위반하면 무효가 됨은 헌법이론과 각종 재판 등에서 명확하다. 새정치연합이 비대위 체제로 정상적인 지도부 구성은 별개지만 당헌 개정은 당헌상 명시된 적법성을 갖춰야 하는 바, 이를테면 중앙위원회 소집이나 당무위원회를 구성해 당헌 개정을 처리하는 것이다. 적격성을 갖추지 못한 일에 대한 잘못된 대응은 문제를 낳기 마련인데, 중앙선관위는 개정 주체의 하자로 명백히 무효라 할 수 있는 새정치연합의 당헌 개정 변경 신청을 어떻게 처리할까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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