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B국민은행 남경현 부장. ⓒ천지일보(뉴스천지)
20년 전 대출 인연 계기, 주말이면 보육원 봉사로 구슬땀
이삿집서 수거한 동화책 기부… 연말 땐 고기 파티 열어줘
사랑받은 이들이 사랑 줄 수 있어… 은퇴 후 아이들 돕고파

[천지일보=임문식 기자] “매년 연말이면 독산동 우시장에서 돼지 한두 마리를 사가지고 가서 보육원생들과 고기 파티를 해요. 가족의 중요성을 일깨워주기 위해서죠.”

자랑스런 ‘국은인상’ 최초 2회 수상자이자 국민은행 마케팅 강사인 남경현(55) 부장. 회사에 불리는 그의 닉네임은 세 가지다. 영업의 달인, 소통의 달인, 봉사의 전도사. 직장 생활 30여년 동안에 붙여진 이름이다. 근무 현장과 조직 내부에선 영업과 소통으로, 개인의 영역에선 봉사로 열정을 불태운 결과다.

남경현 부장의 입지전적인 공적은 화려한 경력으로 쌓였다. 국민은행 직원이라면 누구나 원하지만, 단 한 번 받기도 어렵다는 ‘국은인상’을 두 번이나 받았다. 그것도 최초 2회 수상이다. 지난 2009년엔 서울특별시장 표창장 봉사 부문에서 수상했다. 지난달 22일엔 ‘2014년 한국사회를 빛낸 대한민국충효대상’ 봉사 부문에서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지난달 29일 본지 사무실에서 만난 남 부장. 검은색 뿔테 안경에 정장 차림으로 나타난 그는 인터뷰 내내 진지하면서도 미소를 잃지 않았다. 스스로 권위 의식을 버려야 다른 이와 소통할 수 있다는 그의 신념이 몸에 배인 듯했다. 정확한 발음은 아니지만, 구수한 이야기조로 말하는 그는 회사의 임원이라기보단 친근하면서도 푸근한 옆집 아저씨와 같은 느낌을 풍겼다.

‘봉사 전도사’로 불리는 남 부장이 봉사에 발을 들여놓게 된 것은 20여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서울 관악구 남현동 상록보육원과 대출 문제로 인연을 맺은 것이 계기였다.

“당시 부청하 원장을 알게 되면서 보육원을 다니게 됐죠. 보육원생들을 집에 데리고 와서 재우고 우리 아이들과도 같이 놀게 했어요.”

인연은 깊었다. 그는 주말이면 가족과 함께 보육원으로 향했다. 보육원 아이들과 놀아주기도 하고 휴일에 이사하는 집에서 수거한 동화책을 가져다주기도 했다. 매년 연말이면 보육원생들에게 돼지고기 파티를 열어주는 ‘서프라이즈 행사’도 진행하고 있다. 이를 계기로 2009년 사회복지의 날에 ‘서울시장 표창장’을 수상하기도 했다.

지난해엔 KB금융그룹 후원으로 상록유소년 재능기부 축구단을 발족했다. 정기적으로 동호회 가족들과 연수원에서 축구교실을 열고 있는데, 보육원생들에게 정신적으로 큰 도움이 된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봉사 실천자로서 주변의 직원들과 지인들에게 기부와 봉사활동 참여를 독려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제가 이 보육원을 도와달라고 국민은행 사이트에 올렸더니 많은 직원들이 호응해주고 도와줬어요. 그 결과 3년 전 우리나라 최고의 ‘아파트형 보육원’이 건설될 수 있었죠.”

남 부장이 이처럼 보육원 봉사에 애정을 쏟는 데는 특별한 이유가 있다. 부모와 가족의 사랑이 누구보다도 절실한 이들이 바로 보육원생들이기 때문이다.

“애들을 대하다 보니 잘못하면 비행청소년이나 문제아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재능기부로 부모의 따뜻한 마음을 줘야 하는 이유죠. 사랑을 받은 사람이 사랑을 줄 수 있으니까요.”

▲ 남경현 부장(오른쪽)이 8월 22일 서울 백범김구기념관에서 열린 ‘2014년 한국사회를 빛낸 대한민국충효대상’ 시상식에서 사회봉사발전공로대상을 수상하고 있다. (사진제공: 충효대상조직위원회)
그는 앞으로 은퇴를 하게 되면 보육원 봉사로 여생을 보내고 싶다는 바람도 숨기지 않았다. “은행 일에서 은퇴하고 나면 보육원 아이들을 돌보면서 옛날보다 더 친근하게 지내는 게 꿈이에요. 아이들이 예전엔 저를 삼촌이라고 불렀는데, 지금은 할아버지라고 해요. 그들에게 친근한 할아버지가 되고 싶어요.”

남 부장은 현재 지점장과 본부 부서장을 거쳐 후선업무인 조사역으로 근무하고 있다. 그에게 ‘달인’이란 별명이 붙은 것은 영업과 소통에서도 남다른 열정을 가졌기 때문이다. 남 부장이 수상한 국은인상은 은행 발전에 공헌하고 다른 직원에 모범이 되는 직원을 발굴해 포상하는 최고 상이다.

남 부장의 생생한 현장 마케팅 강의는 직원들에게 특히 인기다. 이론 발표식의 딱딱한 강연이 아니라 영업 현장에서 직접 체험하고 터득한 노하우를 풀어낸 게 인기의 비결이다.

“영업맨 시절 직접 가가호호 방문하면서 고객과 신뢰를 쌓고, 믿음도 심어줬어요. 지금은 감동을 줘야만 고객이 움직이죠.” 그가 강의 때마다 항상 강조하는 말이다.

그는 영업을 한마디로 표현하면 오뚝이와 같다고 말한다. 한 번 만남으로 거래가 성사되는 것이 아니라 오뚝이처럼 고객과 끈질기게 만나고 신뢰를 쌓아야만 가능하다는 것이다.

영업맨 생활을 끝내고 조직을 관리하는 위치에 선 이후엔 직원과의 소통에 정성을 쏟았다. 상하를 구분하지 않고 직원들에게 먼저 다가갔다. 격의 없는 대화로 애로사항을 청취하고 함께 해결해나겠다. 매월 말일 퇴근길엔 한 번도 거르지 않고 직원들에게 위로 문자를 보내고 있다.

지점장 시절 땐 연말이면 사비를 털어 직원 가족초청행사를 열기도 했다. 또 직원이 출산하면 직접 미역과 고기 몇 근을 사들고 가 산후조리를 챙겨주기도 했다. 그가 직원에게 이처럼 세심한 배려를 아끼지 않는 이유는 소통이 조직 화합에 얼마나 중요한지 알기 때문이다.

“직원, 고객, 가족과의 소통이 없으면 서로 친해질 수 없어요. 서로 소통하고 허물없이 이야기해야 가까워지는 거죠.”

큰돈이 오가는 은행은 작은 실수가 대형 금융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소통이 필수적이라고 그는 강조한다.

남 부장은 최근 영업, 소통, 봉사에 관한 경험과 노하우를 엮어 책으로 정리하고 있다. 자신의 경험담을 통해 직원과 국민에게 용기와 활력소를 주고 싶다는 게 그의 바람이다.

KB국민은행 남경현 부장 주요 약력
- 자랑스런 국은인상 수상(2003년, 건전성)
- 자랑스런 국은인상 수상(2008년, 수여신)
- 서울특별시장 표창장(2009년, 봉사)
- 마케팅 강사(영업의 달인)
- KB국민은행 까치동우회 축구단 고문
- KB금융그룹상록유소년축구재능기부 단장
- 대전 계룡로지점장
- 여신본부(담보평가부) 부장
- 2014년 한국사회를 빛낸 ‘대한민국 충효대상’ 수상(봉사)
- KB국민은행 남부지역본부 조사역(부점장 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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