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호익 통일IT포럼 회장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초빙연구원

 

중국 정보통신(IT)기업의 돌풍이 거세게 몰려오고 있다. 샤호미의 급성장과 알리바바의 뉴욕증시 상장대박은 우리나라 IT업계에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샤오미는 설립 4년 만에 중국내 스마트폰 시장에서 애플과 삼성전자를 밀어내고 있고 세계시장에서도 새로운 강자로 급부상하고 있다. 알리바바는 뉴욕증시 상장 첫날에 상장가보다 38% 급등하며 시가총액에서 단숨에 전 세계 IT업계 중 4위로 도약했다. 1위 애플, 2위 구글, 3위 MS를 제외하면 페이스북과 삼성전자는 물론 전자상거래 1, 2위 업체인 아마존, 이베이를 합친 것보다 많다. 반면 삼성전자는 최근 들어 영업이익이 급감하면서 주가도 폭락하고 있다. 스마트폰 이후의 성장 동력을 찾지 못하고 있어 우려가 크다. 전문가들은 중국의 위협 등 우리나라 IT 산업의 위기를 이미 예측하고 있었지만 예상보다 훨씬 빨리 왔기 때문에 그 충격을 더 크게 느끼고 있는 것 같다.

이제 IT산업은 미국의 애플, 구글, 페이스북, 아마존 등과 중국의 알리바바, 텐센트(SNS), 바이두(검색), 하웨이(국산방비) 등이 양분하는 구도가 되고 있다. 미·중 양강구도가 국제 정치, 경제의 세계 2강(G2)에서 IT 2강(I2)시대로 흐르고 있다. 올해 미국 증시에 상장한 중국기업은 알리바바 외에도 10여 개에 달하고 연말까지는 30개가 넘을 전망이다. 또한 알리바바, 텐센트, 바이두의 올 상반 M&A 실적은 총 33건 105달러(11조 원)에 달한다. 금년 한국기업의 미국증시 상장은 전무하고 삼성전자의 M&A 실적도 4건 3000억 원으로 초라하다.

중국 IT기업의 약진은 막강한 내수 기반의 자국시장의 덕을 본 것은 사실이나 그것만으로 치부하는 것은 옳지 않다. 그 성공 요인으로 국내의 2만여 개 기업이 입주해 있는 베이징 중관춘(中關村) 등 창업 생태계를 들 수 있고 젊은 기업가의 도전정신도 큰 기여를 했다.

중국 정부의 지원도 빼놓을 수 없다. 중국 정부는 과거 한국 정부의 정책을 벤치마킹하여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기술개발 촉진과 인력을 양성하고 시장보호정책으로 자국기업을 육성했다. 우리와 다른 점이 있다면 자국기업의 경쟁력이 생기면 파격적인 규제완화로 기업의 힘을 더 키워 주었다. 알리바바가 성공한 전자상거래만 하더라도 한국소비자는 국외 인터넷몰에서 쇼핑할 수 있지만 외국 소비자들은 최근까지 한국 사이트에서 ‘천송이 코트’를 살 수 없었다. 중국은 알리바바에게 첫 민간은행 허가를 내어 주었으나 우리는 모바일로 인터넷 금융을 확대하려면 각종규제에 묶여있다.

스마트 혁명으로 인해 가장 혜택 받은 국가는 한국임에 틀림없다. 우리나라가 IT강국으로 도약한 이래 가장 빠르고 다양한 형태로 기술과 서비스가 융합해서 융합시대의 선두주자가 되고 사회 각계각층에 그 이용이 보편화됐다. 그러나 이제 그 한계에 직면했으며 새로운 변화와 혁신이 절실한 시점에 도달했다. 진흥정책은 특혜 시비와 국제 무역협정 위반 우려 등으로 소극적이면서, 규제정책은 특정집단이 큰 목소리를 내면 외국에도 없는 것을 만들어 낸다. 박근혜 대통령 주재로 강한 규제개혁으로 드라이브하고 있지만 체감속도는 너무 느리다. 지나친 자만심과 각종 규제로 기업의 의욕을 묶은 탓에 IT강국의 위상이 추락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냉철하게 분석하고 대처해야 한다.

정부의 창조경제가 우리나라 IT 산업의 위기를 극복하는 제2의 도약을 이룰 수 있는 방향으로 잘 가고 있는지를 점검하고 확인해야 한다. 세계 2강(I2)은 어렵더라도 세계 3강(I3)에는 우리나라가 반드시 포함되도록 해야 한다. 기업들이 적극적인 M&A와 엔젤투자로 도전-성공-회수-재도전의 선순환돼야만 미래 전망도 밝다. 과감한 M&A와 엔젤투자를 할 수 있는 사회분위기 조성과 더 과감한 정책지원이 필요한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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