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호익 통일IT포럼 회장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초빙연구원

 
배추와 무의 출하량이 7% 늘었는데 가격이 30% 넘게 급락하면서 해당 농가의 피해가 크고 농민의 마음도 타들어가고 있다. 지난 4월 양파의 도매가격은 지난해 4월 가격의 1/5에 불과했다. 지난해 양파 값이 폭등하자 농민들이 너도 나도 재배에 나서면서 올해에는 양파의 공급이 너무 많아졌기 때문이다.

이렇게 풍년이 들어 농산물 생산량이 늘었는데도 오히려 농가 소득이 줄어드는 현상을 풍년의 역설또는 농부의 역설(Farmer’s Paradox)’이라고 한다. 통계청 발표에 의하면 2009년부터 2013년까지 5년 중 3년간 농산물 생산이 늘면 농가 소득이 떨어지고 반대로 생산이 감소하면 소득이 오히려 증가하는 현상이 반복되고 있다. 올해도 이러한 풍년의 역설이 나타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농산물은 공급량의 증가보다 가격하락폭이 더 크다. 일반적인 경우 가격이 하락하면 수요가 증가하지만 농산물의 경우는 가격이 변해도 수요가 크게 영향을 받지 않는 농산물 수급의 가격 비탄력성의 성질 때문이다. 그렇다고 농산물의 소비자 가격은 크게 내려가지도 않아서 소비자는 큰 혜택이 없고 농민만 손해를 보게 된다. 그만큼 농산물의 유통구조도 복잡하다.

풍년의 역설의 주원인은 농산물의 수급불균형이다. 농산물의 가격 비탄력성의 성질 때문에 농산물의 수요는 거의 일정한데 농산물의 공급이 증가하는 데에 기인한다.

농산물의 공급이 증가하는 것은 해당 농산물의 재배 면적이 늘거나 날씨 등 기후가 좋아 재배 면적 단위당 농산물의 생산량이 많아지는 것도 중요한 원인이다. 재배 면적도 늘고 기후도 좋은 조건이 동시에 일어난 경우 해당 농산물의 출하량, 즉 공급량은 크게 증가해 해당 농산물의 가격은 폭락하게 된다. 어쩔 수없이 농민들은 수확을 포기한 채 논밭을 갈아엎거나 방치하는 일도 발생하는 것이다.

풍년의 역설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농산물의 수급조절능력을 향상시켜야 한다. 먼저 농산물의 생산능력을 적정하게 조절하기 위해서는 금년에 어떤 작물이 경제성이 좋아 대박을 냈다고 하면 내년에 대박을 노리고 너도 나도 파종하는 농민의 투기 심리로 재배 면적이 크게 증가하는 현상을 조절해야만 한다.

동일 면적이라도 날씨 등 기후에 따라 작황과 생산량이 크게 달라지는 일이 없도록 장기 기후 예보의 정확성도 제고해야 한다. 현재 8%에 불과한 농협의 현지 수매 비중을 늘리고 농수산물을 일 년 이상 장기 보관할 수 있도록 저온 등 온도조절기능을 갖춘 프레시 창고를 갖추는 방법도 있다. 또한 복잡하고 다단계인 농산물 유통구조를 개혁해서 농산물 가격이 하락하면 소비자 가격도 동시에 하락해서, 농산물의 수요도 늘고 소비자는 값싼 가격에 구매할 수 있도록 하면 농민과 소비자가 동시에 혜택을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 모든 대안은 실현하기가 만만찮다. 그러므로 여기에는 정보통신기술(ICT)을 동시에 접목해야 한다. 기후 변화 예측과 농산물의 재배 면적 예측에도 빅데이터를 활용하고, 농업정보화를 추진해서 농민 스스로 생산량을 예측해 재배면적을 조절하는 능력을 향상시키고, 농산물 유통정보화를 추진해서 생산량에 따른 가격변동에 수요가 영향을 미치도록 해야 한다. 이렇게 하는 데는 적지 않은 예산과 노력이 들겠지만 농산물의 가격 안정은 농민은 물론 도시 소비자에게도 이익이 된다. 언제까지 농산물 수급을 풍년의 역설이라는 운에 맡기겠는가.

이를 ICT로 해결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인간의 힘으로 풍년의 역설을 완전히 없앨 수는 없지만 ICT로 완화할 수는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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