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 정치인이나 공직자가 자식 문제로 대국민 사과를 하는 것은 더이상 낯설지도 않다. 최근에도 남경필 경기도지사가 아들의 군대 가혹행위 파문으로 고개를 숙였다. 남 지사의 장남은 강원도 철원군 중부전선의 한 부대에서 후임병을 폭행하고 성추행한 정황이 드러나면서 군 당국에 입건돼 조사를 받고 있다. 남 지사는 “사회지도층의 한 사람으로서 제 자식을 가르치지 못한 점 모두 저의 불찰”이라며 사과했지만, 부인과의 합의 이혼 사실까지 알려지면서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이와 비슷한 일은 불과 몇 달 전에도 있었다. 6.4 지방선거에서 서울시장에 도전했던 정몽준 전 의원도 아들 문제로 곤욕을 치렀다. 아들이 세월호 침몰 사고 실종자 가족을 겨냥해 “국민 정서가 미개하다”는 내용의 글을 쓴 것이 화근이었다. 사태의 심각성을 느낀 정 후보가 급히 공식 사과를 했지만, 곤두박질치는 지지율을 되돌리기엔 역부족이었다. 고승덕 전 서울시교육감 후보 역시 자녀 파문에 휩싸인 끝에 낙마했다. 딸이 올린 글이 파문의 시작이었다. 자신의 피붙이도 가르칠 뜻이 없는 사람이 어떻게 한 도시의 교육 지도자가 될 수 있느냐는 내용의 글이었다. 이 논란으로 고 전 후보는 회복 불능의 타격을 입었다.

자녀는 부모의 거울이다. 자녀의 말과 행동엔 평소 부모로부터 알게 모르게 배우거나 영향을 받은 것이 자연스레 묻어나기 마련이다. 자식을 보면 부모를 안다는 말도 여기에서 기인한다. 사회적 지도층에 있는 사람이라면 자기 자신에게 더욱 엄격한 도덕적 잣대를 들이대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국회 인사청문회 등에서 고위 공직자에게 높은 도덕성을 요구하는 것도 그가 가진 사회적 위치 때문이다. 자기 자신이나 집안을 제대로 다스리지 못하는 자가 누구를 올바르게 지도할 수 있다는 말인가. 그러고도 국민에게 신뢰를 요구하는 것은 어불성설에 지나지 않는다.

수신제가치국평천하(修身齊家治國平天下)라는 고사성어가 있다. 몸을 닦고 집을 안정시킨 후 나라를 다스리고 천하를 평정한다는 뜻이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모든 공직자와 사회 지도층이 새겨들어야 할 말이다. 가정과 자식을 올바로 이끄는 것이야말로 사회 지도의 첫걸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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