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에 불출석 의사를 밝힌 여야 현역 의원 5명에 대한 강제구인 절차에 착수했다. 수사관들이 국회의원회관을 돌며 강제구인에 나서는 모습이 낯선 듯 낯설지 않다. 지워버려야 할 옛 필름이 되살아나는 듯한 그 어색하고 부끄러운 모습이 다시 우리를 슬프게 하고 있다. 이미 의원회관 사무실을 비웠거나 문을 걸어 잠근 모습도 오래 전부터 봤던 그대로이다.

강제구인 대상 의원은 구속영장이 청구된 새정치민주연합 신계륜·김재윤·신학용 의원과 새누리당 박상은·조현룡 의원이다. 여야가 골고루 있으니 특정 정당만의 구태라고 보기는 어렵다. 어쩌면 이심전심으로 22일부터 8월 임시국회를 예정해 놓고 그 때까지 모두 버티는 쪽을 택한 것이 아닌지 모를 일이다. 하루만 버티면 정기국회 마지막 날까지는 국회의 체포동의안 처리 없이는 체포될 일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여야가 앞 다퉈 불체포특권을 내려놓겠다고 약속했던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20일 열린 관훈토론회에서 방탄국회는 없다고 강조했다. 새정치연합도 시대착오적인 국회의원 불체포특권은 이미 오래 전부터 폐기됐어야 했다고 말해 왔다. 여야가 한목소리로 방탄국회는 없다는 입장이다. 그럼에도 검찰 수사관들이 구인장을 들고 국회의원회관 사무실로 찾아가는 것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말로는 방탄국회 없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서로 약속이나 한 듯이 모두 꼭꼭 숨는 모습은 국민을 실망케 한다.

열 번 양보해서 변론을 준비하기 위해 영장실질심사 일정을 연기해 달라고 할 수 있다고 하자. 그러나 임시국회 날짜부터 먼저 받아 놓은 것은 방탄국회를 의심하기에 충분하다. 그게 아니라면 회기 중이라도 체포동의안이 보고될 경우 법대로 처리하는 것이 옳다. 국민은 정치혁신을 약속한 여야 모두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이런 국민의 기대에 찬물을 끼얹는 행태가 결코 반복되지 않길 바랄 뿐이다. 회기 중이라도 당당하게 표결에 부쳐야 한다. 그 또한 비정상의 정상화이다.

검찰도 예외는 아니다. 툭하면 구속수사 운운하며 구인이나 체포동의안부터 거론하는 행태는 바람직하지 않다. 아무리 저급한 국회의원이라도 국민이 뽑은 대표자이다. 도주할 우려가 없다. 그렇다면 법에 따라 불구속 수사하는 것이 정답이다. 마치 무슨 엄청난 일처럼 부랴부랴 구인장을 발부받고 수사관들이 국회로 들어가는 모습을 생중계 하듯이 처신하는 것은 검찰을 위해서도, 국회를 위해서도 좋은 일이 아니다. 회기 중이라도 법대로, 원칙대로 수사 일정대로 가면 된다. 이 또한 비정상의 정상화를 찾아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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